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
이라면 잘 알겠지만,
집을 나설때는 내 얼굴 위에
가면을 하나 쓰고 집을 나섭니다.
직장에서는 내 성질대로
할 수 없으니 적당히
친절하고 적당히 사교적이며
적당히 서글서글한 성격인 듯
위장을 해야하죠.
회사의 사장이나 직급이 높아
아래로 거느린 직원이
많은 경우라면 자기가
꼴리는 대로 심통에 꼬장까지
부려가면서 스트레스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인간들일수록
쌓이는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런 스트레스를 아랫직원에게
풀어내야 할 정도의
인성이라면 회사에서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수 없겠지만 회사를
떠나서는 인간적으로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죠.
나도 출근할 때
미소 가면을 씁니다.
동료들에게도
나는 회사에서만
허허실실거리며
친절한 인간인 척 하는거라
이야기를 하죠.
집에 도착하면 미소 가면을
벗어 던지니 남편에게
짜증도 내고 심술도
부리는 진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동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죠.
네.
저는 근무중에는 가능한
많이 웃고,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려고 하죠.
내가 한번 참으면 되는데
그걸로 상대방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건 원하지
않으니 못마땅한 상황이라도
가능한 그냥 넘어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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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멘토였던 소냐와도
여러 차례 조금은
불편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실습생을 지나 지금은
경력 8년차를 바라보는
정직원이지만 나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여전히
나를 실습생으로 만들죠.
그래서 그녀와 함께 팀을
이뤄서 근무를 하게 되면
나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이 되어서 조심
또 조심하고, 그런 내가 싫어
스스로 짜증이 날때
즈음이었봅니다.
평소라면 간호사 한 명에
요양보호사 3명이 해야하는
근무인데, 요양보호사 2명에
도우미 한명이 배정된
근무입니다.
요양보호사 2명이
병동내 19분의 어르신을
간병해야 하는데,
다행히 간병을 잘 도와주는
간호사라 바쁜 아침,
어르신들을 다 씻겨드려야 하는
간병이 조금은 수월했던 날.
늦게 출근한 소냐에게
어떤 방이 간병이 끝난 상태이고,
어떤 방이 아직 인지를 말하고,
나는 병동의 반대쪽에서
우리의 간병을 돕고있는
간호사쪽으로 갈 예정이라
말은 전하고 가려는 찰나에
아직 간병을 하지 않는 방의
어르신이 간병을 받으실
준비가 끝난 듯 하여서
그 방에 들어가서는 얼른
간병을 해 드렸죠.
그렇게 내가 두 방의 간병을
끝내고는 복도를 따라서
아직 간병을 하지않는 방들을
찾다 보니 소냐가 간병중인
방에 불이 켜져 있길래
그 다음 방에 가서는
스스로 씻으시는 할매시라
필요한것이 있으신지 물은후에,
안약을 넣어드리고,
침대 이불도 정리도 해드린후
복도에 나오니 소냐가
나를 보고 소리를 치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이미 간병을 끝내
놓은 방에 내가 또 들어가서
간병을 했다나 뭐라나..
아니 그녀 딴에는 그냥
말하는 건데 워낙 목청이
좋은 아낙이라 다른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이니
음량으로 치자면 소리지름에
해당하는 목소리였죠.
소냐는 내가 자기와 소통을
하지 않아서 함께 일하는 것이
힘들어 자기를 미치게 한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누가 옆에서 보면 내가 마치
엄청 큰 잘못을 해서
혼나는 꼴처럼 보였죠.
그래서 소냐에게 이야기
좀 하자며 복도에 있는
작은 창고로 갔습니다.
그녀는 늦게 출근한 자신에게
내가 간병을 하지 않은
방에 가라고 하고 나는 복도 끝
맞은편으로 가서 돕겠다고
해놓고는 그 방을 내가 들어간거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간병이 끝나지 않는
방 이라고만 했지.
너에게 그 방에 가서
간병하라고 한적이 없었고,
복도 끝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그 방의 어르신이 씻을
준비가 됐다고 하셔서 그 방에
들어가서 간병을 한 것이다.”
“또 다른 방은 그 방의 간병이
끝났다고 한적이 없고,
그 방에 어르신이 아직
주무시는 상태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내가 실습생을 졸업하고
정직원이 된 지가 언제인데
“너는 아직도 나를 실습생
대하듯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냐”
고 조곤 조곤 따졌죠.
사실 팀을 이뤄서 일을
하다 보면 동료가 간병을
끝내놓고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않아서 간병을 한번 더 하는
사태가 있을 때도 있습니다.
나도 소통이 안되는
동료 때문에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지만 내 속이 아무리
터져도 복도에서 동료에게
“너 때문에 내 속이 터져”
같은 말은 하지않죠.
