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요양원 생활을
조금 현명하게 하는
방법을 하나 공개하자면
소소한 선물입니다.
나에게 서비스를 해준
직원이 방을 나가기 전에
뭐라고 하나 내밀면
입 대빨 내밀던 직원의 입을
쑥 들어가게 만들 수 있고!
직원 호출벨을 눌러
퉁명스런 얼굴로 내 방을
들어섰던 직원도 소소한
초콜릿 선물 하나면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죠.
소소한 선물은 굳이
요양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도 자주 쓰는 방법이죠.
https://jinny1970.tistory.com/2553
소소한 초콜릿도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뇌물이기에 통하지
않는 곳은 없죠.
우리 병동에도 방에 들어온
직원에게 뭔가를 내미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풀서비스를 받으시는 분들은
직원들을 보고 웃지도,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으시면서
가끔은 때리기까지 해서
일 할 마음이 안 들게 하지만,
정말 소소하게 서비스를
받으시는 분들은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 주시기도
하고, 방을 나갈 때는 손에
뭔가를 쥐어주시기도 하죠.
야간근무를 하는 직원이
새벽 6시쯤 들어가서
압박스타킹을
신겨드려야 하는 80대 할배.
할배께 스타킹을 신겨드리는
시간은 1분 이내로
금방 끝나는 작업임에도
일을 끝나고 방을 나서려면
할배는 초콜릿이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면서
“가져가!”하십니다.
할배는 매일 직원을 위해서
초콜릿을 꺼내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놓으시는데,
저도 야간 근무중 1층과
지층을 담당하게 되면
할배방에 들어가서
스타킹을 신겨드리고는
받아오는 초콜릿이죠.
병동내 찡찡거리기로
유명한 P할매가 나에게
초코렛을 주실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었습니다.
원래 고맙다는 말도
인색하게 안하시는 분인데
어느 날 나에게 초코렛을
내미시길래 ‘무슨
일이시냐?’여쭤봤었죠.
할매는 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으셨다고
하면서 그후에도 두어 번
더 초코렛을 내 손에
쥐어 주셨죠.
내가 요양원에서 이렇게
받아오는 초콜릿은 다
남편의 도시락에 디저트로
들어가지만 매번 남편에게
자랑하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봤지?
나는 어르신들께 초콜릿도
자주 받는 사랑받는 직원이야!”
간만에 들어간 근무에서
G할배께 초콜릿을 받았습니다.
G할배는 부활절이나
성탄절 같은 명절에 여러
직원들에게 초콜릿을
나눠 주시는데 이번에도
15개 구매하셨다고 하시면서
서랍을 열어서 하나 꺼내 주셨죠.
나는 부활절에도 할배가 주신
초코렛을 받았었죠.
https://jinny1970.tistory.com/3936
서랍 안에는 할배가
드시는 간식 외에 직원들에게
주실 초콜릿을 넣어두시는
곳인데 크리스마스에만
나오는 밀카 니콜라우스(산타)
초콜릿은 아직 여러 개가
있습니다.
할배는 방을 나서는
나에게 부탁을 해오셨죠.
“그 직원 중에 머리에
수건 쓴 (히잡) 직원 있지?”
“아, 그 직원은 이번에
새로 온 실습생이에요.”
“그 직원한테
내 방에 좀 오라고 해.
초콜릿이 다 떨어지기 전에
하나 줘야 하는데..”
할배의 그 말씀에서
할배의 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할배는 그 히잡 쓴 직원이
친절하다 느끼셔서 초콜릿을
하나 챙겨주고 싶으셨나 봅니다.
초코렛을 15개나
사셨다고 하셨지만,
방에 들어오는 직원들에게
하나씩 주다 보면
금방 떨어질 테니
챙겨주고 싶은 직원은
그전에 왔으면 하신거죠.
할배는 더 챙겨주고 싶은
직원을 손꼽으시는데
그 리스트에 실습생도
끼게 된 모양입니다.
할배가 하신 부탁을
죄송스럽게도 나는
들어드리지는 못했습니다.
내가 근무한 날
그 실습생은 없었고,
옆 병동의 실습생이라
우리 병동에는 언제
또 근무를 오는지
알 수도 없었거든요.
아무튼 할배가 좋아하는
직원이 하나 더 생긴 건
좋은 일입니다.
외로운 요양원 생활을
하시는 할배가 마주보고
웃으실 수 있는 직원이
하나 더 생긴 일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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