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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존경스러운 부모로 살기

by 프라우지니 202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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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아무것도 모르고

남편 따라 갔었던 Salza살짜강.

 

레프팅으로 유명한 강으로

매년 인명사고가 나는 곳이라는 것은

그곳을 다녀온 후에 알았죠.

 

우리가 다녀오고 며칠이 지난 후,

신문기사에서 다시 보게 된 살짜장.

 

유명 스포츠 선수의 여자친구가 래프팅을 갔는데,

배가 뒤집혀 물속에 처박힌 상태로

20분이상 구조가 되지못해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

 

그래서 남편이 이곳으로 카약을 가면

항상 같이 갈 사람들을 모으는 모양입니다.

 

혹시나 물에 빠져도 같이 이동하는 보트들이

있으면 재빨리 구조가 가능하니 말이죠.

 

내가 제일 처음 접한 살짜강은

나름 안전하다는 구간.

 

나름 가장 안전하다는 구간이라며?  

 

우리 카약이 급류와 커다란 바위 앞에서

옆으로 기웃뚱하는 바람에 남편과

나란히 물에 빠진 적이 있어서

살짜강은 별로 안 가고 싶지만..

 

삶이라는 것이 내가 하기 싫다고,

가기 싫다고 안 가는건 아니죠.

 

 

 

카약을 하는 유럽인이라면 다 안다는 오스트리아의 살짜강.

 

이번에 간 곳은 지난번에 다녀온 곳.

 

한번 가봤으니

만만할꺼라나 뭐라나?

 

살짜강은 물이 많은 강은 아닌데,

강 아래 돌들이 워낙 많아서

돌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면

카약이 쉽게 뒤집힐수 있는 곳이죠.

 

오늘 아래에 달리게 되는 영상은

살짜강의 처음으로 갔었던

살짜강 영상입니다.

 

작년에 그곳에 다녀오고 남편이

동료들을 위해서 직접 편집한 영상이죠.

 

(나는 아직 편집을 못하고 있습니다.ㅠㅠ)

 

나름 편집한다고 하고,

나도 소리를 줄인다고 많이 줄였는데,

영상 속 나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Stein Stein 슈타인, 슈타인 (/바위)”

 

그렇게 악명 높은 살짜강의

나름 안전한 구간이라는 곳에서만

카약을 탔으니 더 이상 살짜강에

갈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올해 다시 살짜강에 가겠다는 남편.

 

함께 갈 사람들은

이미 약속도 잡아놓은 상태.

 

그리고 출발 전에 남편이

무심한 듯 한마디 합니다.

 

“R이 아들을 데리고 온다고 하는데

아들이 ADHD하네.”

 

 

인터넷에서 캡처

 

내가 아는 이 단어의 뜻은

주의력 결핍정도인데..

 

인터넷에서 찾은 ADHD입니다.

 

Attention deficit Hyperactiv disorder

주의력 결핍에 과잉 행동 장애

 

“R이 전에 자기 아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었어?”

 

아니, 아들이 둘 있는 건 알았는데,

아들이 ADHD라는건 이번에 말하네.”

 

아무래도 아들이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니

동료들에게 미리 알리는 차원에서

말을 한 모양입니다.

 

우리부부는 아이가 없고,

또 주변의 친구들도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는 커플이라

 

ADHD를 가진 아이는 어떤 성향이 있는지

전혀 알지는 못하지만 일단 카약을 타러 가서

R의 아들 F를 만났습니다.

 

F는 아빠를 닮아 키도 크고 인물도

훤한 금발의 13살짜리입니다.

 

R은 남편 동료 중에도

손에 꼽을 만큼 잘 생긴 남자죠.

 

대부분 못생겼다는 이야기는

안 들을 정도로 수수하게 생긴 외모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입니다.

 

우리가 결혼 전이니 한 15년쯤에 지나치듯이

한번 R를 본적이 있었는데,

너무 잘생겨서 내 기억에 박혔었죠.

