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시시때때로 집에서
코로나 항원 테스트를 합니다.
보통은 “테니스를 치러 가던가”등의
이유로 혼자서 하는데..
지난 크리스마스 때에는
시부모님이 사시는 건물에 들어갈 때
부부가 나란히 항원테스트를 했었죠.
남편은 자기 몸이 조금만
이상하면 마눌을 의심합니다.
내가 요양원에서 병균을
가지고 왔다고 생각하죠.
마눌이 재채기를 하면
“오미크론 증상”이라고 하고,
자기가 콧물이 나는 것도 마눌이
가지고 온 "오미크론”이라고 하고!
남편은 시시때때로 마눌에게
이상한 억지를 씁니다.
마눌이 열 받아서 뒤집어지는 것이
그리 보기 좋은가?
1년에 한두 번 독감으로
앓는 것은 본인인데,
왜 콧물이 난나고 마눌을 의심하누?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주방에 올라오니
마눌 뒤를 따라서 남편이 요란스럽게
올라오며 뭔가를 내밉니다.
자기 몸이 이상하다고 또
“코로나 항원 검사”를 했던 모양인데..
남편이 내미는 스틱을 보니
빨간 줄이 두개.
처음 봤다, 두개의 줄은.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항원테스트가 수십 번이지만,
나는 본적이 없는 두 줄입니다.
빨간 두 줄을 보는 찰나의 순간 내가 했던 생각!
“나 내일 근무 가야 하는디…”
남편이 양성이면 나도 더불어서
양성일 가능성이 있으니
출근을 하면 안되고,
그렇게 되면 회사에서는
갑작스럽게 다른 직원을 섭외해야 하는디?
이런 걱정을 하면서
남편이 건내 준 스틱을 자세히 보니..
빨간 두 줄중 두번째 둘은
진짜가 아니라 남편이 빨간 사인펜으로[
그어서 만들었네요.
참 개구쟁이 남편다운 발상입니다.
이런 걸로 마눌을 놀래 주고 싶었남?
연중행사로 독감을 앓는 남편이라
콧물도 나고 재채기도 한다고 해서
“또 그분이 오시나 부다”했는데,
여전히 “오미크론”이라고 우기는 남편.
독감에는 잘 먹고 잘 쉬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준비한 남편의 과일 간식.
우리 집에 있는 모든 과일들을
다 불러모았습니다.
사과, 감, 바나나, 블러드오렌지,
포멜로, 2종 포도, 키위에 석류까지.
이 정도면 충분한 비타민 섭취는
가능할거 같으니일단 만족!
아프면 병가를 내야하는데,
남편은 일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어제 근무를 했고,
내일도 근무를 해야하는
샌드위치 데이 근무중이라
조금 더 잠을 자야하는 내 귀에 들리는
남편의 “영어 화상 회의”
독감이 오시는 중이라
오늘은 머리까지 지끈거린다면서도
외국어로 회의까지 하고 있는
남편의 뒤통수를 보니
괜히 짠해지는 내 마음.
점심은 따뜻한 것을 해줘야 할거 같아
냉동실에 있는 불고기 버거 패티를 하나
꺼내서 뚝배기 불고기로 승화를 시켰습니다.
아픈 거 같으니 야채도 듬뿍 넣고,
거기에 얇은 녹두면까지!
뚝배기에 요리를 하면
끝까지 따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구석에 처박아줬던 뚝배기까지 출동 시켰죠.
보통 12시부터 30분동안이 점심 시간인데,
오늘은 회의 때문에 30분 늦은 시간에
식사를 하겠다는 남편의 요구에 따라서
시간에 맞춰서 요리를 했고!
팔팔 끓은 뚝배기를 남편이
일하는 책상 앞에 갖다 바쳤죠.
뚝배기를 가져가면서 했던 생각!
“이 양반 또 나중에 친구들한테
“내 마눌이 펄펄 끓은 음식을
배달하더라”고 하겠지?”
마눌에 관련된 이야기는 소소한 것들도
친구들이랑 이야기 하는 남편이니
이런 일들도 할거 같다는 생각이 팍~
팔팔 끓는 뚝배기를 앞에 갖다 주니
수저로 떠서는 바로 입으로~
한국인 마눌이랑 살다 보니
이제는 끓고있는 음식도
입으로 후~ 불어서 식히지 않고
그냥 먹는 수준이 된 것인가?
보고 있는 내가 걱정이 되어서
한마디 했습니다.
“조금 식혀서 먹어야지.”
독감이 오고있는 중인거 같아서
따끈한 음식을 해다가 바쳤는데,
다행히 남편은 뚝배기를
깨끗히 비웠습니다.
아픈 자기를 위해 마눌이 따끈한 음식을
해다 바치니 조금은 감동한 모양인데,
이런걸 말로 표현하지 않는 남편은
마눌에게 애교를 떨죠.
어떻게?
남편은 고양이도 아닌데
자꾸 마눌에게 머리를
들이밀고는 문질러 댑니다.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고양이처럼 말이죠.
뚝배기를 싹 비워서 가지고 온 남편은
마눌이 해준 한끼에 만족을 한 거 같은데,
남편의 이번 독감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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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뚝배기 불고기에 들어간 불고기패티는
만들기 참 쉬운 저만의 요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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