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부모의 사랑을 두고
나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
어딘가에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뒤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형제는 나와 피를 나눈 사람들로,
평생을 나와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남들에게 말 못하는 내 비밀을
공유할 수 있고, 내가 다른 사람의
심한 뒷담화를 해도 내가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까 걱정할
필요 없는 끝까지 내 편인 사람들인데,
나와 경쟁을 하는 사이라니!
나는 1남3녀의 셋째 딸로
남동생 하나에 위로 두 언니가 있죠.
엄마가 필요한 청소년기에
엄마와 떨어져 살 때,
두 언니는 나를 지켜주고
돌봐주던 엄마 같은 존재들이었고,
언니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나도 내동생에게는 내가 받은 것처럼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내 혈육이 잘되면 나도 정말 기쁘고,
행복하고, 그럴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내가 잘되면 제일 배 아파하는
사람은 “사촌”이 아닌 “내 형제”랍니다.
“같은 배에서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랐는데, 나는 이 모양 이꼴인데,
왜 내 언니/동생은 나보다
더 잘사는 것인지.. “
“학교 다닐 때는 형제들 중에서
제일 공부도 못했고, 생긴 것도
나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데,
내 언니/동생은 무슨 복이 있어서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서
호강하며 사는 것인지..”
내가 더 잘산다고 내 형제가
나를 질투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내가 잘 살면 언니가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내가 잘 살아서 오히려
질투를 한다니 이것이
정말 실화인 것인지..
내 지인이 노년이 코앞인데
경제적으로 팍팍하게 사는 언니가
안스러워서 이런 말을 했더랍니다.
“언니는 힘들게 사는데,
나는 이렇게 (여유롭게) 살고 있어.
언니나 나나 (어릴 때) 살아온 환경은
같은데 나는 무슨 복에 이렇게
잘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네가 내 복까지
다 가져가 버렸나 보지.”
언니가 힘들게 사는 것이
안타까운 동생이 한 말이었는데,
언니는 자신의 복을 동생이
가져가 버려서 동생은 잘 살고,
자신은 못 산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동생에게 이렇게 가시돋힌
말을 한 것이겠죠?
외국인 남편을 만나서
외국에서 산다고 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 행복한 건 아닌데..
외국인 남편과 살면서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힘들고,
힘든 외국살이를 하면서도
마음 털어놓을 곳도 없고,
친구도 없어서 더 외롭고,
더 힘든 순간이 많은데..
외국에 살면서 이웃 나라로
여행 다니는 모습만 보고는 자신보다
더 잘 살아서 배가 아픈 언니인가 봅니다.
동생이 나보다 더 잘 살면
질투하는 언니들만 있는줄 알았는데,
동생을 질투가 아닌 부러움으로
봐주는 언니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지인의 캠핑장!
독일인 남편과 필리핀 아내가 운영하는 곳이죠,
자신의 동생이 뉴질랜드로
여행을 온다고 하면서 자신의
여동생 이야기를 해주는 여주인장.
“내 동생은 영국 남자랑
런던에 사는데 집이 세채야.
하나는 필리핀, 하나는 영국
또 하나는 테레리페에 있고..”
첫마디에 그녀의 부러움이 묻어났습니다.
휴양지 섬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니
꽤 부자인 여동생이네요.
“내 동생 남편은 올해 56살로,
큰 회사의 CEO인데, 이제는 여행이나
하면서 살겠다고 은퇴를 했어.”
요즘은 65살이 은퇴를
할 수 있는 나이지만, 능력이 된다면
일찍 은퇴를 하는 사람도 있죠.
집이 세 채나 된다니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다는 이야기겠죠.
“내 여동생은 결혼해서
지금까지 일을 해본 적이 없어.”
자신은 19살때부터 외국으로
떠돌며 돈 벌어서 필리핀으로
보내기 바빴는데, 자신의 여동생은
무슨 팔자에 영국 남자 만나서
자신처럼 고생하지 않고 우아하게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인거죠.
그녀의 여동생이 오기전 며칠 전부터
그녀는 여동생 이야기만 했습니다.
자신은 뉴질랜드의 촌구석에서
손님도 거의 찾지않는
캠핑장을 지키고 있는데,
자신의 여동생은 남편이랑
필리핀 찍고, 호주 찍고,
뉴질랜드 왔다가 타히티 찍고,
미국의 마이애미에서
이번 여행을 끝낸다나 뭐라나???
