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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나는 사골국 끓이는 한국인 아내

by 프라우지니 201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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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외국인이면서 입맛은 은근히 한국적이라 얼큰한 것을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감자국이나 매운탕은 기본적으로 잘 먹는 편이구요.

 

남들은 맵다는 신라면 국물까지도 남김없이 마셔버릴 정도로 마눌보다 매운 걸 더 잘 먹습니다. 매운 거 먹었다고 해서 설사하는 법도 없고 말이죠!

 

매운 걸 잘 못 먹는 외국인들은 매운 걸 먹으면 설사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뒤에서 불이난다” 는 표현으로 설사를 대신합니다.^^;

 

모든 걸 잘 먹는 남편이 잘 안 먹는 한국음식이 있다면..

얼큰하지 않는 건 별로인 모양입니다.

 

언니가 몸보신하라고 사주는 비싼 삼계탕을 앞에 두고 하는 말!

 

“이건 맛도 없는데 왜 먹느냐고!”

 

먹으면서 내내 투덜거려서 마눌을 쪼매 열 받게 했었습니다.

 

"우쒸, 울 언니가 비싼 음식 사 주는데, 감사하게 먹지 못하고 타박은..

이거 몸에 완전 좋은 거거든! 열심히 퍼서 드세요~“

 

모르죠! 우리가 몸에 좋다고 하는 것이 한국인에게만 좋은 것일 수도!

 

사골국 고유의 맛을 잘 모르는 남편에게 뼈만 삶아낸 국물은 냄새나는 이상한 것으로 분류를 합니다. 그래서 왠만하면 냄새나는 것들은 잘 안 만들려고 신경을 썼었는데..

 

슈퍼에서 그걸 잊게 만드는 품목을 만났습니다.

보자마자 덥석 집어서 얼른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그게 뭔지 궁금하시죠?^^

 

 

 

 

장보러 간 슈퍼마켓에서 사골(소뼈)을 만났습니다.

 

“Ich bin Österreicher 이히 빈 외스터라이허

 

해석하자면..

 

“나는 오스트리아 사람”인데 소들이니 “나는 오스트리아 소”라고 해석해야 되겠군요.  우리말로 하자면 “국내산 사골”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죽어간 소니 말이죠!

 

제가 지금 오스트리아에 있으니 “국내산”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죠!^^

이 뼈를 보자마자 얼른 집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소뼈 가격은 저렴해서 kg당 99센트입니다.

제가 고른 소뼈 두 팩의 가격을 합해도 1유로가 안 되는 88센트.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의 사골 정가는 kg당 3유로 선입니다.

Interspar, Spar, Eurospar 여러종류의 슈파에서 찾으실수도 있습니다.

 

아! 오스트리아에 사시는 분들 가운데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알려드리자면..

저는 이 뼈를 “Pennymarkt페니막트”에서 샀습니다.

 

이곳에는 운 좋으면 이렇게 포장된 뼈들을 만나실수 있습니다.

 

“앗싸~ 깍두기도 있는데, 이걸로 사골국 끓여서 먹으면 좋겠다.ㅎㅎ”

 

살 때는 완전 행복했습니다.

1유로의 행복도 느끼고 말이죠!

 

집에 돌아와서 얼른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방법이 나옵니다.

 

보통의 설렁탕집에서는 8시간씩 끓여낸 사골 국을 3번에 나눠서 끓인후에 나중에 합쳐서 끓이면 설렁탕이 된다고 말이죠!^^

 

 

 

 

그래서 뼈에 물 붓고 열심히 끓였습니다.

온 집안에 사골 국 냄새를 진동하면서 말이죠!

 

내가 끓이는 사골 국에 대한 남편의 첫 반응은..

 

“냄새 나!”

 

원래 말 안듣고 용감한 마눌답게 답변을 해야하는거죠!

 

“냄새 난다. 어쩔래?^^”

 

냄새 나는 걸 몇 시간씩 끓여대는 걸 보고는 또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몇 시간이나 끓이는 겨? 전기세 많이 나오면 누가 내는데?”

 

절대 말로서 지면 안되니 대답은 기본적으로 해줘야 하는 거죠!

 

“24시간 끓이는 것도 아닌데 뭘? 글고 전기세 많이 나오면 당근 당신이 내지. 내가 내남?”

 

마눌이 먹고 싶어서 끓인다는데..

남편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완전 괴씸죄에 적용이 되는 거죠!

 

열받은 마눌이 한마디 더 했습니다.

 

“자꾸 열받게 하면 1주일 내내 끓이는 수가 있으니 조심해!!!”

 

대화가 불가능해지면 공갈 협박을 주로 하는 마눌입니다.^^;

 

사골을 사온 날이 하필 금요일인지라, 남편이 집에 하루종일 있는 주말에 1박 2일로 사골국을 끓이다보니 한 시간에 한 번씩 남편의 잔소리(=구박)을 들어야했습니다. 

 

사실 내가 냄새를 맡아봐도 사골국를 끓이는 동안 나는 냄새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1박 2일동안 이어진 남편의 구박과 핍박(이건 뭐야?)을 견딘 사골 국이 완성되었습니다.

 

한번에 8시간은 끓여줘야 한다는데, 남편의 구박에 지친 마눌은 3~4시간씩 끓이는 걸로 만족해야 헸지만, 그래도 3번에 나눠서 끓인 국을 한 번에 합쳐놓으니 대충 사골국의 뽀얀 색은 나옵니다.^^

 

사골국에는 밥이랑 먹어야 왔다~이지만 저는 며칠 전에 해놨던 퀴노아를 밥 대신 먹었습니다.

 

파를 사오면 뿌리쪽만 먹고 줄기는 다 버려 버리는 남편인지라 남편이 사온 파를 “내가 대신 다듬어 줄게~”해 놓고는 남편이 버리는 부분인 줄기 쪽만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놨던 파도 왕창 넣었습니다. 이건 완전 재활용이네요.^^

 

한참 전에 만들어놨던 양배추 김치와 깍두기.

깍두기는 완전 시어서 사골국이랑 먹으니 완전 맛있더라구요.

 

남편의 구박에 전혀 기죽지 않고, 마눌은 이날 사골국 냄새 진동하는 주방에서 김치, 깍뚜기 냄새까지 섞어가면서 맛있게 한끼를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끓였던 사골국은 우유팩에 넣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답니다.

 

사골국이랑 같이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둔 양배추 김치와 깍두기는 남편이 냉장고 문을 열때마다 잔소리를 하게 만드는 원흉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무슨 냄새야? 뭐가 썩어가고 있는거 아니야? 냉장고 청소 좀 해!”

 

처음에는 뭐가 들어있다고 냄새가 나나 했었는데..

정말로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퀴퀴한 김치 냄새가 온 주방에 향기를 품어냅니다.

 

“썩긴 뭐가 썩어? 김치 냄새구먼! 설마 김치를 갖다버리라고 하고 싶은건 아니지?”

 

오늘도 마눌은 남편의 구박을 마눌 나름의 공갈협박과 더 성질내기로 견디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냉장고에 있는 김치랑 깍두기는 조만간 정리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제가 맡아봐도 별로 유쾌하지 않는 냄새를 남편에게 계속 맡게 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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