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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솔직한 시아버지께도 부끄러운 일?

by 프라우지니 202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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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지만

 가끔 이런 저런 것들을 주고 받은 K.

 

전에 도자기 세트를 팔겠다고

보러 오라고 해서 갔을 때

그녀의 집 뒷마당에 있는

아주 커다란 호두나무를 봤었죠.

 

자기네는 호두를 먹지 않아서 가을이 되면

다 퇴비로 버린다는 그녀의 말에 아깝다

생각을 했었는데, 갑자기

그 호두가 생각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른 해였다면 자전거 타고 주변을

다니시면서 호두나무 아래 떨어진

호두를 주어 모으셨을 시아버지.

 

올해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시지 않으셔서 호두가 없죠.

 

마당에서 호두 알의 까만 (곰팡이?) 부분을

열심히 작은 붓으로 털어내고 계시는

시아버지를 보면서 내가 들었던 생각.

 

K네는 가을에 호두를 다 버린다고 했었는데..

 

아빠께 살짝 여쭤봤습니다.

 

아빠, 내 동료네 커다란 호두나무가 있는데,

가을에 호두를 다 버린다고 했었거든요.

한 번 물어볼까요?”

 

 

우리 집 마당의 가을 풍경

 

내 말에 됐다고 하실 줄

아빠는 선뜻 그래하십니다.

 

아빠는 엄마처럼 필요하면서도

체면 때문에 됐다하시는 분이 아니시죠.

 

그래서 일단 K한테 물어 보기는

해야할 거 같은데,

 

다짜고짜 너네 호두 아직도 있니?

그거 나줄래?” 하기는 쪼매 거시기 하니

내가 그녀에게 줄만한 것을 찾았습니다.

 

내가 만든 김치를 그녀에게 몇 번 준 적이 있고,

그녀 또한 내 김치를 좋아하니

얼마전 담아 놨던 김치로 꼬셔 보기. ^^

 

김치 줄까?”하니

바로 연락을 해온 그녀.

 

그렇게 다음날 동네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아이 둘 데리고 장보러

온 그녀를 만났습니다.

 

제법 큰 병의 김치를 그녀에게

건네면서 살짝 물어봤죠.

 

너네 집에 아직 호두 있어?”

 

이미 나무에 달린 호두는 다 떨어져버린 시기라

혹시라도 다 버렸을 수가 있지만

그래도 물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합니다.

 

“4 포대 중에 3포대는 병동의

동료들 나눠주고 1 포대는 아직 남았어.

나머지 한 개는 병동의 청소부 S가 달라고 했는데

아직 준다는 확답은 안 했었거든.

그거 내가 너 줄께.”

 

 

동료네서 받아온 작은 알 호두.

 

동료들이 K에게 호두를 받았다고 하니

병동을 청소하는 S도 달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K 네 마당에서 난 호두는 유기농이니

사려면 비싼 가격을 내야하는데

그걸 공짜로 얻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일이

없으니 말이나 해봤던 모양입니다.

 

S가 호두를 달라고 했지만,

확답을 안 했으니 남은 호두는

나에게 주겠다는 K.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이왕에 주는 거

나에게 뭔가를 준 적이 있어서

마음이 가는 동료에게 주면 좋죠.^^

 

오후에 자기네 집에 와서

호두를 가져가라고 하는데,

그녀가 말하는 호두의 양이

꽤 되는 모양입니다.

 

내가 장볼 때 메고 다니는 배낭을 보여주면서

이거면 되지않아?” 했더니만

두 군데로 덜어서 가지고 가야 할거라는 K.

 

전날 마당에서 아빠랑 주고받는 대화를

남편에게도 이야기 했었는데,

그때 남편이 했던 말.

 

설마 거기 아빠랑 같이 가려는 건 아니지?

가려면 당신 혼자 가.”

 

남편은 내 동료이니 괜히 아빠까지 모시고

가는 일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데,

아빠께 말씀드리니..

 

그럼 내 차 타고 가자!”

 

 

그렇게 시아버지 차를 타고 K네로

가는 길에 아빠가 하시는 말씀.

 

그 호두는 내가 먹는다고 하지 말고

새 준다고 해라.”

 

당신이 드신다고 하시기에는

부끄러우셨던 것인지..

 

아빠가 호두를 까면서 나오는

호두 가루를 새에게 주는 건 맞지만,

 

사실 호두를 까는 건 새에게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빠가 드시기 위함인데,

 

당신이 드신다고 하시기에는

쪼매 부끄러우셨던걸가요?