 

 

15년쯤이니 그때는 정말 젊은

영화배우 같은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흘렀지만 작년에 R를 봤을 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죠.

 

남편, R 알아.

우리 결혼 전에 한번 만났었잖아.”

 

그걸 당신이 기억해?”

 

당근이지, 당신 주변에 R처럼

잘생긴 남자가 어디 흔한감?”

 

남자나 여자나 인물이 훤하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합니다

= 보는 즐거움?

 

 

아들내미가 쉼없이 노를 저어대니 R은 뒤에서 브레이크만 잡아대죠.

 

이날은 우리가 계획한 것 중에

하나도 맞은 것이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이 마구 틀어졌죠.

 

이 지역에 비가 오지 않아서 강물은

많이 줄어든 상태라 특정한 구간에서는

카약을 타지 말라는 주의도 있었고!

 

결국은 물이 있는 구간을 찾아서

차로 강의 여기저기를 보러 다녀야 했죠.

 

우리가 약속한 시간에 RF

이미 잠수복까지 다 입은 상태로

우리를 기다렸는데,

 

카약을 바로 강에 띄울 수 없어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는 동안에

F은 이미 초조한 상태로 접어 들었죠.

 

R의 말을 빌리면 ADHDF는 자기가

계획한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일단 불안해지며 안절부절 못하고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카약을 내릴수 있는 곳을

찾기는 했는데..

 

같이 카약을 타고 갈 팀인

50대 초반의 우리 커플과 50대 중후반의

남편의 독일 동료 커플이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카약에 바람도 넣어야 하고,

잠수복도 입어야 하는데..

 

그것만 빠릿빠릿해도 부족할판에

간만에 만난 두 남자는 수다까지 떨어대고..

 

이미 출발할 시간보다 1시간이

더 지체가 되어버리니 애초에 계획에서

많이 틀어져버린 스케줄 때문에

F은 이미 안절부절을 못하는 상태.

 

F가 아빠인 R에게 빨리 가자고

큰소리로 이야기하는데,

 

옆의 두 동료는 아직 카약을 강에 띄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상태이고..

 

결국 R은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들 F와 먼저 출발했습니다.

 

나중에 배를 띄운 우리가 RF를 찾은 곳은

우리가 점심을 먹을 작는 해변에서 였죠.

 

먼저 도착한 둘이서 점심 바비큐를 위해서

이미 불을 피우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행 중 유일하게 젓가락 사용이

편안한 제가 항상 불 앞에 앉아서

각자가 가지고 온 고기들을 굽습니다.

 

아직 점심 준비 전이라 배가 고플 F에게

사과도 주고, 견과류를 줬습니다.

 

일행 중 유일하게 아이이고,

또 조금 더 챙겨줘야 하는 아이이니

가능한 말을 많이 걸었습니다.

 

문제는 말을 거는 나를

거들떠도 안 본다는 사실.

 

그래도 먹을래?”하면 고개를 끄덕하고,

주면 받으니 나를 무시한 건 아니라 안심.^^

 

일단 고기를 구워서 F를 제일 먼저

챙겨줬더니 자기 몫을  다 먹는 F

다시 배를 탈 준비를 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고기가

아직 익지 않아서 기다려야 하는데,

아빠에게 가자고 독촉하는 F에게

R이 조근조근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점심을 안 먹었잖아.

기다려야지

 

그러면 F는 또 한동안

조용히 우리를 기다립니다.

 

그랬다가 다시 또 아빠를 재촉하죠.

 

네가 먹은 접시를 강물에 씻어와야지

 

그러면 또 한동안은

그걸로 부산하게 움직이고!

 

다시 가자고 하면 그때 또 다시.

 

우리가 바비큐 해 먹은 숯불은

이제 끄고 가야하니 강물 떠다가 물을 꺼.”

 

 

 

카약을 타고 내려갈 때도

앞에 앉은 F가 얼마나 부지런히 노를 젓는지

뒤에 앉은 R은 뒤에서

브레이크 거는 일만 했습니다.

