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살고 있는 저 같은 한국 사람들은 추석이 왔다가 가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올해도 추석이 지나갔고, "명절증후군"으로 고생하시는 분들도 계시지 싶습니다.
물론 "명절증후군"을 앓는 분들이 대부분은 주부들이시겠고 말이죠!
인터넷검색에서 찾은 명절증후권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이 "명절증후군"이 한국에만 있는 줄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서양에도 이 명절증후군이 있더라고요.
재미있는 것은 서양의 명절증후군은 며느리가 아닌 어머니들이 앓는다는 사실이죠!
한국의 "명절휴가"는 길어야 5일 정도이지만, 서양의 "명절휴가"는 5일보다는 긴지라..
부활절 휴가가 대충 1주일, 크리스마스 전부터 새해까지의 휴가는 2주정도가 됩니다.
자! 지금부터 서양의 "명절증후군"및 "주말증후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제 시엄마를 보면서 생각한 것이지만,
서양의 모든 엄마들이 다 앓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은 명절 때 따로 나가살던 자식들이 집으로 옵니다.
(아시죠? 서양은 고등학교나 대학에 들어가면 자식들이 다 집을 떠납니다)
명절 때 집을 찾은 자식들은 아들, 딸 구분 없이 손 하나 까닥 안하고 엄마가 차려주는 것만 먹습니다. 일명 "마마(엄마)호텔"에 투숙한 손님이 된 거죠!
마마호텔? 뭐래? 하시는 분들은 아래를 클릭 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407
유럽에 있는 Hotel Mama 호텔마마를 아시나요?
명절이 집 떠나 살던 자식들이 집을 찾은 건 부모로서 행복한 일이지만, 자식들이 집에 있음으로 해서 엄마의 일은 많아집니다.
끼니때마다 자식들을 위해 음식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내 놓으면 세탁해서 다시 자식들 방에 들여 줘야 하고 말이죠!
저희도 그랬습니다. 저희가 그라츠에 살 때 매년 크리스마스 전인 12월22일 혹은 23일쯤에 시댁에 옵니다. 와서는 끼니때마다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 먹고 푹 퍼지게 쉬다가 새해가 되고, 1월 둘째 주 출근할 때 쯤되어야 다시 우리 집인 그라츠로 돌아갔죠!
"아니, 당신은 며느리인데 시어머니가 해 주는 음식을 먹었소?"
지금 이렇게 묻고 계시고 있는 거 맞죠?
네, 며느리인 저도 시엄마가 해 주시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시댁에 온 며느리는 짐도 풀기 전에 바로 주방에 들어가서 일을 거들어야 하지만, 서양에서 시댁에 온 며느리는 "손님"일 뿐입니다. 주방은 시어머니의 공간이고 말이죠!
며느리라고 해서 시어머니의 주방에서 아무거나 만지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주방에서 뭘 하려고 해도 시어머니에게 일단은 여쭤봐야 하는 거죠.
"엄마, 제가 뭐 도와 드릴 거 없어요?"
이렇게 물어봤는데, 시어머니가 거절하시면 그냥 주방을 나와야합니다.
"OK"사인이 떨어져야 옆에서 야채라도 다듬어 드릴 수 있는 거죠!
저희 시어머니도 자식들이 집으로 오는 때에는 참 바쁘게 요리를 하십니다.
저희 집 식탁위에 점심메뉴로 올라왔었던 저의 시어머니가 해주신 음식들입니다.
직접 반죽해서 구우신 피자, 슈니츨(서양의 돈가스), 슈바인 브라턴(구운 돼지고기),속 채워서 구운 호박요리, 닭구이, 쯔비벨 브라턴(양파 넣은 소고기),버섯소스 크뇌델.
(이중 몇 가지는 나중에 만드는 방법을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엄마는 매일 다른 메뉴를 식탁 위에 차리시느라 고민을 하십니다.
자식들이 주말에 잠깐 올 때는 이틀만 요리하면 되지만, 1주일 혹은 2주일의 긴 휴가를 보내러 오면 자식들이 머무는 기간 내내 어머니는 전업 파출부가 되셔서 열심히 요리들 하십니다.
혹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자식들 집에 왔는데, 엄마가 요리하는 것이 뭐가 그리 힘들어?“
네, 힘듭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매일 매일 다른 요리를 내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서양 요리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요리하지 않습니다. 요리 하나를 하는데 두세 시간 걸리는 것도 있고, 한국요리 하는 것보다 더 손이 많이 가고 복잡한 것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자를 굽는다고 치면..
