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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이건 싸운걸까 만걸까? 우리의 부부싸움

by 프라우지니 202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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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해를 했습니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남편이

짜증을 내는 거라고!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이

거래처 회사와 인터넷 화상회의를

하고 있는데,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으니 속이 터질 일!

 

주방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마눌 때문인가 싶어 올라와보니

마눌은 요리를 하느라

인터넷 사용을 안하고 있는 상태.

 

화난 상태에 화장실에 갔다가

남편이 폭발을 했습니다.

 

내가 화장실 물탱크에 넣어놓은

작은 티백 주머니 때문에 말이죠.

 

 

내가 만든 소다치약폭탄들 (좌: 이번에 만든것, 우: 전에 만들어놨던 소다치약 폭탄)

 

인터넷에서 보고 따라해봤던

화장실 물통 청소하는 법.

 

치약을 여러 군데 가위질해서

물통 안에 넣어두면 저절로

청소가 된다고 했었는데..

 

청소가 된다는 느낌보다는

물통 안에 넣어뒀던 가위질 당한 치약에

곰팡이 같이 검은 것들이 생겨서

이건 탈락했고!

 

두번째로 해본 것은 치약과 소다를

반죽해서 공 모양으로 만들어

티백에 넣어서 걸어 두기.

 

지난번에 티백 2개를 잘 묶어서

변기 물통 안에 걸어 놨었는데,

물통 안에 있던 고무패킹이 망가졌죠.

 

내 생각에는 우리가 이사 와서도 8년이니,

적어도 10년은 전에 설치됐던 제품이라

사용할 만큼 사용해서 물 내려가는 부분이

고장 난 것이라 생각했지만,

 

자신이 생각한대로 믿는

남편이 말하는 고장의 원인은

마눌의 소다 치약 폭탄때문!

 

소다와 치약을 버무려 놓은 폭탄의 무게가

얼마나 나간다고 그것 때문에 고무패킹이

고장이 났겠냐마는 그렇게 믿는

남편의 생각을 바꿀 수 없으니 포기.

 

 

 

구식 모델이라 변기통 안에

고무 패킹만 구매를 하지 못해서

변기 물통을 통째로 교체를 했었습니다.

 

바로 몇 달 전에!

 

그렇게 우리 집 화장실의 변기 뒤에

달린 물통은 완전 새 겻인데,

 

내가 만들어 놨던 폭탄이 아직 남았으니

물통의 뚜껑을 열어서 폭탄 2개를

고무줄에 묶어서 설치를 끝냈죠.

 

소다와 치약이 물에 녹으면서

변기를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만들어 놓은 것은 다 소비를

해야하니 몇 달 만에 살짝 넣었더니만,

인터넷 때문에 열 받았던 남편이

물통 속의 폭탄을 찾았습니다.

 

물통 안에 있던 소다 치약 폭탄은

물에 많이 녹은 상태로

티백에 담겨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와서는

주방 바닥에 패대기 치는 남편!

 

(남편 생각에는) 마눌의 소다 폭탄 때문에

변기 물통을 새로 갈아치웠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런 짓을 하니 짜증이 난거죠.

 

남편이 패대기친 소다치약폭탄이

하필이면 내 바지쪽으로 튀어서

나는 남편을 쳐다만 봤습니다.

 

남편이 화가 난 것은 알겠는데,

마누라 바지에 폭탄을 투척하면 안되죠.

 

이거 지금 뭐하는 거야?

내 바지에 이거 뭐지?”

 

나의 한마디에 남편이 후딱

마른 수건을 갖다가 내 바지에 묻은

폭탄을 제거하는 걸 봐서는

자기도 너무 갔다고 생각하는듯..

 

내 바지를 닦아주고 남편은

다시 일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점심시간 무렵이라 나는 하던 요리를

마쳐서는 남편 것은 옆에 나두고,

내 몫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시간인데 마눌에게 짜증낸 것이

미안해서 자기 점심을 가지러는

못 오나보다하고는 나 혼자 점심을

잘 먹고 있는데 갑자기 마당에 있던

차가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방에 가봤더니만 남편의 회사

노트북이 안 보입니다.

 

남편은 중요한 회의를 계속해야 하니

인터넷 팡팡 잘 터지는 회사로

달려간 모양입니다.

 

그깟 변기 물통이 얼마나 한다고,

망가지면 내가 사주면 되지,

그렇다고 그렇게 짜증을 내냐?”

 

남편은 가고 없는데

나 혼자 궁시렁 궁시렁~

 

지난번 변기 물통을 바꾼 것이

내 소다 치약 폭탄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 나는 이번에도

남편이 과민반응을 했다고 생각을 했죠.

 

이번에 변기통을 다 갈아치우면서

150유로 정도 들기는 했지만,

정말로 고장의 원인이 나에게 있었다면

기꺼이 낼 수 있는 비용입니다만,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폭탄을

던져버린 남편은 이해가 안됐죠.

 

회의를 해야하는데 인터넷 접속이

개판이니 짜증이 나는 건 이해를 하지만,

 

남편이 낸 화는 소다 폭탄 2개가 아닌

200개 분량!

