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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감사한 시집살이

by 프라우지니 2012.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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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댁으로 들어오면서 걱정을 조금 했습니다.

결혼 5년차에 들어섰지만, 한번도 남편없이 시댁에 혼자 있었던 적이 없었거든요.

남편이 출국하고, 저도 금방 출국하게 될 줄 알았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서 이번주까지 3주차입니다.

오늘 제가 출국하게 되니, 남편이 떠나고 딱 3주를 시부모님과 함께 지냈습니다.


그전에는 시댁에 와도 시부모님과는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대부분은 주말이나 휴가때 시댁을 오니,평소에는 6시에 일어나는 일상에서 벗어나서 조금 늘어지게 잡니다.^^;) 시엄니가 차려놓으신 아침을 남편이랑 둘이 먹고, 저는 계속 주방에 머물면서 (시)엄마가 점심을 준비하시면, 옆에서 야채 다듬거나, 요리중에 나오는 그릇들을 씻거나 하는 정도로 도왔습니다.

 

그렇게 점심이 차려지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대충 테이블 정리하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에 넣은 후 저는 또 남편이 있는 우리방으로 사라졌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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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이도 모이면 가끔씩은 온 가족(아빠, 엄마, 남편, 나, 시누이)이 카드놀이를 할 때도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 가깝게 앉아서 모든  (사생활)얘기를 할 정도의 시간도  없었구요.


제가 천성이 수다장이 인지라, 시댁에만 가면 입 꼭 다무는 남편을 대신해서 요새는 남편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고, 우리는 어떻게 지내고 등등등 시부모님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정보를 드렸죠.

(남편이나 시누이가 말을 많이 하는 스탈이 아닌지라...)

하지만, 시부모님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분들이기도 했습니다.


처음 며칠동안은 제가 두분의 편안한 생활에 민폐가 되는거 같아서 무지하게 조심스러웠습니다.

두분 다 은퇴자이시니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고, 느긋하게 하루를 사시는 분들인디..


(시댁은 2가족이 살 수 있는 구조의 집입니다. 남편과 시누이 방은 별채에 있죠)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러 부엌으로 가면, 가끔씩은 나보다 훨씬 더 일찍 일어나셔서 이미 아침식사를 끝내시고, 내 것을 차려놓으신 적도 있고, 가끔씩은 아직 주무시고 계셔서 제가 발끝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서 아침을 먹은적도 있구요.

 

그러다 보니 남편과 시누이가 쓰는 별채에 있는 시누이 부엌에서 아침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아침이라도 (시)엄마 덜 귀찮게 해드리려고..) 시누이한테 전화를 걸어서 주방을 써도 되냐고 물어봤습니다. 시누이가 OK한 뒤에...


시부모님께 아침은 그냥 별채에서 혼자서 먹겠다고 했다가...   울었습니다.^^;

 

항상 나에게 다정하신 (시)아빠가 온몸을 떠시면서 역정을 내시더라구요.

“니가 우리한테 먼저 안 물어보고, 어찌 니 시누이한테 물어보고  아침을 혼자 먹겠다고 결정을 했냐”고 하시는데...저는 아침이라도 두 분이 편안하게 드시라는 마음이였는디...

 

(제가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부모님과 함께 먹었습니다. 두 분만 사시다가 며늘이 들어와서는 하루 세끼 빼놓지 않고 함께 하는데, 사실 어떤 음식을 차릴까? 하는 스트레스가 있으실 것도 같았습니다.-음식은 항상 엄마가 하십니다.)

 

아빠는 섭섭하셨던 모양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빠의 반응에 며늘은 그냥 펑펑 울었습니다.

우는 며늘 옆에서 (시)엄마도 우셨습니다. (우찌 이런 일이...^^;)

 

화를 내시는 상황에서도 아빠는 며늘이 건넸던 “아빠날”선물이 고맙다고 안아주셨구요.

 

울아빠가 완전 다혈질이십니다. 화가 한번 나시면, 정말 버럭~ 하신답니다.

물론 저는 그렇게 버럭~하신걸 처음 본 날이기도 하구요.


그렇게 오전이 지나고, 오후에 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멀쩡해졌습니다.

물론 아침은 며늘의 의도대로 혼자서 먹게 됐습니다.^^

 

 

 

혼자있는 며늘이 심심하까봐... 부모님은 자전거 나들이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Traun트라운 강가를 따라서 Wels벨스라는 도시쪽으로 20키도 넘게 달렸답니다.

날씨 좋은날 강가를 달리면서 느끼는 상쾌한 바람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두분과 함께 달리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거의 항상 점심식사 후에는 (가끔씩은 저녁식사 후에도)부모님과 Halma할마라는 게임도 했습니다.

 

 

 

 

저기 보이는 빨간색의 모형이 건너편에 있는 빨간색의 집으로 가는 게임입니다.

서로를 이용하면서 길을 만들어서 가는 게임이죠!

 

저는 아직 익숙한 게임이 아니여서 대부분 꼴찌이고, 가끔씩 2등이 되기도 하다가, 어쩌다 1등이라도 하면 두 분의 칭찬에 괜히 기분이 으쓱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스럽던 시부모님과의 생활이 이제는 아주 익숙해졌습니다.

저는 여전히 수다스럽지만, 저 때문에 집안에 활기가 돈다고 하시는 걸 보니 며늘의 수다가 그렇게 듣기 싫으시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이제 저는 오늘 출국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엄마가 “니가 가면 집안이 또 조용하겠구나..”하시더라구요.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외국인 며느리를 너무나 잘 챙겨주신 부모님께 감사도 드리구요.

 

 

저에게는 정말 감사한 시집살이였습니다.

 

며느리과 함께 자전거면 자전거, 산책이면 산책, 나들이면 나들이, 쇼핑이면 쇼핑!

모든 것 함께 해주신 두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야 제가 제(시)부모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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