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중에 하나는 날씨!
비 오는 날은 모든 것이 힘들어집니다.
사진을 찍어도 예쁘게 나오지도
않거니와, 뭔가를 구경하는 것도,
어디를 가는 것도 힘들어지죠.
그나마 차가 큰 캠핑카 같은 경우는
차 안이 넓으니 밖에서 비가 오거나
말거나 차 안에서 산뜻하게 있을 수 있지만,
차가 작은 경우나 텐트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힘든 날입니다.
스테이션 웨건(일반 자동차보다
뒤쪽이 조금 더 길게 나온 차)으로 여행중인
우리부부에게 힘든 날도 바로 비 오는 날!
우리는 저녁이면 좌석을 앞으로 밀어
약간의 공간을 확보한 후에 나무판자를 펴서
침대를 만든 후에 포개 놨던
매트리스를 펴서 침대를 만드는데,
일단 비가오면 잠잘 준비를 하느라
차문을 열면 양쪽 문쪽의
매트리스와 이불이 젖어버리죠.
그래서 비 오는 날은 어딘가를
이동하는 것보다는 그냥 “정지”
상태이기를 원합니다.
이동을 하지 않으면 침대를
접을 필요가 없으니 침대를
그대로 두는 것을 선호하지만,
이동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침대를 접어야 하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차 안에서 자도 상관이 없는데,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하는 버릇이 있는
남편이 웬일인지 홀리데이파크의
“캐빈”이야기를 했습니다.
홀리데이파크의 캐빈은
캠핑사이트 가격의 거의 2배라
사실 캠핑여행자에게 캐빈 숙박은
일종의 사치인데..
남편이 그 사치를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호텔급 모텔에서 숙박을 하고
나온지도 얼마 안됐는디..
https://jinny1970.tistory.com/3744
이번에는 얼마짜리
럭셔리를 즐기시려나 했는데,
남편의 말하는 금액이 내 상상 이하의
가격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뭐시여? 캐빈 가격이 45불이라고?
캠핑 사이트 가격 아니야?”
“아니야, 전기가 없는 캐빈이라 저렴한 거 같아.”
“무슨 소리야,
전기 없는 텐트사이트가 40불인데,
5불만 더 주면 방을 준다니..”
“나중에 봐, 내 말이 진실인 거 알게 될꺼야.”
남편 말대로 전기가 안 들어오는
캐빈이 정말 45불입니다.
이 캠핑장 같은 경우는
전기가 없는 사이트가 (2인기준) 32불,
전기가 있는 사이트는 40불인데,
캐빈은 45불.
우리 같은 경우는 굳이 전기가 필요 없으니
32불짜리 사이트를 선택하면 되지만,
13불만 더 주면 방에서 잘 수 있다니
살짝 마음이 동하기는 합니다.^^
비 오는 날은 지붕이 있는 곳이
최고의 잠자리죠.
나는 보지도 않고 Non powered cabin.
전기가 안 들어오는 캐빈을 찜 했는데,
남편의 생각은 조금 달랐죠.
“전기가 있는 캐빈은 75불인데,
TV에 테이블도 있고, 전기도 있으니
거기서 필요한 거 충전하자.”
일단 넌파워드 캐빈과 일반 캐빈의
시설이 얼마나 다른지 보고 결정하자고
캠핑장에 도착해서 확인을 해보니
역시 가격 차이가 나는 시설입니다.
45불짜리 넌파워드 캐빈은
나무로 만든 상자로 조금 연식이
되어보기이는 하지만, 일단 지붕이 있으니
비 오는 날은 감사한 잠자리인거죠.
가격에 반해서 일단 찜 해놓고
첵인 하기에는 너무 이른 오전 11시경에
방을 보여달라고 하니 바쁘신 주인장께서는
우리에게 열쇠를 주시며 맘껏 구경하라 하십니다.
그래서 일단 찾아가서 방을 열어보니
역시나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방에서 냄새가 확 올라옵니다.
곰팡이 냄새 같기도 하고…
가격을 보자면 당장에
찜 해야 할거 같은데,
냄새가 날 갈등하게 합니다.
마눌의 갈등을 눈치챈 것인지
남편이 얼른 마눌의 손을 잡아 끌었죠.
전기도 있고, 깔끔한 시설에
깨끗하게 세탁된 침대보에 이불까지.
역시 값어치를 하는 스탠다드 캐빈입니다.
가격차이가 조금 나지만
냄새 나는 넌파워드 캐빈보다는
스탠다드 캐빈이 내 맘에 와서
쏙 박히는 순간이었죠.^^
우리가 첵인 할 때만 해도 구름이 낀
날씨여서 비가 오다가 말거 같은데,
유난스럽게 캐빈 방을 잡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그날 오후부터 비가 엄청나게 왔습니다.
쉼없이 내리는 비는 밤새도록 이어졌고,
비가 올거라고 미리 방을 잡은
남편의 선견지명에 감탄을 했죠.
남편이 이래서 매일 일기예보를
위성사진까지 살펴가면서
확인했었나 봅니다.
위성사진에 우리가 머무는 지역에
구름이 넓게 드리워져 있어서
남편이 방을 잡았던 모양입니다.
우리는 안락한 방에서 오후 시간도 보냈고,
뽀송하게 따뜻한 밤도 샜지만,
전날 캠핑장 산책을 하다가
캠핑사이트에 주차된 자전거 두대와
작은 텐트가 생각이 나서 다음날 아침
일찍 캠핑장을 한바퀴 돌아봤죠.
자전거 여행자는 저 작은 텐트에서
밤새 비 오는 추운 밤을 지낸 모양입니다.
텐트 사이트는 32불이고,
넌파워드 캐빈의 가격이 45불이니
13불만 더 내면 지붕 있는 따뜻한
방에서 밤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남의 일인데 내가 괜히 안타까웠죠.
자전거 여행자는
두 다리로 여행하는 사람들이라,
자신의 몸이 여행의 원동력이고,
그래서 일반 여행자들보다 더 잘 먹어야 하고,
더 편한 곳에서 잘 자야 하는데,
밤새 떨면서 웅크리고 잠을 잤을
텐트 속의 자전거 여행자.
얼굴조차 본적이 없는 자전거 여행자들의
텐트를 보면서 맘이 짠했습니다.
“캐빈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나 보지.
넌파워드 캐빈의 가격을 알았다면
추운 밖에서 떨면서 잠을 자지는
않았을텐데..”
캠핑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숙박이
가능하지만, 보통은 캐빈과 캠핑사이트의
가격 차이가 많이 나니
“당연히 비쌀꺼야”라고 생각을 하게 되죠.
남편은 캠핑장에 들어갈 때마다
“캠핑 사이트 & 캐빈 가격”묻습니다.
우리는 캠핑사이트에 머물건데,
남편은 왜 매번 “캐빈 가격”도
같이 묻는지 의아했었는데,
가끔은 우리의 예상을 뒤집는
착한 가격을 만날수도 있기에
남편은 매번 그렇게 물었나봅니다.
자전거 여행자가 넌파워드 캐빈의
가격을 알고도 텐트 사이트를
선택했을수도 있겠지만,
하루종일 페달을 밟는 여행을 하는데,
밤새 떨면서 추운밤을 보냈을
얼굴 모르는 자전거 여행자에게
마음이 쓰이는 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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