 

그렇게 저는 남편 몰래 시아버지 차를 타고

K네 가서 호두를 받아왔습니다.

 

호두를 받는 과정에서이건 새 주려고..”하는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었고..

 

K에게 호두를 받아간 어느 누구도

새에게 줄 목적으로 호두를 챙겨가지는

않았으니  굳이 새 주려고같은

어설픈 이야기는 안하는 걸로!

 

혼자가도 되는데

굳이 아빠 차를 타고 간 이유는..

K와 안면이나 트시라고!

 

 

 

내년 가을 쯤에는 직접 K네 가셔서

호두를 가져 오실수도 있으니 좋고,

K네 마당에서 무섭게 자란다는

주황색 꽈리도 두어 개 업어 왔죠.

 

K네 집에 시아버지를 모시고 다녀온 것은

남편만 모르는 우리 가족의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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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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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상은 호두를 얻으러 다녀온

K네 집을 볼 수 있는 걸로 준비했습니다.

 

https://youtu.be/u70MKEd64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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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

  • Favicon of https://what-do-you-like.tistory.com BlogIcon 우리상희 2021.11.23 01:28 신고

    저도 남편만 모르는 저희집 비밀이 있어요 ㅎㅎ 김치 이번에는 사먹었거든요 ㅎ
    답글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2021.11.25 23:32 신고

      가끔은 적당히 숨기는것도 조금 편하게 사는 방법인거 같아요. 너무 솔직하게 말해도 잔소리를 들을수 있으니 입을 다무는것이 좋죠.^^

  • 호호맘 2021.11.23 20:05

    에구 정원에서 구한 열매를 얻어 먹는게
    체면을 구긴다고 생각하시는걸까요.
    새모이라고 ㅋㅋ
    시아버님이 귀여우시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까이 사는 며느리가 외식같은 식사며, 간식이며
    이것저것 만들어 챙겨다 드리고 호두까지 친구집에서 얻어다 주는걸
    마다하지않으니 매사 열심히고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며느리가 어느틈에 딸내미 같은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2021.11.25 23:33 신고

      시아버지는 아들보다 며느리를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하시죠. 남편도 아빠께 할 말이 있으면 절대 혼자 안 가고 마눌을 앞세워서는 아빠를 만나러 가죠. 가끔 내가 이 집의 딸인가? 싶을 때도 있는 이 집 부자지간입니다. ㅋㅋㅋ

  • 징검다리 2021.11.24 20:04

    시아버지는 어쩐지 동양사람같이 쑥스러움이 많네요 :)
    ".............. 새준다고 해라." 여기서 저는 빵 터쪘어요.
    죄송한 말씀같지만, 귀여우세요.
    지니님의 글을 읽을때 느낌이나 표현방법이 얼마나 섬세한지요 !

    답글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2021.11.25 23:36 신고

      시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입니다. 남편이나 시어머니처럼 체면 차린다고 홍보 상품 주는 것도 안 받고, 세일인줄 알고 샀는데, 정가 제품이면 환불받는 것도 못하는데, 시아버지는 저와 비슷한 성격이라 공짜로 주면 다 받고, 영수증이 조금 다르다면 얼른 달려가서 환불받죠. 세일하는 상품이 있으면 잽싸기 가서 사고 하는건 같은 취향이라 시아버지도 체면따위는 안 챙기시는 분인줄 알았는데, 당신은 모르는 며느리의 동료가 조금 부끄러우셨던 모양입니다. ㅋㅋㅋ

  • Favicon of https://gi8park.tistory.com BlogIcon aegis11 2021.11.25 02:52 신고

    며느리 잘 얻으신 분입니다~! 몸이 불편하실텐데 그래도 가자 하신걸 보면 지니님이 잘 하시네요!
    답글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2021.11.25 23:38 신고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내 어깨가 갑자기 무서워집니다. 저는 서로가 불편하지 않게 사는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루시다이아 2021.11.28 23:29

    '새준다고 해라' ㅎㅎㅎ 시아버님 너무 귀여우세요 ㅎㅎㅎ
    우리나라랑 정말 먼 거리에 있는데도 체면차리는 거 비슷한 거 보면 정말 신기해요! 사람사는 데는 다 거기서 거긴가 싶기도 하구요. 어쨌거나 참으로 딸같은 며느리시네요. 시부모님이 복이 많으세요.^^
    답글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2021.11.30 18:19 신고

      시어머니가 "새 준다"하셨으면 원래 성격이 그러시니 그러려니 했을텐데..(아! 남편도 "새준다"타입입니다.) 시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셔서 저도 조금 의외였습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