 

 

 

남편이 화를 내고 나간 후에

급 우울해진 나는 침대에 가서 잤습니다.

 

평소에는 우울한 거 잘 모르고

잘 먹고 잘 노는 인간형인데,

 

내가 이곳에서 의지하는 단 한사람,

남편과 문제가 생기면 나의 우울증은

쓰나미처럼 몰려들죠.

 

남편이 집 나간 시간, 오후 1시경!

내가 침대에 드러누운 시간, 오후 2.

 

우울하니 자다가 깨면

그냥 침대에 누워서 TV를 보다가 또 자고!

4시간을 삐쳤습니다.

 

저녁 6시가 됐는데 남편이 안 옵니다.

 

화내고 갔으니 내가 먼저

전화하는 건 웃기고,

그래서 기다리는데 남편은 안 오고!

 

후딱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왔습니다.

 

저녁 늦게 집에 왔는데,

집에 불은 다 꺼져 있고,

마눌도 없으면 급걱정을 하겠죠?

그걸 노렸습니다.

 

 

내가 헤맨 거리는 파란줄로 이렇게 남았습니다.

 

친구도 없고, 갈 데도 없는 아낙이라

저녁 6시가 넘은 시간에 컴컴한

우리동네 주택가를 돌고 또 돌았습니다.

 

가능한 집이 보이는 거리까지 와서는

남편 차가 있나 확인하고,

다시 한바퀴를 돌고,

남편이 왔나 확인하고!

 

40분 넘게 단지 내를 돌면서

보고 또 봐도 남편은 오지 않고!

 

결국은 지쳐서 그냥 집에 들어가려고

집에 들어오니 남편 차가 오는 소리가 납니다.

 

남편 걱정시키려고 집 나왔는데,

남편이 들어오기 바로 직전에 들어가면

남편은 내가 집을 나갔었다는 사실 조차

모르니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고!

 

잽싸게 우리 집 건물 뒤로 숨었습니다.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침실의 불을 켜고,

지하실에 뭔가를 갖다 놓으려고 내려 갔을 때

잽싸게 집을 탈출했습니다.ㅋㅋㅋ

 

남편이 집에 왔으니 이제 한두 바퀴만

더 돌다가 들어가면 되는 거죠!

 

그렇게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에 가서

작은 철봉에 다리를 떠걸고 운동을 하고

팔도 접었다 폈다를 하다가 집에 왔습니다.

 

마눌이 집에 오니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베이비

 

남편은 베이비한마디에도

백 가지의 뜻을 전하는 언어의 마술사.

 

 

 

남편의 표정과 말투에서 남편은 이미

다 풀렸다는 걸 알았으니

한마디 했습니다.

 

나한테 할 말 없어?”

 

?”

 

할말 있잖아

 

“……”

 

미안하다고 해야지

 

내가 왜?”

 

마눌한테 소리를 치고, 폭탄을 던지면 안되지.

당신이 인터넷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이해를 하지만, 그것이 나 때문은 아니잖아.”

 

이번에 물통 바꿨는데, 당신 때문에

또 망가지면 당신이 돈 낼꺼야?”

 

내가 망가뜨리면 내가 낼께,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화를 낸 다음에는 못 내지.

내가 말했잖아,

말로 상처를 주는 것이 가장 안 좋은 방법이라고.

그깟 돈 몇 푼 때문에

마눌을 슬프게 하면 안되지.”

 

내가 잘못했어.”

 

그리고 또 잘못했다고 해야지.”

 

?”

 

어딜가면 간다고 말을 하고 가야지.

그냥 그렇게 사라지면 당신 마누라가

걱정을 하니 안하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전화를 하면 되잖아.”

 

당신 같으면 성질 내고 나간

인간한테 전화하고 싶겠냐?”

 

그럼 당신도 잘못했다고 해야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당신이 집에 없어서 날 걱정시켰잖아.”

 

마눌이 집에 없으니

걱정을 하기는 했던 모양입니다.

 

 

 

하루의 마무리는 잘잘못을 가려야 하니

마눌의 남편 교육 시작~

 

앞으로는 그러지마!

당신이 일하는 동안에 일어난

인터넷 불량은 내 책임이 아닌데,

그것 때문에 나한테 짜증을 내면 안되지,

그리고 물통에 소다폭탄이 신경 쓰이면

그냥 꺼내놓으면 되지 그걸 바닥에

그렇게 내동댕이 치면 어떡해?

그것 때문에 물통이 고장 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이 넣지 말라고 하니까 앞으로는

안 넣을께. 당신도 조심해!”

 

우리부부의 소소한 전투,

아니 남편의 반란은 이렇게

마무리 했습니다.

 

나도 고치지 못하는

내 성격의 모난 부분이 있듯이,

남편도 개조할 수 없는 자신만의

정신세계가 있으니 이번에도 약간의

교육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남편은 마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자꾸 잊는 모양입니다.

 

돈 몇 푼 아끼는 것보다는

마눌의 정신건강을지켜주는 것이

함께 백년해로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걸 자주 알려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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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이어지는 봄날의 도나우강변 자전거 투어입니다.

 

https://youtu.be/xXnVwBIaj_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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