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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우리 부부의 1유로짜리 화해

by 프라우지니 2021.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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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이가 들어도 철도 없고,

철도 안 드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별거 아닌 일에도 섭섭하고,

삐치고, 심술까지 내죠.

 

생각해보면 소소한 일이라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인데..

 

내 마음 깊이 섭섭했고,

나중에는 나만 왕따?”싶기도 했죠.

 

사건의 시작을 잠깐 들여다 보자면..

 

남편이 간만에 커다란 티본스테이크를

두덩이 사와서는 마당에서 바비큐를

하겠다고 시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죠.

 

시어머니는 치과에서 어금니를

2개씩이나 발치하셔서 고기를 굽겠다는

아들의 제안에 나는 못 먹는다하셨지만!

 

남편은 이미 고기를 사놓은 상태라

시어머니가 못 드신다는 걸 알면서도

날 좋은 오후에 마당에서 커다란

스테이크를 두덩이나 구웠죠.

 

남편이 고기를 굽기 전에 나는 이미

누룽지랑 멸치볶음 그리고 새로 담근 김치랑

간단하게 먹은 후라

 

남편이 고기 굽는다고 할 때 이미

나는 안 먹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나의 말에 남편이 하는 말.

 

그래도 맛은 봐야지.”

 

남편이 요리를 하면 마눌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항상 마눌 몫으로 항상

미니 접시를 만들어서 갖다 주죠.

 

이번에도 안 먹겠다고 했지만

남편이 간만에 사온 비싼

티본스테이크 맛은 봐야겠구나..

했었는데..

 

고기를 다 구운 남편이

지금까지 안 하던 행동을 합니다.

 

안 먹는다고 해도 마눌 입에

일부러 음식을 넣어 주시던

그 자상했던(?) 남편이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고기를 구워 와서는

한마디.

 

당신은 안 먹지!”

 

어차피 배가 어느정도 부른 상태라

남편이 주면 한 입 정도

맛을 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고기를 안 주니 갑자기 섭섭.

 

시어머니 주방에 빈 그릇을 갖다 드리려고

살짝 들어갔더니

(치아 때문에 못 드신다고 하셨던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다 마주보고 앉으셔서

남편이 구워 드린 커다란 티본 스테이크를

잘라서 드시고 계십니다.

 

비싼 고기 한 덩이는 시부모님이,

또 다른 한 덩이는

(나에게 맛 보라는 말도 없이)

남편이 먹고있습니다.

 

순간 들었던 생각!

 

“ 50유로 비싼 티본스테이크

사왔다고 하더니만, 나만 안주고

자기네 식구만 먹은 거야?”

 

급 섭섭해지면서 짜증이 확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바로 침대로 가서

그냥 누워 버렸습니다.

 

 

 

누운 김에 두시간 자고 일어나서

주방에 와보니 고기 먹은 흔적만

남겨놓은 남편.

 

 

구운 스테이크에 메쉬포테이도 샐러드,

거기에 지하실에 있는 미니 샴페인까지

한 병 따서 드신 남편.

 

알러지가 있는 피부라 주방세제를

사용하면 바로 손에 발진이 생겨서

설거지를 꺼리는 남편이라

 

남편이 요리를 하면 설거지는

항상 마눌 차지지만

오늘 이 설거지는 할 마음이 안 생기죠.

 

고기 먹는 인간 따로 있고,

설거지 하는 인간 따로 있냐?”

 

그래서 테이블 위에 설거지에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시부모님은 커다란 티본스테이크를 놓고

마주앉아서 사이 좋게 드시던데..

 

내 남편은 그 큰 스테이크를

혼자 다 먹어 치운 것인지

 

설거지할 그릇들 사이에 남편이

해치운 커다란 티본스테이크

뼈다귀만 남아있습니다.

 

마눌이 설거지를 안 하겠다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는 거 같은데

진짜 이유는 잘 모르는 남편!

 

그 다음날 내가 왜 화가

났었는지를 남편에게 설명했습니다.

 

평소에는 안 먹겠다고 해도

꼭 한 입은 먹이더니만,

어제는 비싼 고기래서 안 줬나?

 

고기 굽기 전에는 안 먹는다니

맛만 보라며? 그래서 한 입만

먹을 생각을 했는데, 고기 굽고 나서는

당신은 안 먹지?”

 

말이냐 막걸리냐?

그래 놓고 설거지는 나보고 하라고?

그러면 안되지.”

 

 

다음달 남은 스테이크를 데워서 한끼로 먹은 남편.

 

그제서야 마눌이 화가 났던

이유를 알게 된 남편의 한마디.

 

어제 스테이크 남아서 냉장고에

있는데 그거 먹으면 되잖아.”

 

고기를 주려면 어제 금방 구워서

한입을 줬었어야지.

먹다가 남아서 냉장고에

있는 식은 고기는 아니죠.

 

내 말은 내가 고기를 못 먹어서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당신의 행동 때문이잖아.

 

어차피 배가 불러서 고기를

먹을 생각도 없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당신의 행동이

비싼 고기여서 그랬나 했지.

 

고기 구워서 부모님 드리고

당신만 먹었잖아.”

 

그랬어? 미안해.

앞으로는 안 그럴께.”

 

그렇다고 해도 당신이 널어놓은

접시를 설거지는 할 생각이 없어.”

 

(그렇다고 주방세제 사용하면

손에 알러지가 나는 남편이 하게 두는 건

마음이 편지 않으니 긴급 제안 하나)

 

당신이 1유로를 주면 설거지는 내가 할게.

 , 1유로는 지금 당장 줘야 해!”

 

심술 난 마눌이 1유로만 주면

화도 풀고 설거지도 한다니

얼른 돈 들고 뛰어온 남편.

 

마눌이 설거지 하는걸

무한 감사 해야하는 순간인데,

간덩이 부운 남편이 한마디.

 

당신이 샐러드도 해주면 안될까?

삶은 감자 넣어서!”

 

 

 

마눌이 남편의 저녁을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인데,

 

지금 내 기분이 그리 좋지 않으니

해줄 마음도 전혀 없고,

 

그렇다고 안 해주면 쪼매 미안하니

긴급 제안 두번째!

 

당신이 50센트 주면

내가 샐러드 해 줄께.”

 

단돈 50센트면 앉아서 저녁 밥상을

받을 수 있다니 남편도 흔쾌히 OK.

 

나는 설거지 해주고 1유로,

샐러드 만들어 주고 50센트를 챙겼습니다.

 

사실 1,50유로래봐야 푼돈이라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이 작은 거래가 우리부부는 아니,

마눌에게는 화를 푸는 기회를 만드는 거죠.

 

마눌의 12일동안의 삐침은

아주 작은 금액으로 해결이 됐습니다.

 

사실 아무리 화가 나도

부부간의 불편함이 오래 지속되면

서로에게 좋을 일은 없죠.

 

내가 조금 손해 보고,

안 져주는 척 하면서 져주는 것이

내가 이기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머리에 뿔인 날 정도로 화가 났다고 해도

가능한 빨리 풀어야 건강한 부부관계가

지속될 수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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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간단한 한끼 "카프레제 샐러드"

 

https://youtu.be/U6cYTrhqQ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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