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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의 지나친 염려

by 프라우지니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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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장남이어서 그런 것인지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편이 컨트롤하려는 상대는

마눌뿐이 아니 우리식구 모두.

 

오늘은 시부모님께 잔소리를 하러 가려는 걸

매달리고 또 매달려서 겨우 막을 수가 있었죠.

 

애초에 내가 말을 안했으면 됐는데,

괜히 말했다가 집안에 불화를

일으킬 뻔 했습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같은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오스트리아에 최근에 코로나

확진자가 확 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코로나가 이 세상에 내려온 뒤로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다 주관하려 하고 잔소리도 부쩍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남편이 회사에 가고 없는 시간에

집에서 김치건 뭐건 다 할 수 있었지만,

남편이 24시간 집에 있는 지금은

장보러 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방에서 일하다가 밖에 문소리가 나면

얼른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는 마눌이

어디를 가나 확인하고

꼭 몇 마디를 하죠.

 

특히나 김치는 어려운 난관 중에 하나입니다.

 

냄새 나!”

 

남편은 생각없이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는 저는 스트레스입니다.

 

특히나 김치 담글 때 나는 젓갈 냄새는

김치를 평생 먹고 살아온 한국인인

나에게도 힘든 냄새이니 남편에게는

악~소리가 날만한 냄새죠.

 

그래서 가능한 남편이 없는 시간에

모든 것을 다 해치웠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는 지금은 남편이 항상

집에 있으니 냄새가 나도 해야 하죠. ㅠㅠ

 

며칠 전에는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김치를 해치웠고!

 

오늘은 쇼핑몰에 간다고 하니

현관까지 나와서 가지 말라고 말리는 남편.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서 위험하니

절대 가지 말라고 하네요.

 

 

우체국에 물건을 부칠 것도 있었고,

잠깐 동료를 만나서 줄 것도 있어서

꼭 가야한다고 하니 마스크는 꼭 쓰라는

당부와 함께 방으로 사라진 남편.

 

 

 

쇼핑몰에 가서 동료도 만났고,

우체국에서 볼일도 봤고,

 

쇼핑몰을 어슬렁거리면서 챙겨온

무료 FFP 마스크 2개와 홍보용

무료증정 콜라를 받아서 귀가.

 

마당에서 만난 아빠께 쇼핑몰에서 콜라를

무료로 주더라면서 드렸고,

마스크도 2개나 받아왔다고 드렸죠.

 

아빠는 코로나 백신주사를 맞은 지

6개월이 됐는데, 3차 예방주사를

언제쯤 신청하는 것이 좋을 거 같냐고

물어 오셨고,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은

3차 백신을 이미 맞으셨고,

지금 신청을 해도 언제 맞게 될지

모르니 지금 신청하시라 말씀드렸죠.

 

 

이런 대화 끝에 아빠가 생뚱맞게 하신 말씀

 

우리 외식 간다. 상품권 20유로짜리가 있어서..”

 

평소에 어디를 가셔도 말씀을

안 하시는 분이 뜬금없이 외식을 가신다는

이야기는 왜 하시는고?

 

일단 외식을 가신다고 하니

조심하시라 말씀드렸습니다.

 

아빠, 가능한 식당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간을 피해서 점심시간 전이나

조금 지난 후에 가시는 것이 좋을 거 같고,

식당 안에 너무 오래 계시지는 마세요.

마스크는 꼭 챙겨가시구요.”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 집에 오니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내다보는 남편.

 

마당에서 만났던 아빠가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나서 한마디 했죠.

 

아빠랑 엄마 외식 가신데.”

 

지금 코로나 확진자가 얼마나

많이 늘어났는데 지금 외식을 가?”

 

빨리 부모님 집으로 가자고

마눌을 잡아 끄는 남편.

 

부모님이 간만에 외식 가겠다고

준비 하시는데 가서 초를 치면 안되죠.

 

우리 집이야 코로나 이후 외식한 적이

없지만, 다른 집들은 아니거든요.

 

특히나 부모님은 1년에 한번 외식을

할까말까하신 분들이신데

간만에 하시는 외식을 훼방이라니!

 

부모님이 외식 가신다는 말을

남편에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미 뱉은 말을 다시 주어 담을 수는 없으니

사태만 온 옴으로 수습 해 보기.

 

어떻게?

마트에서 물건 안 사주면 안 가겠다고

땅바닥에 누워서 버팅기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부모님 집에 가자고 잡아 끄는 남편에

대항해서 땅바닥에 누워서 버팅기기.

 

마눌의 몸무게가 있으니 마눌이 누워 버리면

남편이 맘대로 끌고 갈수가 없죠.

 

그러면서 입으로는 남편 설득하기.

 

그냥 둬, 부모님이 매일 외식을 다니시는 분도 아니고,

간만에 상품권이 생겨서 외식을

가시겠다고 그걸 방해하고 싶냐?"

 

그래도 가서 말려야 한다는 남편.

 

고마해라, 부모님이 5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당신들이 가시고 싶으시면 가시는거지.

부모님까지 네 맘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평소의 남편이라면 마눌의 이야기에도

상관없이 부모님 앞에 가서

가지 마시라했을 텐데..

 

마눌의 온몸 버팅기기와 이야기에

설득을 당한 것인지 조용히 사라지는 남편.

 

모든 것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려는 남편이라 시시때때로 부딪히고

싸우기를 몇 년 하고 보니 이제야

터득한 방법은 피해가기.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내가

남편 말을 잘 듣는 참 착한 외국인 아내

인줄 알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모든 것을 단속하려는 남편의 성격은

내가 고친다고 해서 고쳐질 것이 아니니

적당히 무시하고, 또 적응하면서 살아야죠.

 

 

 

남편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잔소리가 길어지고,

 

나는 그게 듣기 싫어 언성을 높이고 그

렇게 서로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 지겨워 

이제는 가능한 남편이 모르게

처리하려고 노력을 하죠.

 

남편과 살아가는 세월이 길어질수록

남편 몰래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나는 점점 더 여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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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1,20유로짜리 두반장 소스로 만든 짜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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