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요양원 폭력사건들.
나는 한번도
“요양원 직원이 맞았다.”는
뉴스를 본적이 없습니다.
실제로는 근무중 직원이
맞는 일이 자주 있지만
뉴스에 나오지는 않죠.
우리가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요양원 관련 폭력사건은
“두드려 팬 직원과 맞아서
골병이 든 어르신.”뿐이죠.
내 동료중 가장 심하게
맞은 경우는 약을 드리려고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문 뒤에 숨어있던 할배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여직원의 얼굴을 때린 후에
잠시 정신을 잃어 바닥에
누워버린 동료의 배 위에
올라타서는 목을 졸라
소리도 지르지 못하게
했던 일이죠.
닫힌 문 뒤에서 얼굴은
피투성이에 목까지 졸리고
있는 상황이 나는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나에게
일어날수도 있는 일이죠.
그 할배는 사건 이후
우리 요양원에서 쫓겨나
다른 요양원으로 가셨는데,
거기 요양원 직원은 어쩌남?
싶었던게 그 분을 보내는
직원들의 마음이었죠.
할배한테 맞고 목졸림까지
당했던 직원은 그후
할배들의 방에는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크게 한번 당하니
트라우마가 생겨 남자
어르신의 방에는 가능한
다른 동료를 보내죠.
며칠 전에도 간호사 K가
B할배를 간병해 드리는 중에
귓방망이를 제대로 맞아서
한 동안 얼굴을 벌건
상태로 병동을 돌아다녔죠.
아빠한테도 한대도
안 맞고 자랐었는데
치매 할배한테 싸대기를
한대를 제대로 맞고 보니
인생이 허망하게 느껴진다며
맞은 아픔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더 크다고 했었죠.
B할배는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을 하시지만 시시때때로
벌떡 일어나셔서 걸으시고,
그러다 낙상도 자주 하셔서
병원도 자주 다니셨었는데,
키도 상당히 크시고
노령이신데 힘은 장사이시죠.
기저귀를 갈아드리려고 하면
자꾸 손을 올려 직원을
때리려고 해서,
한 명은 할배 앞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있어야 하고,
두 명이 할배의 양쪽에
서서 얼른 작업을 했는데,
앞에서 할배의 손을 잡고
있는 나는 할배가 힘을
주실 때마다 내 손이 힘없이
할배의 손을 따라서
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반복했었죠.
그렇게 힘 좋으시고,
한 밤에도 방을 탈출해서
복도를 걸어 다니시며
직원을 깜짝 놀라키시던
할배가 며칠 째 침대에
누워 계시고 식사도 못하시죠.
매일 할배를 위해서
음식을 해 오시는 할매는
남편이 아무것도 못 드시니
애가 타는 모양이신데
이제 임종이 가까운
상태의 몸을 이해 못하시니
당신의 남편이 배 고프실까봐
걱정이 되시는 모양입니다.
간호사가 “음식이 잘못해서
기도로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의 위험이 있으니
음식을 드리는 것보다는
스펀지에 물을 젹셔서
입안을 촉촉하게 해드리라”
고만 했는데 할매는
그 말이 맘에 안 드셨던거죠.
할배 옆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시던 할매는
날씨가 어두워지기 전인
오후 4시경에 요양원을
떠나시다가 지층에 근무하는
나와 잠시 대화를 나눴습니다.
나는 지층에 있지만
1층에 상황도 다 알고있으니
걱정스런 얼굴로 건물을
떠나시던 할매께
한마디 드렸습니다.
“할배가 식사를 안 하신다고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임종의 마지막 단계에는)
배고픔도 목마름도 느끼지
못하시니 배 고플꺼라는
생각은 안 하셔도 되요.”
내 말에 할매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지십니다.
할매는 당신의 남편이
배고플꺼라고 생각하셔서
걱정을 하셨나 봅니다.
사람이라면 안 먹으면
배가 고프고,
안 마시면 목이 마는데
남편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니 얼마나 마음 고생이
되셨던걸까요?
뭐 대단한 말을
해드린 것도 아니고
할배는 안 드셔도
배가 고프지 않으신 상태
라고만 알려드렸을 뿐인데
그 한마디가 할매 마음의
짐을 덜어드린거 같았죠.
물론 아무것도 드시지
않는 상태라고 해서
오늘 내일 금방 임종을
하실거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렇게 며칠 잠만
주무시다가 또 벌떡
일어나시는 분들이
종종 있거든요.
어제는 야간근무를 하면서
B할배의 방을 신경써서
기웃거렸습니다.
초저녁에는 우렁찬 숨소리에
“아직도 때가 아니구나”하면서
그 방을 지나쳤었는데,
새벽녁 방 앞에서는
할배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할배 곁에 가까이 가서 숨을
쉬시는지 확인을 했었죠.
새벽에 임종을 하시게 되면
아침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그 새벽에 의사한테 전화를
해서 사망 진단을 하러
오십사 하는 전화도 해야하고,
장례 업체도 연락을 해야하고
가족에게도 연락을 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거든요.
다행히 할배는 가늘지만
숨을 쉬고 계셨고,
아침에 퇴근하기 전에는
“잘 주무셨냐”는 나의
아침 인사에 “잘 잤노라”는
대답을 하셨었죠.
B할배를 다음 번 근무에도
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B할매가 요양원 문을 나가실 때
“마지막 순간까지 아프지
않는 것이 중요하니
안 드시는 건 너무
걱정마시라”했었는데,
그말이 맞다며 평안한
얼굴로 잠만 주무시는
B할배가 아파보이지는 않아
다행이라고 하셨었죠.
남편은 떠나 보낼 준비를 하는
B할매의 맘이 편하시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 말 한마디가
그분께 위안을 드린거 같아
다행이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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