 

나머지 2개의 카약과 함께 이동해야 하는데,

F는 그저 앞만 보고 노를 열심히 저어대니

뒤에서 브레이크를 잡아 우리와

속도를 맞추려고 했죠.

 

같이 카약을 탄 일행 중에

독일 친구의 마눌, A

정년 퇴직을 앞둔 중학교 선생님이고

 

또 그녀의 반에서 ADHD를 가진 학생이

둘이나 있다 보니 아무래도 RA

F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큰아들이 ADHD이다보니 아무래도

둘째  아들과 함께 뭔가를 하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는 R.

 

그래서 두 아들과 따로 따로

나들이를 한다고 했습니다.

 

조곤 조곤 이야기를 하는 R를 보니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옵니다.

 

아들이 아무리 급하게 서둘러도

낮은 목소리로 설명을 하는 R를 보면서

참다운 부모의 모습이라고 느꼈죠.

 

아이를 낳아봐야 엄마를 이해 한다고 하는데,

나는 50대 아낙이 되었지만

아직도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를 키우지 않으니 나 스스로가

아직 철이 들지 않는 상태죠.

 

아이가 없는 이곳 사람들이

종종하는 말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이해못할 말이죠.

 

너는 엄마도 할머니도 되지 못하겠구나.”

 

아이가 없으니 엄마 되지 못한 건 알겠는데

왜 할머니도 안돼?

 

할머니는 여자가 나이 들면

다 불리는 이름이 아닌가베?

 

한국에서는 나이가 많은 아줌마들은

다 할머니로 불리지만,

 

유럽에서는 나의 할머니가 아닌 이상

연세가 많은 여자 어르신을

할머니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할머니라는 단어는 정말로

내 자식의  자식, 손자/손녀 에게만

불릴수 있는 호칭이죠.

 

그러니 엄마가 아닌 이상 손주가 없으니

할머니도 될 수 없는 이곳의 문화입니다.

 

 

우리가 점심을 먹는 동안 혼자 수영을 하는  F

 

하루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갔던 식당.

 

아무래도 밖의 테이블이다 보니

우리 옆의 테이블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담배 연기가 우리 쪽으로 오니

F가 벌떡 일어나서는 그 사람들에게 한마디.

 

담배연기가 나한테 오잖아요.

빨리 담배를 끄세요.”

 

깜짝 놀랐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아빠한테 소근거리며

이야기 하는 줄 알았는데,

F가 타인에게도 자기 목소리를 냅니다.

 

아들이 예상치 못한 행동에

R은 얼른 옆 테이블에 사과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내 아들이 ADHD라서..”

 

그 사람들이 그 단어를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F가 조금 다르다는 건

인식을 했으니 사과를 받았죠.

 

아무리 노천에 있는 테이블이라고 해도

사실 담배를 피우기 전에 옆 테이블을

한 번쯤 살피는 건 기본적인

예의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유럽은 그런 예의 따위는 집에 두고

다니는 인간들이 많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죠.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 먹었으니 가자고 독촉하는 F때문에

R은 식사를 마치자 마자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떠나기전,

나와는 눈도 안 마주치는

F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하루 즐거웠니?

다음에도 우리랑 또 카약 타러 갈래?”

 

나의 말에 F는 눈은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도 너랑 함께 해서 즐거웠어.

우리 다음에 보자!”

 

그렇게 F와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면서 들었던 생각.

 

세상의 모든 부모는 다 존경스럽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달라서

내가 받는 스트레스도 있는데,

 

그것보다  항상 남에게 사과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곱으로 받게 될 나의 스트레스.

 

흥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F를 낮는 목소리로 다독이고,

조곤조곤 타이르듯이 말을 하는 R을 보면서

역시 부모는 위대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RF와 함께한 반나절.

나는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부모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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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편이 편집한 살짜강 카약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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