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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우리 부부가 사는 법

by 프라우지니 2021.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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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는 결혼 14년차에 50대 초반이니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중년부부인데..

 

우리는 아직도 치고 받고, 유치 찬란,

상큼 발랄하게 살고 있죠.

 

우리부부의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면..

 

가끔은 부녀(아빠&)사이,

가끔은 모자(엄마&아들)사이에

초등학교의 앙숙 짝꿍이 되기도 하죠.

 

우리가 다른 부부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마눌은 남편에게

아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죠.

 

남편이 마눌을 부를 때

사용하는 애칭은 서너 개.

 

, 토깽이, 곰땡이, 소시지등

그외 시시때때로 다른 이름들!

 

친구들 앞에서 마눌을 부를 때는

마눌의 이름인 ”.

 

남편이 친구, 회사 동료랑 통화를

할 때도 마눌의 이름이 자주 들립니다.

 

다른 사람들하고 마눌 이야기

할 것이 뭐가 있다고?” 싶지만,

 

남편은 딸 자랑하는 아빠처럼

마눌에 관련된 이야기를 엄청 합니다.

 

최근에는 마눌이 코로나 백신 주사맞은 것을

또 주변 친구들에게 또 널리널리 전파했죠.

 

자기 이야기는 할 것이 없어서 마눌 이야기를 하나?”

 

싶은 것이 남편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마눌의 생각이죠.

 

 

매일 하던 산책중에 찍던 셀카샷.

 

 

연애 할 무렵에 남편이 마눌을 부르던 이름은

Sunshine 션샤인

 

필리핀에서 회사를 다니던 그때는

남편이 일어나야 할 아침 시간에 맞춰서

오스트리아까지 모닝 콜을 해주곤 했었죠.

 

이른 아침 내 목소리를 듣고 일어나던 그때는

나의 존재가 아침 햇살 같은 존재였나 봅니다.

 

지금은 더 이상 듣지 못하는 20여년전의 애칭이죠.

 

마눌이 뭘 잘못했을 때 부르는

애칭은 Würstel 뷔어슈텔

 

내가 아는 이 단어의 뜻은

쪼맨한 소시지

 

마누라가 속 터지는 일을 하니

소시지라고 부르는 것인지..

 

글을 쓰면서 사전을 찾아보니

지금까지 내가 알던 뜻과는 또 다른 뜻이 숨어있었네요.

 

Würstel 뷔어슈텔 = Würstchen 뷔어슈첸

1.   작은소시지  2. 가련한 녀석

 

글 쓰다 말고

얼른 남편에게 가서 물어봤습니다.

 

혹시나 마눌이 생각한 1번의 뜻이 아니라,

 

2번의 뜻으로 마눌에게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말이죠.

 

남편은 2번의 뜻이 아닌

1번의 뜻으로 사용한 것이 맞답니다.

 

남편 눈에는 마눌이 사고를 칠 때마다

쪼맨한 소시지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매일 하던 산책중에 찍던 셀카샷.

 

때로는 곰(bär배어)으로도 불립니다.

 

남편이 왜 마눌을 덩치 큰 곰으로 부르나?

싶으시겠지만,

 

나름 귀여운 곰땡이입니다.

 

그냥 곰이 아니라

앞에 귀여운 수식어가 달리거든요.

 

Bussi (뽀뽀) (bär배어)

Kuscheln (밀착하다, 부비다) (bär배어)

 

마눌이 때로는 뽀뽀를 해 줘야 하는

(인형)으로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항상 안고 다녀야 하는

(인형)으로도 보이는 모양입니다.

 

남편이 마눌을 부를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칭은 토깽이

 

Hase 하제 (토끼)

 

매일 불리다 보니 가끔은

내가 정말 (아기)토끼 같다는 생각도 들죠.

 

솔직히 말하면

 

귀여운 토끼를 상상하시면 곤란하고,

빵빵+뚱뚱한 엽기토끼라고 생각하시면

비주얼 100%입니다.

 

하도 듣다 보니 나도 (엽기)토끼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가끔은토끼 소품들을 사기도 합니다.

 

 

 

정말 남편 앞에서 토끼가 되고 싶은 것인지..

 

심심해서 쇼핑몰 한바퀴 돌다가

내 눈에 들어온 소품은 바로 이것.

 

목욕 머리띠.

 

대놓고 토끼는 아닌데,

보는 눈에 따라서는

토끼로도 보일 수 있는 모양.

 

이런 건 내 성격상 살만한

아이템은 절대 아닌데..

하나 사 들고 왔습니다.

 

샤워할 때 머리띠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내가 이걸 사는 목적은 남편에게

토끼 마눌을 보여주기 위해서?

 

집에 와서는 머리띠를 하고

남편이 일하고 있는 방문을 빼꼼이 열고

머리를 살짝 들이 밀었습니다.

 

남편이 내 토끼 머리띠를 잘 볼 수 있게 말이죠.

 

일하다가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돌아서 확인하던 남편!

 

마눌이 한 토끼(모양의) 목욕머리띠를

보더니만 입이 귀에 걸립니다.

 

토끼마누라가 토끼 모양의 목욕머리띠를

하고 나타나니 완전 행복한 표현.

 

이 시점에 날리는 남편의 뜬금없는 한마디.

 

그 영수증은 내가 내는 거지?”

 

이 무신 소리를?

내가 남편에게 청구하는 건 식료품 비용만인디?

 

남편이 이렇게 나오면 나도 받아 쳐야죠.

 

원래는 식료품 영수증만이지만, 이것도 원하면 당신이 내!”

 

“……”

 

남편은 무언으로 마눌의 토끼 목욕머리띠 값을

내겠다고 승인 완료.

 

마눌의 머리띠만 보면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보니

 

역시 투자한, 아니 (남편이 돈을 낸다니)

산 보람이 있는 제품입니다.^^

 

 

 

마눌용 목욕머리띠지만 남편도 가끔 사용할 기회를 얻죠.

 

사진 찍자고 하면 그걸 피하고 싶은 마음에

수염 난 얼굴을 마눌의 뺨에 문질러서

 

머리에 쓰고 있는 시간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노력하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마눌에게 이렇게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시간은 주니 감사.^^

 

덕분에 마눌은 이렇게 멋진(?)사진을 건질 수 있었죠.

저렴한 목욕 머리띠 하나로도 우리는 행복합니다.

 

남편이 웃어주고, 그런 남편을 보면 나도 즐겁고!

 

 또 재밌는 사진을 찍어서

우리 부부에게 추억은 쌓이고..

 

우리 부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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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숲으로 명이나물 따러 갔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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