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스팅은 조금 특별한 것이
1년 묵은 이야기입니다.
작년 가을에 써놓고는
올릴 시기를 놓쳐서 기다렸다가
올 가을에 드디어 때를 만났네요. ^^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들의
더 많을 거 같은 오스트리아의
진짜 대표 특산품은..
바로 호박씨 오일.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죠.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사는
오스트리아 특산물이라면..
먹는 걸로는 모짜르트 쿠겔(공)초콜릿,
마나 웨하스, 자허토르테가 있겠고!
그외 화가 클림트 관련
기념품에 또 뭐가 있나?
위에서 열거한 종류의 기념품들은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또 많이 사가는 종류지만!
하지만 내가 한국 갈 때
사 들고 가는 종류는 아니죠.
한국인인 내 입맛에는 초콜릿 안에
뭔가 요상한 것이 잔뜩 들어간
모짜르트 쿠겔(공)은 아니라서
나도 안 먹으니 한국에
갈 때도 사가지 않습니다.
이걸 선물로 줘도 “맛있다”고
할 사람이 내 주변에는 없거든요.
초콜릿을 사간다면 모짜르트 초콜릿보다는
보라색 포장이 “밀카”죠.
분홍색 포장의 Manner 마너 웨하스는
우리나라 웨하스에 비해서
달아도 너무 달죠.
우리나라 웨하스가 한 겹의 달달함이라면
마너는 3~4겹이라 달달함도 그만큼.
한국사람 입맛의 달달함
그 이상이라 나도 잘 안 먹는 것을
다른 이에게 주는 것도 실례가 될 수 있죠.
자허토르테도 기본적인 달달함
그 이상이라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함께여야
무난하게 한 조각 먹을 수 있는 정도?
이렇게 모든 종류에 딴지를 거는
나는 한국 갈 때 뭘 사가냐구요?
아님 어떤 종류를 권하냐구요?
잘츠캄머굿 지역에서 나는
허브소금이랑 호박씨 오일을 추천합니다.
7가지 허브가 들어간 허브 소금은
사실 짠맛보다는 여러 종류의 허브 맛이
더 강한 소금이죠.
조카가 어릴 때는 이 허브 소금에
삶은 달걀 먹는걸 아주 좋아해서
넉넉하게 사갔던 종류 중에 하나이고..
그외 허브차도 많이 사 들고 갑니다.
한 번은 과일차를 선물용으로 사갔는데,
이것이 티백이 아닌
과일 조각들이 있는 종류였죠.
언니가 이것을 조카 유치원 선생님께
선물로 드렸던 모양인데..
한국에는 그런 종류의 차가
없어서 그랬었는지..
그걸 받는 사람들은 그 과일차를
향이 나는 포푸리로 사용했다는…ㅠㅠ
자! 이쯤에서 오늘 주제로 넘어가볼까요?
오스트리아의 특산품 중에는
“호박씨 오일”이 있습니다.
호박씨 오일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호박씨”들은
중국산이 아닌 오스트리아산.
당근 가격이 싸지 않다는 이야기죠.
그렇다고 또 그렇게 고가는 아닙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크기가
250ml 정도로 8~9유로 정도이고,
가장 큰 1리터짜리는
저렴하게는 20유로 이하로도
구입이 가능하죠.
호박씨가 오스트리아 특산품이라고
해서 전국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제품은 아닙니다.
호박씨 오일은 그라츠가 주도인
Steiermark 슈타이어마르크 주가 고향이죠.
오스트리아의 (슬로베니아와
가까운 지역) 남부 지역입니다.
이 지역을 여행중이시라면
슈퍼에서도 여러 종류의 호박씨
오일을 만나실 수 있죠.
오스트리아의 가을에 여행중이시라면
한번쯤 보실 수도 있을 풍경이
바로 호박 밭.
슈타이어마르크 지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호박 밭 풍경인데..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에도
이 호박 밭이 있어서 깜놀했죠.
“호박씨 오일은 슈타이어마르크 특산품인디..”
우리 동네에서도 호박씨 오일이 나는 덕에
나는 멋진 가을 호박 밭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오스트리아의 호박은 호박씨를
쓸 용도로 재배되는 것이라,
추수가 일반 농산물과는 조금 다르죠.
호박을 일렬로 둔 다음에
기계가 호박을 삼키면 씨만 챙기고
과육은 다시 밭으로 쏟아냅니다.
그래서 추수가 끝난 호박 밭은
호박의 과육이 밭 위에 흩어져 있죠.
