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해서 하는
야간근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시시때때로
야간근무를 해야 합니다.
보통은 야간근무자중
한명은 간호사이여야 하지만,
요즘은 인원 부족으로
간호사가 아닌 요양보호사들만
근무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나는 2명이 함께 근무하는
날에만 야간근무를 들어갑니다.
두 명이 근무한다고 해도
밤새 같이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층을
맡아서 그 곳을 지키죠.
자정이 넘어 한가한 경우라면
근무자 2명이 함께 수다를
떠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혼자 있는걸 선호합니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동료 간호사
직원들과 야간근무를 했었죠.
어제는 처음으로 나와 같은
요양보호사 동료 A와 함께
야간근무를 들어갔었는데,
그 직원의 행동을 보니
심히 실망스러웠습니다.
A는 평소 동료들의
뒷담화에 자주 등장했던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남자직원.
나보다는 딱 10살이 어린
중년의 무슬림 남성인데,
여자만큼이나 수다스럽고,
몸 대신에 입(수다?)으로
근무를 하는 부류 중 하나죠.
같은 여자였다면 동료들에게
꽤나 눈치를 받았을 텐데
같은 외국인이라도
성별이 다르니 여자인 나보다는
훨씬 더 수월하게 우리 병동에
적응을 했었죠.
주간에도 별로 맘에 안 드는
A라 야간 근무도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는 내가 맡은 층만
책임지면 된다고 생각했었죠.
https://jinny1970.tistory.com/3712
A가 나처럼 자기가
맡은 층에만 있었다면
그에게서 실망스러운 점을
찾을 수 없었을 텐데..
나에게 도움을 청해오고,
내가 근무하는 층으로
올라오는 그를 보면서
“저 인간은 앞으로도
저렇게 20년을
더 일하겠지?”하는
마음에 심난하기까지 했죠.
요양원은 보통 저녁
8시가 되면 조용합니다.
대부분은 다 주무실 시간이지만,
몇 분은 방을 벗어나서
복도를 다니시거나
호출벨을 장난감 삼아서
계속 눌러 대시는 분도 계시죠.
근무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A가 전화로 도움을 요청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B할배가 복도를 배회하고
계시는 중.
낙상 위험이 있으신 분이라
얼른 둘이서 양팔을 부축해서
B할배 방의 침대로
모셔다 드렸죠.
할배가 침대에 앉으시자 마자
A가 챙겨온 것은 “진정제”
보통 하루 세끼 식사 때마다
드시는 약 외에 어르신들마다
필요할 때 추가로 투약하는
약들이 있는데, A가 가져온
진정제도 B할배께
드릴 수 있는 약이기는 하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닌데
A는 자기가 편하려고
진정제를 투여한 거죠.
순간 “이건 아닌데..”
싶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양원에 따라서 어르신께
너무 많은 약을 투약해서
약에 취해 헤롱거리는 상태로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죠.
병동의 어르신이 유독
잠을 많이 주무시고,
멍한 상태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시면 직원들은
어르신께 처방된 약이
“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추가로 진정제를 투약하기 전에
어르신 옆에 앉아서 말로
어르신을 달래서 침대로
모시고 가는 방법도 있고,
우리 요양원도
“약을 투약하기 전에” 가능하면
“대화로 어르신의 신경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노력을 해라”
라는 지침도 있는데,
A는 자꾸 방을 탈출하는
B할배께 바로 진정제를
투약한 거죠.
혼자서 60여명을 책임지는
야간근무라면 어쩔수 없이
진정제를 드려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와 둘이 근무를 하고,
자기는 30여명만 책임지면 되는데,
잠시 시간을 내서 할배가
낙상하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던 것인지..ㅠㅠ
나는 둘이 야간근무
할 때만 투입이 되지만,
A같은 경우는 혼자서
야간근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쉽게 진정제를
투약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나 싶으면서도 마음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진정제를 투약했음에도
주무시지 않고 다시 방을
탈출해서 복도의 의자에
앉아 계신 B할배를 다시 방으로
모셔야 한다고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해왔던 A.
