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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고 오세요~

by 프라우지니 2014.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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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다가오는 금요일 저녁 시어머니가 물어오셨습니다.

 

“너희 초대 받았어?”

“네? 무슨 초대요?”

“느그 피터삼촌( 시아버지의 형님)네 생선파티.”

“아니요, 전 삼촌 뵌지도 꽤 됐는데요.”

 

사실 피터삼촌 내외분은 매주 일요일 오후에 저희집에 오십니다.

오셔서 시부모님과 동네에 사는 프란츠삼촌(시아버지의 동생)와 함께 카드놀이를 하시거든요.

 

우리나라 같으면 집안의 어르신이 오실 때마다 손 아랫 사람들이 나가서 인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이곳은 얼굴을 보게 되면 인사를 하지, 일부러 찾아가서 인사를 하는 법은 없는지라, 그때마다 우리 방에 짱 박혀서 시간을 보내는 저희부부는 인사를 일부러 나가지 않았습니다.

 

 

 

 

낚시꾼이 삼촌이 1년에 한 두번씩 강에서 잡으신 송어들을 모아 훈제로 구워서 집안사람들을 초대하시는데, 이번에도 그 행사인 모양입니다. 시부모님께는 오라고 하셨는데, 같이 살고 있는 걸 뻔히 알고계시면서 우리와 함께 오라는 소리를 하시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엄마, 혹시 삼촌이 올 때마다 인사하러 오지 않았다고 우리를 밉게 보신 건 아닐까요?”

흐흐 완전 한국적인 발상입니다. 삼촌내외분의 괘씸죄를 얘기하고 있는 거죠!

 

한국 같으면 한 가족이니 시부모님 부르면 당연히 한 집에 사는 우리도 따라가는 것인데, 여기서는 한 가족이여도 따로 초대를 받아야만 갈 수가 있는 거죠!

 

다행이 우리를 잊으셨던 삼촌은 따로 전화를 하셨던 모양입니다. 우리를 챙겨서 오라고 말이죠!

 

토요일 아침에 늦은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시아버지가 남편과 대화하시는 것이 들립니다.

 

‘삼촌이 너희도 오라고 초대했다. 같이 갈래?“

 

자신이 하고자 하는 흥미가 없을때 하는 남편의 답변이 들립니다.

 

“진이랑 얘기해보고 결정할께요.(=갈 의지가 없어요!)”

 

갈까말까를 두고 고민하다가 별로 할 일도 없는지라 저희부부는 가기로 했습니다.

 

 

 

 

시간만 나면 마눌이랑 자전거타기를 즐기는 남편에게는 완전 좋은 방법이였습니다.

 

헉^^; 어제도 자전거 두서너 시간 탔는디..오늘도 또 타고 있습니다.

 

낮은 구릉같은 산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오르기에는 벅찬지라 초보인 마눌은 헉헉대며 페달을 밟다가 결국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오르막길만 빼면 자전거타고 오가는 길은 완전 좋았습니다.

넓은 들판에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고 풍경도 멋있었고 말이죠!^^

 

 

 

 

저희가 도착했을 때 모여 있던 대부분은 사람들은 이미 생선을 다 먹은 후였습니다.

저희 몫으로 훈제송어 한 마리씩이 주어졌습니다.

 

혼제 송어와 더불어 토마토,감자 샐러드가 나왔고, 저에게는 너무도 짠 훈제송어인지라..

저는 빵을 무지하게 먹어야만 했습니다.^^;

 

삼촌이 다행이 저희부부를 기억해줘서 초대를 해 주신 덕에 올해도 훈제송어를 얻어먹었습니다. 생선이 짠 것은 짠 것이고, 초대는 초대이니 감사를 해야 하는 거죠!^^

 

 

 

 

생선을 먹고 정원을 둘러보고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고 있다보면 디저트가 나옵니다.

오늘은 세 가지 케잌에 아이스크림까지 골고루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이렇게 간만에 모인 친척들은 점심먹고, 간식도 먹어가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쯤에 헤어지지만 자전거를 타고 갔던 저희부부만 조금 일찍 자리를 떠났습니다.

 

“아버지만 부르면 나머지 가족들은 다 따라오겠지..라는 건 완전 한국적인 발상이란 걸 알았습니다. 이곳에서는 내가 초대받지 못 했다면 나는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없답니다.

 

처음 우리가 초대받지 못 했다는 걸 아신 시부모님중 한 분도 우리에게 “그래도 같이 가면 되지!”하시지는 않으셨었거든요.  다시 한 번 이곳 문화를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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