내가 오스트리아에 살면서
가을에 호박 밭을 볼때마다
항상 궁금했던 것 하나는..
“왜 호박 과육을 다 버리는 걸까?”
호박씨만 필요하다고 해도
호박을 추수해서 과육은 과육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다 밭에서 버려 버리니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죠.
남편에게 물어보니..
“호박 과육은 밭에
퇴비 역할을 하는 거야.”
퇴비도 좋지만, 호박 과육을
사용할 더 좋은 방법이 있을 텐데..
뭐 이런 생각만 가끔 했었죠.
호박씨 오일용 호박은 일반 호박과
다르다는 것을 나는 몰랐거든요.
우리동네 호박 밭을 산책 중에 보게 됐고..
며칠 후 추수가 끝난 호박 밭의
언저리에서 멀쩡한 호박이
하나 있길래 얼른 주어 왔죠.
우리 집에도 시아버지가 키우시는
호박이 있지만,
그건 시아버지가 주인이시죠.
보통 호박 모종 하나에서 추수할 수 있는
호박은 2개, 많으면 3개.
여기서 말하는 호박은 애호박이
아닌 누런 늙은 호박입니다.
호박이 달려도 따지않고
그대로 두면 이미 달려있는 호박의
꼭지가 마르기 시작해야
두번째 호박이 다시 달리죠.
이런 이유로 호박 모종 3개를
심으면 가을에 추수할 수 있는
호박은 많아야 5~6개.
운이 좋으면 큰 놈 하나,
안 그럼 고만고만한 크기죠.
그래서 밭 언저리에 있던
호박을 주어 오면서
엄청 신이 났었습니다.
이걸로 간만에 호박 스프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신이 났었죠.
우리가 호박으로 뭘 하고 싶으면
슈퍼에서 호박을 사와야 했거든요.
호박을 주어 와서는 내내 밖에
나뒀더니만 어느 날 남편의 한마디.
“호박 옆이 곪은 거 같아.”
내가 주어온 호박이니 얼른 작업시작!
호박을 반으로 가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봐온 호박씨와는
전혀 다른 어두운 색의 호박씨가!
호박씨 오일용 호박씨
는 일반 호박씨랑은
종자가 다른 거였네요.
호박씨 오일용 호박씨는
껍질이 없습니다.
일명 벌거벗은 호박씨!
아! 호박 씨도 일반 호박에서
나오는 양보다는 훨~씬 많습니다.
역시나 일반 호박과는 많이 다르네요.
호박씨 오일용 호박을 주어 오지
않았으면 평생 몰랐을
비밀을 발견한 느낌입니다.
집에서 호박을 심는다고 해도
호박씨 오일용이 아닌 일반 호박을 심을 테니
호박씨 오일용 호박은 구하고 싶다고
구해지는 종류는 아니죠.
일단 호박씨를 꺼내놓고
호박을 다듬어서
호박 스프를 만드는 시간.
호박을 다듬을 때는 몰랐는데
호박이 익어가니 일반 호박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일반 호박보다는 더 투명한 거 같고,
먹어보니 호박보다는
물맛이 더 강한 호박.
“이래서 호박을 다 밭에 버렸나부다.”
호박 하나 주어 와서는
여러가지 사실을 알게 되네요.^^
호박맛보다는 물맛이 더 강한
호박이지만 그렇다고
호박 스프를 포기할 수는 없죠.
호박스프이면서도 맹땅 같은 맛이라
남편이 처한 특단의 조치는..
만들어서 얼려 놨던
파스리카/땡초 페스토.
맛 없다고 버리기도 아까워서
그냥 먹기로 결정.
스프가 넉넉하니 시부모님께도
한 냄비 퍼다 드렸는데
다음날 아빠가 하신 말씀.
“그 호박 스프 네가 저번에
밭에서 주어온 걸로 한거지?”
역시 호박씨오일용 호박으로
만든 스프는 맛이 없었나 봅니다.^^;
호박씨 오일용 호박은 요리를 해도
맛이 없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또 주어 오지 싶습니다.
왜?
호박 안에 들어있는 호박씨의 양이 꽤 많고,
또 껍질도 이미 벗은 상태라
프라이팬에 그냥 볶기만 하면
맛있는 간식이 되거든요.
호박의 크기가 있어서
집까지 가지고 오는데
조금 무리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호박을 발견하면
모른 체 하지않고 기쁜 마음으로
들고 오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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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오늘의 포스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난 가을 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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