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근무하는
한사람으로서 내가 제일 불편한 말은
“요양원은 절대 가면 안되는 곳”
삶이 다할 때까지
내 집에서 편하게 살면 좋겠지만,
우리네 삶이 우리가 살고 싶은
방향으로 살아지지는 않죠.
몸이 불편해도 집에서 살면 좋겠지만,
집에서 살기에는 내 몸이
심히 불편하고, 또 나를 보살펴줄
가족도 마땅치 않다면 결국
요양원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장의 현실.
유튜브에서 내 관심을 끄는
영상을 하나 보게 됐습니다.
비참한 노후, 요양원에
안 가려면 3가지만 지켜라.
영상에서 지키라는 3가지는
우리도 다 아는 것들입니다.
1. 열심히 (근력)운동해서 건강을 지키고,
2. 건강한 음식 챙겨먹고,
정신 건강도 챙겨야 치매가
오는걸 조금 늦출 수 있고,
3. 가장 중요한건 자식들한테
신세지지 않을 만큼 돈을
모아두라는 이야기죠.
솔직히 말하면 부모가
경제적으로 윤택하다면 자식들은
끝까지 부모에게 잘합니다.
끝까지 잘 모셔야 나에게
떨어지는 것이 있으니 말이죠.
영상을 보다 보면 나오는
“한 할머니의 시”.
할머니의 외침 같은 시에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한사람으로서 대답을 해봅니다.
할머니의 입장과는 달리
할머니를 간병해드리는 직원의
입장이라 적절한 대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보겠습니다.
간호사님들, 무엇을 보시나요.
댁들이 저를 볼 때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라 생각하죠)
현명하지 않고, 변덕스러운 성질과
초점 없는 눈을 가진 투정이나
부리는 늙은 노인으로 보시겠지요.
(나이가 들면 몸의 기능들이
하나씩 쇠퇴하게 되고,
원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이시라 도움이 필요하셔서
요양원에 오신 분들 중
한 분이라 생각합니다.)
음식을 흘린다고 핀잔을 주고
대체 왜 대답을 빨리 못하냐고
큰 소리로 말할 때면 전 정말
당신들이 조금 더 노력해
주기를 원했습니다.
(음식을 먹다 보면 흘릴 수도 있고,
그럴 때는 성인용 턱받이가
있으니 요청하시면 되고,
직원들의 목소리가 큰 것은
소리를 질러서가 아니라
청력이 안좋은 분들이 많으셔서
톤을 조금 높인 것이랍니다.
요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서
그런 것이지 절대 어르신께
소리를 지르는 건 아니에요.
- 전 집에서도 남편이
‘왜 소리를 지르냐?’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ㅠㅠ)
당신들이 귀찮다고 나를 때리고
함부로 대할 때는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로
저는 정말 용기를 내어
헛손질이나마 싸우고
싶었던 것이랍니다.
(혹시 직원이 잘못해서
때리시는 거라면 달게 받겠지만,
젖은 기저귀랑 잠옷
안 갈아입으시겠다고
직원의 팔을 꼬집고, 발로 차고,
물어뜯으시면 직원도 아프답니다.
직원의 도움을 거절하지 마시고
제발 받아주시길 바래요.)
댁들이 하는 일도
못 알아차리는 것 같이 보이고
양말이나 신발 한 짝을
항상 잃어버리는 바보 같은
늙은 노인으로 밖에는 안 보였나요.
(모든 것을 스스로 하실 수
있으셨다면 댁에 사셨겠지요.
양말이나 신발은 아직 젊은
우리도 잃어버릴 수 있는 일이라
그런 것 때문에 어르신을
얕잡아 보지는 않습니다.)
내가 저항을 하든 말든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목욕을 시킬 때도 설거지통
그릇만도 못하고 댓돌 만도 못한
나의 몸뚱이에 눈물도 쏟아냈지만
흐르는 물에 감추어져 당신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요.
(요양원에 사시면 1주일에
한번 정도는 목욕을 하셔야 합니다.
당신들의 몸이 내 몸이 아니라
나는 조심한다고 해도 가끔은
당신들을 아프게 합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닌
그냥 먹여주는 댁들의
눈에는 내가 가축보다 못난
노인으로 비추어졌나 봅니다.
(음식을 먹여드리며 직원인
나도 함께 식사를 하면 좋겠지만,
제가 근무하는 요양원에서는
직원은 취식 금지이고,
한 입, 한 입 먹여드릴 때마다
목에서 잘 넘기시는지
신경 써서 봐야하는 것이
저의 일이라 음식을 먹여드리며
쳐다보는 것이니
“동물원 원숭이”라는
생각은 말아주세요.)
댁들은 저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나요.
당신들은 저를 정말
그런 식으로 보는 건가요.
(절대 당신을 불쌍한
노인이라 생각하지 않고,
귀찮는 존재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내가 돈을 벌고 있는걸요.)