B할배 같은 경우는
올빼미 스타일이시라
밤에는 안 주무시고,
새벽에도 방에 가보면
할아버지는 침대에
앉아 계시는 경우가 많은데,
자라고 자꾸 침대로
밀어 넣으니 답답하신
할배가 또 나오신 거죠.
A는 이미 진정제를 투약한 상태라
할배가 금방 졸리실 텐데
복도의 의자에 앉아서
주무시게 되면
축 늘어진 상태가 되고
직원 둘이서 모시는 것이
힘들어지니 빨리 침대로
모셔갈 생각이었던 거
같은데, 안 가겠다고
버티시는 할배는 두 팔을
휘두르시고, 그런 할배를
양팔로 안으려고 하는
A옆에서 나도 얼른 할배의
뒤쪽 바지를 잡아서는
휠체어에 앉혀드린 후에
방으로 모시고 갔었죠.
애초에 진정제를 드리지
않았다면 할배가 의자에 앉아서
주무실 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복도에 나와 계신 할배 옆에
앉아서 낙상하시지 않도록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침대로 가시자”했으면
더 좋았지 않나 하는 마음에
씁쓸했습니다.
B할배도 침대로
모셔드리고, 호출벨도
없어서 조용해진 저녁 10시.
A는 내가 있는 2층에 와서는
TV가 있는 휴게실에서
누워 꿀잠을 자는지
조용했습니다.
나는 자정쯤에 각 방을 돌며
어르신들이 잘 주무시고
계신지, 혹시 낙상하신 분은
없는지 한바퀴 돈후에,
혼자 근무하는 옆 병동에서
지정한 구역도 돌아보며
기저귀를 갈아드릴 분들
다 챙겨드리고 다시 사무실에 오니
자정이 넘어 12시 20분쯤 됐는데,
여전히 자고 있는 A.
호출벨도 없으니 피곤해서
잠이 들 수는 있지만,
그래도 각방을 돌아야 하는
시간은 알람으로 맞춰 놨다가
일어나서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A는 일하러
온 것이 아니라 잠자러 온
사람 같았죠.
야간 근무라 일이 없을 때
잠시 잘 수는 있지만,
그래도 정해놓은 시간에
해야하는 일은 미루지 말고
해야 하는디..
잠자는 A를 불러서는
“자정인데 각 방에
한 바퀴 점검 확인 가야지.”
했더니만 마지못해 일어나더니
아래층으로 사라졌죠.
그후 A는 아래층 빈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는지
다시 올라오지 않았고,
혹시나 싶어서 아래층
사무실을 가보니 비어있는
상태라 역시나 내 예상은
맞는 거 같았죠.
나도 야간근무를 할 때
잠을 자기는 합니다.
자정이 넘은 후 새벽 2시쯤
잠시 눈을 붙이러 가면서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나죠.
동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야간 근무자는
가능한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도와달라 호출을
하면 그 방을 방문하고,
호출이 없다면 조용한
복도를 오락가락 하면서
혹시나 방 안에서 들릴지도
모를 도움 요청이나 낮은
신음소리를 확인하는 거죠.
A는 주간에 하는
근무도 별로였지만,
야간근무는 더 아니었습니다.
야간근무는 주간처럼
함께 근무하는 사람이 없어
혼자서 해내야 하지만,
함께 근무하며 지켜보는
사람이 없기에 근무를
개떡같이 하고,
근무시간내내
잠만 잤다고 해도
확인이 불가능하죠.
A는 앞으로 20년은 더
근무를 해야 정년퇴직을
할 텐데..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섭니다.
A의 야간근무 태도는
그동안 함께 근무한 동료들도
다 알 테니 나는 일부러
병동의 책임자에게 가서
따로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 진심을
다하면 거기서 기쁨이나
보람을 얻을 수 있을 텐데..
A는 그저 돈 때문에 일하는
부류 같아 아쉽습니다.
앞으로 남은 20년동안
A가 천천히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내가 느끼는
기쁨도 크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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