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마당에서만난 며느리에게 물어보십니다.

 

“너희 파프리카 있니?”

“냉장고에 하나 있던데요?”

“아빠 몰래 딴겨?”

“아니요. 아빠가 테오(남편)한테 주신 거 같아요.”

“주려면 푸짐하게 주지 달랑 하나가 뭐냐 하나가! 인색하게 시리...”

 

마당에 넘치는 토마토 같은 경우는 우리에게도 “따다 먹어라”하시지만,

말씀을 안 하시는 것들은 주실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때즘 받는 마눌이 남편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슈퍼에서 세일하는 야채(파프리카, 오이등)를 사오면 남편의 잔소리를 듣습니다.

 

“마당에 넘쳐나는데 왜 이걸 돈 주고 사왔어?”

“마당에 넘쳐나는 것이 우리꺼냐? 다 아빠 꺼지?”

“아빠한테 달라고 하면 되잖아.”

“나는 달라는 소리 안한다. 그냥 맘 편하게 사다먹고 말지!”

 

아빠한테 달라고 하면 주시기는 하시는데..

정말 달랑 한 개만 주십니다.

 

 

 

시아버지의 야채중 파프리카가 풍년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색으로 잘 익어가고 있는데, 시아버지가 아들에게 준 것은 달랑 하나.

그러니 시어머니가 “인색한 영감”이라고 하시는 거죠.

 

하지만 며느리는 그러려니..합니다.

이른 봄에 씨를 뿌려 싹을 키워서 그걸 옮고 심고 가꾸시는 건 다 시아버지 몫이시죠.

 

파프리카가 잘 익으면 따서 시아버지는 “파프리카 피클”을 만드십니다.

우리가 김장하듯이 오이, 파프리카 피클을 담으셔서 가을, 겨울 내내 드시죠.

 

시아버지가 고생스럽게 야채를 키우실 때 도움을 주는 가족들은 없습니다.

야채를 가꾸는 수고는 온전히 시아버지의 몫이시니 야채도 다 시아버지 것입니다.

 

“두어 개 더 주시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건 받는 사람의 마음이고 주는 사람이야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마당에서 만난 며느리를 보고 시어머니가 시아버지께 한마디 하셨습니다.

 

“아들네 파프리카 몇 개 따서 주던가..”

 

시아버지는 껍질이 두툼한 파프리카 대신에..

 

고추와 파프리카 중간쯤 되는 이 녀석을 2개나 따주셨습니다.

우리부부 사이좋게 하나씩 먹으라고 말이죠.

 

파프리카, 칠리(고추)도 아버지가 많다고 싶으신 순간이 오면..

“따다 먹어라”하실 거라 생각하는지라 일부러 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주시면 받고, 안 주시면 안 먹거나,

남편 몰래 슈퍼에서 사다 먹습니다.^^

 

 

 

시어머니네 주방에 갔다가 냉장고에 있던 파프리카, 칠리를 얻었습니다.

 

냉장고에 있지만 시아버지 것이라 시어머니가 맘대로 하실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마침 주방에 오셨던 시아버지가 냉장고에 따다 놓으신 걸 다 내주셨습니다.

 

우측의 칠리(고추)는 우리나라 오이고추 만한 크기지만 주시면서 겁나 맵다고 하셨는데..

정말로 매웠습니다. 썰고 나면 손끝이 아릴 정도로 말이죠.

 

파프리카나 고추가 제대로  완전히 익어야 따시는 시아버지인신데..

고추는 약간 물집이 잡힌지라 따내셨던 모양입니다.

 

마당에서 주셨으면 달랑 한 개만 따주셨겠지만,

이미 따다놓으신 것들이라 넉넉하게 얻었습니다.

 

 

 

송어낚시를 즐기시는 시 큰아버지와 시삼촌은 일 년에 한두 번 잡아서 냉동 해 놓은 송어들을 몽땅 훈제하신 후에 형제, 자매, 자식들을 불러 가족 잔치를 하십니다.