결혼해서 일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으니
매달 필리핀에 있는 엄마의 용돈은
남편이 번 돈에서 보냈던 모양인데,
내 생각에는 그녀의 여동생도 그렇게
편한 삶을 살아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서양인들은 “내 돈, 네 돈”을
구분하는 인간들이라 내가 벌어온 돈을
마눌이 친정 엄마 용돈으로 주는 걸
기분 좋게 허락해줄 사위들은 없거든요.
며칠 동안 계속 들은 그녀의
여동생이야기라, 실제로 그녀의
여동생이 캠핑장에 왔을 때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만난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죠.
캠핑장 여주인보다 키도 크고,
더 푸짐한 몸매의 여동생은
얼굴에서 여유가 보였습니다.
편안한 인상이 그녀의 넉넉한
삶을 말해주는듯 했지만,
큰 회사 CEO였다는 그녀의 제부는
내가 생각한 그런 전형적인(=키 크고 멋진)
CEO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땅딸막하고
배가 볼록 나온 아저씨였죠.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그 사람의
가진 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내가 그동안 들으면서 상상한
것과는 차이가 약간 있었습니다.
“남들이 앉았던 화장실의 변기에
앉기 싫어서 화장실이 딸린 캠핑카를 렌트”
해 온다고 들었는데,
그들이 타고 온 건 빨간 소형차라
조금 당황했고(돈 많은 부자라며?),
뉴질랜드 여행 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처형네 집에 방문을 하는 건데
자신들이 먹을 식품을 장 봐오면서
처형의 선물이라고 “청경채” 한 단을
내미는 건 영국식 농담인 것인지..
사실 캠핑장 여주인도 나름
여유 있는 삶을 살고있습니다.
주변에 필리핀 사람들이 많아서
그녀는 언제나 따갈(로그)거리면서
수다를 떨수 있으니 타국살이의 외로움을
수다로 풀어버릴 수 있고,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뭘 하던
별로 관여를 안하니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 없고, 장사가 안되는 캠핑장이지만,
남편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며 집이니
따로 월세를 낼 필요가 없고!
몇 달 전에는 필리핀 친정어머니가
사는 곳에 자신의 집을 짓는다고
4달이나 머물면서 집을 완성했고,
지금은 그곳에 친정 엄마와
조카가 살고 있다고 했죠.
동생은 집이 세 채라고 부러워했지만,
그녀도 이제는 필리핀에 새 집까지
지었으니 여동생 못지않게 부자인데..
사실 들여다보면 자기가 가진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는데, 자
신의 것을 보지 못하고, 상대방의 것만
보다 보니 자신은 한없이
작은 존재로 느껴지나 봅니다.
원래 남의 손에 쥔 떡이 내 손의
떡보다 더 커 보이는 법인데 말이죠.
그래도 필리핀 아낙은 선한 사람이라
동생의 부유함을 부러워하는 선이었습니다.
동생을 시기, 질투하면서
“나보다 더 나은 것도 없는데, 무슨 복에..”하는
따위의 악의가 담긴 말을 했더라면
내가 그녀에게 실망 했을텐데...
어쩌면 그녀가 했던 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부러움’이 아니라 잘사는 동생
“자랑”이야기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동생이 잘살고 있어서 고맙고,
잘 살아줘서 고마운
언니의 그런 마음 말이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뉴질랜드 > 뉴질랜드 생활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질랜드 피쉬엔 칩스 주문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 (9) | 2023.01.31 |
---|---|
원님덕에 부는 나발, 뉴질랜드 캠핑장에서 만드는 양배추 김치 (10) | 2023.01.29 |
럭셔리한 삶을 사는 여자를 만나다. (11) | 2023.01.27 |
내가 앓은 손바느질 후유증, 뭉툭한 바늘이 원인. (14) | 2023.01.25 |
참 괜찮은 뉴질랜드 무료 가이드북, AA Traveller Must do's (12) | 2023.01.23 |
서로 다른 기억 속의 과거 이야기 (14) | 2023.01.19 |
나의 인절미는 진화한다, 대추야자 앙꼬 인절미 (16) | 2023.01.17 |
평안했던 내 생일날 하루 (32) | 2023.01.15 |
날 웃게 만드는 남편의 행동 (12) | 2023.01.13 |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보낸 12일간의 일정. (4) | 2023.0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