“다음부터는 어느 방이
끝났는지 우리 소통하면서
일하자”정도로 마무리를 하죠.
웃기는 건 소냐는 이미 간병을
끝난 방이라고 했었지만
그 방의 어르신은 아직 안약을
넣지 않으셨던 상태셨고,
어르신의 주무시고 일어난
침대로 정리가 안 되어 있었는데
도대체 어떤 간병을 했다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방에 어르신은 스스로
씻으시고 옷도 갈아 입으시는
어르신이라 안약을 넣어드리고,
침대를 정리하는 일만 하면
되는 방이었거든요.
모르죠.
어르신이 속옷 안에 작은 패드형
기저귀를 잘 착용하셨는지
확인했다는 이야기인 것인지..
나와의 대화 후 소냐는 조금
수그러지는 태도를 취했고,
그날 나머지 근무는
수월 했습니다.
사람이 꼭 목소리를 높이고
따져야 만만하지 않다는 걸
느끼는 모양입니다. ㅠㅠ
그리고 다음날 나는 또
동료에게 따져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지만 대놓고 따지기
뭐해서 그냥 있었는데,
나는 내내 불편하고
기분이 나빴던 일이었죠.
우리 요양원의 제일 낮은
곳에서 일하는 청소부는
다 현지인 아낙입니다.
자신들이 청소부라는
자격지심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병동내 외국인 직원들이
다 번듯한 직업교육을
마치고 자신들보다 월급도
더 받고 직급도 높은 일을
하는 것이 불만인것인지
시시때때로 병동내 외국인
직원들에게 깐족대죠.
내가 당하는 건
나의 독일어 발음.
나는 외국인이니 현지인인
자신들과는 조금 다른
발음의 독일어를 합니다.
그날 점심은
“Knoedel 크뇌델”이었죠.
보통 메뉴는 2~3주전에
주문을 다 하는데,
그 무렵 병원에 입원중이었던
할매 한 분은 메뉴를
적지 않았던 상태라 할매께
스파게티를 드실지 크뇌델을
드실지 물어보는 중이었죠.
내가 크뇌델을 크뉴들이라고
했는지 크뉴델이라고 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크뇌델이라고
말을 했었다고 해도 원어민이
말하는 것과는 억양도 발음도
다를 수밖에 없죠.
된장찌개를 '댄장찌게'라고
해도 못알아듣는 한국인이
없듯이 크뇌델을 크뉴델이나
크뉴들이라고 해도
다 알아듣는데 괜히
발음 트집을 잡는거죠.
30대 초반의 청소부S가
내 등뒤에서 내 발음을 흉내내며
큭큭거리기 시작하는데
기분이 확 상했습니다.
자기딴에는 재미로 하는거라
하지만 그걸 당하는 나는
놀림을 당하는 기분에
모욕감까지 느끼죠.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괜찮을 때도 있었죠.
https://jinny1970.tistory.com/1829
집에서도 가끔 남편이
내 발음이 귀엽다고
흉내를 내지만 나는 그것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상대방은 귀엽다고
느끼는 발음일지 모르지만
나는 외국인이라 원어민과
같은 발음을 낼 수 없는 걸
알기에 상대방에게
내가 놀림을 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이죠.
내 기분이 나쁘다니
무안해 하며 자기는 “재미”로
그랬던 것뿐이라 변명하는
청소부 S.
그 옆에서 흑인 도우미
M이 한마디를 거듭니다.
“나는 그래도 상관없어.”
자신의 발음을 흉내내면서
다른 직원들이 낄낄대며
웃는 것이 놀림을 받는다는
생각보다는 재미를
느낀다니 할 말이 없지만,
나는 기분 나쁘다 했죠.
M은 아직 제대로 겪어보지
않아서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요양원에서
10년째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녀도 달라지겠지요.
청소부 S는 앞으로 재미로
내 발음을 따라하는
일은 안하겠다며
그 상황을 끝냈습니다.
사실 내 뒤에서 발음을
놀리는 인간들은
청소부들뿐이었죠.
자신들보다 월급도 더 받고,
높은 직급의 외국인 직원을
그렇게라고 웃음거리로
만들며 자신들이 더 우월함을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이제는 더 이상 못하지 싶습니다.
내가 대놓고
“기분 나쁘고 모욕감까지
느낀다”는 표현을
했으니 말이죠.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적당히
하고 그만둬야 하는데,
역시나 서양인들은 가만히 있으니
입 없는 가마니떼기인줄
알고는 깝죽대고 머리끝까지
기어오르려고 하죠.
그동안 껄끄럽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그래서 참았던
일을 하루 사이에 두개나
해치우니 속이 다 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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