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남 3녀중 나는 셋째 딸이고,
밑으로 남동생이 하나 있죠.
뱃속에 아이가 남자라고
장담하신 목사님이 미리
이름까지 지어 놓으셨음에도
나는 고추를 달고
태어나지 못한 셋째 딸.
밑으로 남동생을 보기는 했지만,
나는 “복덩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죠.
우리 집에서 “복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둘째 언니.
사람은 태어날 때 “자기가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지만,
태어나는 순간에 집을 말아먹고
태어나는 인생도 있고,
집을 흥하게 하는 인생도 있죠.
엄마 말에 의하면
둘째 언니가 태어나던 시기에
우리집이 경제적으로 슬슬
여유가 생겼다나 뭐라나??
그래서 우리 집은 둘째 언니가
공식 “복덩이”였죠.
나는 복하고는 상관이 없는
인생 인줄 알았는데,
요즘 보니 내가 바로
“복덩이”입니다.
나는 시댁에서 참 잘 들인
복덩이 며느리입니다.
시부모님의 인색함은 질색이지만,
그분들이 나에게 하는 것처럼
똑같이 행동하지는 않죠.
며느리 생일에 단돈 50유로로
땡 치시고, 마당에서 키우는
야채들도 인색하게 나눠 주시지만,
며느리는 시부모님의 생신에도
푸짐하게 선물을 준비하고,
조금 색다른 음식을 하는 날은
시부모님 몫의 음식도 챙겨드립니다.
과한 선물을 받으시면
“나도 며느리에게 조금 넉넉하게
줘야겠다”는 생각은 못하시는 것인지
매번 같은 표현을 하십니다.
"großzügig그로스쮜긱"
푸짐하게 베푸니
인심이 좋다는 이야기죠.
며느리가 내는 인심이
부모를 닮아서 인색한 당신의
아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인심”을 내기 위해 며느리는
당신들의 짠돌이 아들과
투쟁 + 싸움 + 설득까지 해야하는
3중고가 있다는 걸
두 분은 모르시죠.
저렴한 선물로 땡 치려는 남편과
싸우면서까지 시부모님의
선물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가끔은 “네 부모지, 내 부모냐?”
할 때도 있죠.
솔직하게 말하면 시부모님은
아들에게 해준 것이 하나도
없는 분들이십니다.
자신이 받은 것이 없으니
부모에게 인색한 남편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죠.
남편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타지에서 대학교를 거쳐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집에서
도움은 하나도 받지 않았으니
아들이 돈 잘 버는 석사학위
엔지니어라고 해도
“내가 뒷바라지 했으니..”라는
말은 못하십니다.
시누이 같은 경우는 대학원까지
집에서 엄마가 해 주는 밥
먹으며 다녔으니 시부모님이
시누이가 “석사학위 법학자”가
된 것에 일조를 하셨다고
할수도 있지만 말이죠.
부모님과는 거의 대화를 안하고,
뭘 불어도 “네, 아니요”만
대답하던 아들이라 아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는
전혀 모르셨던 시부모님은
아들 내외가 들어와서
산 후부터는 며느리를 통해서
아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으셨죠.
https://jinny1970.tistory.com/1482
아들이 잠시 살러 들어왔다가
장기 거주가 되어가면서
시부모님은 아들내외에게
받는 것들이 많아졌죠.
며느리는 시시때때로
시부모님께 음식을 해서 나르고,
때가 되면 전에 받아보지 못한 선물에,
전에는 타인처럼 굴던 아들이
이제는 눈을 맞추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하죠.
시부모님은 아십니다.
며느리 때문에 아들이
변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며느리가 끊임없이 아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한다는 사실도!
혹시 그런 말 들어보신적이
있으신지?
“집에 복 있는 개 한 마리가 들어와도
그 집은 그 복으로 먹고 산다.”
그렇다고 내가 “개”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요즘은
내가 이집의 복덩이라는 기분을
들고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내가 이집에 복을 가져다 주는
참 참한 한국인 며느리가
된 거 같아서 말이죠.
이곳의 문화로 보자면
부모가 자식에게 인색하게 굴면,
자식도 딱 그만큼 부모에게 하죠.
부모가 나에게 투자한 것이 없는데,
내가 왜 부모에게 투자를 할 것이면,
부모가 베푸는 걸 본적이
없는 자식이 어떻게 부모에게
베풀 수가 있을까요?
받아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줄 생각도 안하는 아들인데,
한국인 며느리 덕에 시부모님은
당신들이 뿌리지 않은 씨앗의
결실을 보고 계십니다.
나 같은 며느리를 맞이하신것도
어쩌면 이분들이 타고나신
복이 있어서 일까요?
시부모님께 베풀어도 여전히
짠내 나시는 시부모님께
실망을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있을 때 잘해드리자”는
마음으로 두 분을 대하죠.
설오스님이 말씀하시는
늙어갈수록 복이 있는 사람의
8가지 특성.
시댁에 복덩이가 되어버린
나의 요즘을 들여다보니
내가 삶을 사는 태도가 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요즘 내가 사는 삶의 방식은
“그러려니..”
피할 수 없는 일이면
“즐기면서 하자.”
늙어가면서 내가 변한 건
사실이지만, 위에서 나열한
8가지를 다 충족하지는 못합니다.
나도 원망을 할 때가 있고,
남편에게 가끔 소리버럭으로
화를 표현 할 때도 있고,
나는 잘난 척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동료직원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고 있죠.
그 외에 몇가지 항목에는
내가 해당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능한 “좋은 것이 좋은 거다”
쪽으로 생각을 하면서 살죠.
이렇게 살다 보니 나도 누군가의
“복덩이”가 되어 있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은 요즘입니다.
늙어가면서 내 얼굴에
“삶의 찌든 때”가 아닌,
여유롭고 편안함이
묻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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