밀가루 반죽해서 치대고 준비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것도 30분은 기본으로 잡아야 하는 작업이고, 피자위에 올릴 토핑도 야채는 생것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고, 일일이 다 따로 조리를 한 후에 나중에 반죽위에 올리는 거거든요.
피자가 상 위에 올라올 때까지 엄마는 적어도 주방에서 두 세 시간은 요리를 하셔야 합니다.
오스트리아는 점심은 금방 요리한 따뜻한 것을 먹고, 저녁은 햄, 치즈 같은 것에 빵을 곁들여 차갑게 먹죠! 저녁을 푸짐하게 먹는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저녁은 정말 빈약하게 먹습니다.
자식들이 와있는 기간에는 저녁도 단순히 햄과 치즈가 아니라 이런저런 것들을 하십니다.
시엄마가 시누이가 와있던 주말에 차리셨던 저녁상입니다.
햄과 치즈 외에 시어머니가 직접 만드는 치즈, 햄 샐러드도 만드셨습니다.
Topfen톱펜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크림치즈를 사서 거기에 온갖 양념을 넣어서 만드는 어머니 특제 치즈인데, 맛이 아주 훌륭합니다. 단, 만드는데 시간이 쫌 걸립니다.
점심요리에 비해서는 간단하게 먹는 것이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이것을 준비하시는데 적어도 한 시간은 보내셨을 거 같습니다. 두 분만 계실 때는 냉장고에 있는 햄만 꺼내서 간단하게 드시는데, 자식들이 왔다고 이리 정성을 다 하십니다.
서양의 모든 엄마들은 자식들이 집에 있는 동안에 이리 헌신을 하십니다.
그러니 자식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면 몸살이 나는 거죠! 1주 혹은 2주 동안 하루 세끼 준비하고, 거기에 청소, 빨래까지 풀타임으로 일하셨으니 말이죠!
저희 시엄마 같은 경우는 은퇴연금을 받으시는 분이십니다.
시부모님이 두 분 다 은퇴자이시니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이 눈뜨면 일어나시고, 두 분만 사시니 요리도 대충 해서 드시는 일과이신데, 자식들이 오는 기간에는 완전 “비상”입니다. 두 분이 드시듯이 대충하면 자식들이 맛없다고 안 먹을 수도 있으니 주의를 해야죠!
며느리인 제가 옆에서 돕는다고 야채도 다듬고, 요리하다가 나온 그릇들도 설거지하고 하지만, 요리사와 요리보조와는 차이가 있듯, 제가 아무리 거든다고 해도 시어머니의 스트레스를 줄여드릴 수는 없는 거죠!
한 주전에 시누이가 왔다가 가자 어머니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에공~ 내가 몸살이 날거 같아”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쓰셨던 모양입니다.
시누이는 막내딸이면서 외동딸이라 약간 까다롭습니다.
샐러드에 들어간 양파도 안 먹고, 샐러드 위에는 실파를 썰어서 올려도 안 되고!
요리에 양념을 넣으실 때도 “이건 니 시누이가 안 먹는 거라 넣으면 안 돼!”
이런 저런 까다로운 것들이 많은 입맛이라 시어머니는 잔뜩 긴장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어머니는 “안 먹어? 그럼 먹지 마라. 내가 이 나이에 나이 사십 먹은 내 딸년 입맛 살피고 있으랴?”하실 것 같은데, 어머니는 시누이를 손님 대접하면서 다 챙기십니다.
한국의 주부들은 명절증후군을 앓습니다.
간만에 찾은 시댁도 스트레스고, 제사 준비도 스트레스고, 간만에 만난 집안 남자들은 술 마시고 이야기하는 시간에도 시댁의 주방에 붙박이로 붙어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고, 치워야 하고, 설거지를 해야 하고! 이렇게 3~4일 보내면 정말 지칠 만도 합니다.
혹시 이렇게 생각 해 본 적은 없으신가요?
“서양에는 제사도 없어서 명절 때 친척들이 만나도 이렇게 많은 일들은 하지 않을 거야!”
서양에는 한국처럼 주부들이 앓는 명절증후군은 없습니다.
하지만 엄마들이 앓는 명절증후군은 있습니다.
그것이 “크리스마스 스트레스” “부활절 스트레스”, “주말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다르게 불린다 뿐이지만요!
서양에도 우리나라 추석을 무서워하는 주부들처럼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를 무서워하는 엄마들이 존재할 꺼라 생각이 됩니다.
간만에 자식들 보는 것이야 좋지만, 그 얼굴을 보는 내내 엄마는 무지하게 힘든 시간을 보내야하니 말이죠!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동서양을 떠나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다 비슷한 거 같습니다.
언어와 풍습이 다르듯이 다른 이름으로 존재할 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과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는걸 보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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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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