제 팔에 든 수많은 멍 자국들이
당신들 눈에는 망가진 보라색
도라지 꽃으로 보이던가요.
(수많은 주사바늘 자국들이
멍으로 올라오고,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하실 때
살짝 팔뚝을 잡았는데,
피부가 너무 얇아서 그것이
멍으로 올라오면 그것을 볼 때마다
죄송하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계시게 할 수는 없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죠. ㅠㅠ)
간호사님들,
그렇다면 이제 눈을 뜨고
그런 식으로 저를 보지 말아주세요.
이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나의 의지는 상실되어 댁들이
지시한대로 행동하고 나의
의지가 아닌 댁들의 의지대로 먹고
온몸에 멍이 들어도 아픔을
삭혀야 되었던 제가 누구인지
말하겠습니다.
(직원들도 당신이 인간으로서
최소한 누려야 하는
것 들을 해드립니다.
씻겨드리고, 먹여드리고,
침대가 아닌 휠체어에 앉아서
바깥 구경도 해 드리려고 하죠.)
제가 열살 어린 아이였을 때
사랑하는 아버지도 있었고,
사랑하는 어머니도 있었고
형제들도, 자매들도 있었답니다.
열여섯이 되었을 때 발에
날개를 달고 이제 곧 사랑할
사람을 만나러 다녔답니다.
20살에 사랑을 만나고
25살에 나이 낳고
30살에 자녀들 성장 행복
40살 아들딸 성장 출가
50살 직장인 손주. 인생의 맛
시체와도 같은 이 늙은이의
속에는 아직도 어린애 같은 마음은
살아있어 가끔씩은 다 망가진
이 가슴도 부풀어 오를 때가 있답니다.
(직원들은 당신의 기억력에
도움이 될까 당신이
살아오신 인생을 여쭤봅니다.
당신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
가슴 떨렸던 첫사랑,
하나 둘 낳아 기르신 자식들에
손주이야기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당신 옆에
앉아서 당신의 기억을 더듬어
드리려고 합니다.)
이제 사람들이여 눈을 뜨세요.
투정이나 부리는 늙은이로 보지말고
좀 더 자세히 나를 봐주세요.
(나의 부모도
당신 같은 늙은이이고,
나도 늙어가고 있으니
나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거라
당신의 모습에서 내 미래를 봅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아니나
아버지일수도 있고,
당신의 어머니는 아니나,
어머니일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내 부모는 아니지만,
나도 늙어가고 당신이
나와는 상관없는 타인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냥 가축에게
모이를 주듯 하지 마세요.
그냥 먹고 싶습니다.
(혼자 드실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먹여드리는 것인데,
제가 조금 소홀했다면 죄송합니다
. 앞으로 한입 한 입 드릴 때
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멍들게 하지 마세요.
가슴속에 멍을 안고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
(피부가 얇으셔서 살짝만
만져도 멍이 올라오니
가능한 조심하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계시라 할수 없는 것이 직원이라..
더 조심해보겠습니다.)
사는 동안에 하나뿐인
나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당신이 요양원에서 사신다고,
가족의 방문이 뜸하다고,
당신을 무시하거나
짐짝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직원들은 어르신들을
한 분 한 분 간병 해 드리는 것이 일이고,
또 간병을 해 드려야 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시간내 마쳐야 해서 서둘다 보면
인간이 아닌 짐짝 취급같이
소홀한 대접을 받으신다
느낄 수도 있으시겠지요.
하지만 직원도 자신이 할수 있는
최선과 정성을 다해서
당신을 만지고, 대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양원의 직원은
당신의 자식이 아니라 당신을
원하시는 만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사랑스런 눈길을 드리지 못합니다.
돈을 벌기위해 왔지만
그래도 근무중에는 마음을
다해 일하려고 노력을 하는
타인이라 생각하시면
당신의 기대치가 조금
더 낮아질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당신이 지금 사시는
요양원이 비참한 곳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직원들도 나를 막 대하는
사람들이라 생각지 마시고,
직원의 이름을 불러주고,
직원의 작은 도움에도 웃으며
“감사”하다 하시면 요양원도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쏠쏠했던 부활절 선물들 (35) | 2024.04.05 |
---|---|
날 떨게 하는 4일 줄줄이 근무 (39) | 2024.03.30 |
나는 외톨이 (42) | 2024.03.26 |
동료가 거짓말을 하거나 말거나, (47) | 2023.12.05 |
요양원으로의 짧은 휴가 (30) | 2023.11.29 |
다시 만날 때까지 (36) | 2023.11.07 |
요양원에서 만나는 당신의 복불복 (48) | 2023.10.20 |
요양원에서 사용하는 장갑에 진심인 나 (45) | 2023.10.12 |
내 동료의 갑질 (44) | 2023.10.02 |
요양원내 성폭행, 직원들은 알고 있을까? (39) | 2023.09.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