 

우리부부도 한 번 초대되어 간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는 시부모님이 가셔서 우리부부 몫으로 두 마리를 얻어 오셔서 해마다 잘 얻어먹고 있죠.

 

시 큰아버지와 시 삼촌이 같이 훈제를 하시지만, 서로가 잡은 송어는 나누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훈제를 해서 시삼촌은 당신 몫을 챙겨 오시죠.

 

시 큰아버지가 주신 훈제송어를 먹고 3주가 지난 시점에 시삼촌이 우리부부에게 “훈제송어”를 먹겠냐고 물어오시길레 주시면 감사하게 먹겠다고 하고 송어를 받기는 했는데..

 

송어껍질을 벗겨서 살을 발라내는데 살에서 끈적끈적한 것이 묻어납니다.

약간 맛이 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인거죠.

 

결국 훈제송어는 먹지 않고 버렸습니다.

 

시삼촌이 주신 훈제송어를 버렸다고 시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시어머니가 날리시는 말씀.

 

“그 인간이 그렇다니깐, 이왕에 주는 거 일찍 주면 좋았지.

 

냉장고도 아닌 지하실에 3주넘게 처박아놨다가 생색내고 주면 뭐하냐고 이미 상한걸.

인간이 인색하기는..

 

이 집안 인간들이 다 인색하다. 뭘 하나 주는 걸 못 봤어!“

 

시어머니는 “시”자가 들어가서 그런 것인지 시아버지의 형제/자매들을 불편해 하십니다.

 

시 큰아버지/큰어머니도 매주 일요일에 카드놀이 하러 오시는데,

두 분이 오시는 매주 일요일은 스트레스를 받아하십니다.

 

시아버지와 당구도 치고 하시느라 일주일에 너댓번 오시는 시삼촌도 시어머니께는 그리 편한 상대가 아닙니다. 시어머니는 평생을 봐온 사람들이니 그동안 쌓인 것이 있으신 까닭이겠죠.

 

시어머니가 말씀하신 “인색한 이 집안사람들”.

며느리가 볼 때는 시어머니도 “이 집안사람들”에 들어가십니다.^^;

 

 

 

초여름에 시부모님이 산으로 버섯을 따러 다녀오셨습니다.

버섯이랑 블루베리, 크랜베리를 아주 많이 따오셨죠.

 

오스트리아는 법적으로 1인당 2kg까지의 버섯을 딸 수 있습니다.

가끔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초과로 따오다가 걸리는 모양인데 벌금형입니다.

 

마당에서 따온 버섯을 다듬고 계신 시아버지께 며느리가 말을 걸었었습니다.

 

“많이 따오셨어요?”

“....”

 

화가 나셨을 때는 며느리가 뭘 여쭤봐도 대답을 안 하시는데..

이날 시아버지의 반응이 그랬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중에 냉동고에 넣어놓은 버섯을 보고 알았습니다.

그날 두 분이 따오신 분량이 엄청 많았다는 걸!

 

많이 따오신 달걀(처럼 노란)버섯은 싱싱할 때 아들한테 조금 나눠주셨으면 신선한 요리 좋아하는 아들이 맛나게 한 끼 요리를 해서 먹었을 텐데..

소 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어버리셨죠.

 

시아버지보고 인색하다고 하시는 시어머니가 아들한테 조금 나눠주실 만도 한데..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뒷마당에 있는 베리나무를 다 털신 날도 몽땅 다 냉동고에 넣으셨습니다.

 

한 번에 다 털었으니 며느리 한 대접 나눠주실 만하시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우리 집 식구는 원래 다 인색한 거 같기도 합니다.

뭐라도 생기면 시부모님께 뛰어가서 나누는 며느리와는 많이 다르죠.

 

그래서 가끔씩 며느리가 더 섭섭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누는 문화 속에서 살아온 자신과 너무도 달라서 말이죠.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식구가 다 인색한 것이 이곳의 문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눠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신 것이 이곳의 문화이고,

달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주는 것이 이곳의 문화라면..

 

한국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이곳의 문화는 “참 인색한 문화”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식구는 당연히 인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색한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니 말이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8.1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