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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나를 미안하게 만드는 남편의 태도

by 프라우지니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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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나보다 달랑 15개월이지만

그래도 연하인데..

 

맏이어서 그런지 막내딸처럼 자란

나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죠.

 

그래서 그런가 마누라 사용법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습니다.

 

 

마눌이 한없이 풀어줄 때는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가서

마눌을 부리려고 하다가,

 

마눌이 헐크가 되었다 싶으면

 

납작하게 엎드리고, 눈까지 내리깔고서 는

마눌의 처분을 기다리는 순한 양이 되죠.

 

마눌을 부릴 때는 아빠같이

연상의 아내를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마눌의 처분을 기다릴 때는

막내 아들로 둔갑을 해서는

재롱+ 아양까지 떠는 실력이 탁월합니다.

 

 

 

며칠 전 발렌타인데이!

마눌이 갑자기 헐크로 변신한 일이 있었죠.

 

 

2021/02/17 - [일상이야기] - 나의 성난 발렌타인 데이

 

나의 성난 발렌타인 데이

사랑을 표현하는 날, 발렌타인 데이. 싱글이나 더블이나 옆에 누군가 있다면 이 날은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하고, 선물도 주고 받고, 더 감사하게 하루를 보내야 하는디.. 우리 집은 푸닥거리를 하

jinny1970.tistory.com

 

꽤나 열이 받아서 내가 했던 1주일 보복조치!

 

남편보고 알아서 하루 세끼를

챙겨 먹으라고 했지만..

 

근무 안하고 집에 있으면서

 

남편의 끼니를 안 챙기는 것이

(마음이 약한) 나에게는 꽤 힘든 일입니다.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남편의 뒤통수를 보는 것이 짠하거든요.

 

그래서 “1주일 보복조치를 위하면서

마음 단단히 먹어야 했습니다.

 

 

 

끼니는 냉장고/냉동고를 뒤져서 먹는다고 해도

설거지는 남편에게는 쥐약!

 

남편은 피부가 약해서

비누나 주방세제 같은 것을 사용하면

 

손에 탈이 나서, 모든 설거지는

다 마눌에게 양보했는데..

 

마눌이 근무하는 날에도

먹은 그릇은 차곡차곡 모아서

마눌에게 설거지를 미뤄 놓는 남편인데

 

1주일동안 설거지를 안 해 주는 것이

밥을 안 해 주는 것보다

남편에게는 더 불편한 일!

 

그렇게 남편은 마눌의 (끼니)관리 밖에서

1주일을 시작했지만,

마눌을 대하는 태도는 변함이 없죠.

 

마눌이 출근할 시간이 되면

옷을 챙겨 입고 소리없이 나와서는 집을 나서죠.

 

작년 겨울 까지만 해도

, 비가 오는 특별한 날씨가 아니라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었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재택근무를 시작한 2020겨울에는

한번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충분히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날이 더 많았지만,

 

남편은 자진해서 마눌의 출퇴근 시켜주는

마누라 전용 자가용 기사가 됐죠.

 

 

 

설거지 거부 2일차가 되니

싱크대에 쌓여있는 그릇들.

 

이삿짐을 몇 년째 풀지 않고 있어서

그릇/접시 몇 개만 내놓고 사용하던 우리 집 주방이라

 

이 정도 나와있으면 사용 할 수 있는

접시/대접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

 

필요하면 여기 있는 그릇들을 씻어서

다시 사용해야 하죠.

 

사건의 발단이 어찌됐거나 사람이면

일단기브&테이크를 생각하죠.

 

 

“나는 자기 출퇴근 시켜주느라

아침, 저녁으로 고생하는데..

지 열 받는다고 하루이틀도 아니고

1주일 씩이나 밥도 안 주고,

설거지도 안 해?”

 

 

생각이 차이에 따라서 충분히

괘씸죄 적용이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 그럼 나도 1주일동안

퇴근 자가용 기사 휴업한다!”

 

속 좁은 마눌이라면..

충분히 마눌의 (보복)조치에 대해서

(출퇴근 자가용 기사 1주일 휴업)보복을

할 수 있는 일인데..

 

마눌의 보복조치 실행 중이라

마눌에게 끼니를 못 얻어먹는 남편은

 

마눌이 출근할 시간이 되니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합니다.

 

마눌이 밥을 해주거나, 말거나

 

남편은 마눌을 위해서 자기가 원래 하던 일 인양

출퇴근을 시켰죠.

 

 

마눌도 한 말이 있는데 그렇다고

1주일 보복조치를 철회할 수는 없는 일!

 

 

 

남편에게는 많이 미안했지만,

이번에는 마눌이 한 말을 지킬 이유가 충분했죠.

 

마음 약한 마눌이라 “XX 안 해 준다

했다가 번복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 마눌의 말은 저래놓고 다 할꺼면서..”

남편이 받아들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남편에게 보여줘야 했습니다.

내 마눌도 말을 한번 뱉으면 지키는구나!”

 

이것이 이번 보복조치를 하는 이유였죠.

 

마음 독하게 먹고 내가 했던 말을 지켜야

남편 교육(?)에 제대로 영향을 미칠 테니 말이죠.

 

마눌이 밥을 안 해주고, 설거지를 안 해 줘도

 

자기가 마눌에게 해주는 일은 군소리없이,

아니 마눌이 미안하게 잘하고 있는 남편!

 

마눌이 근무하는 날은 집에 없으니

집에 있는 끼니&설거지는 신경을 안 쓰지만,

 

마눌이 주방에서 놀고 있으면서

 

방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을 모른 척 하기는

사실 힘듭니다.

 

특히나 마눌이 근무하는 날에는

자가용 기사까지 하는 고마운 남편인데 말이죠.

 

 

 

 

그래서 아닌척 하면서 내가 한 일은

남편 과일 간식 챙기기.

 

평소 아침에 남편의 과일을 챙기면서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

과일 안 먹으면 변비 걸려!”

하도 들은 이야기라 마눌이

과일 간식도 1주일 동안 없어!”했을 때

남편이 했던 말.

 

나 변비 걸리라고?”

과일은 마눌이 챙겨주는

하루 한 접시가 유일한데..

 

그래서 1주일 보복조치 기간 이기는 하지만,

 

마눌의 아침을 준비하면서

남편 것도 같이 챙겼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한마디 했죠.

테이블에 있는 과일 접시는 먹고 싶으면 가져가던가…”

 

그래 놓고 한마디 더!

어차피 내가 아침을 먹으니 담아놨어.”

 

남편은 자기가 마눌에게 해주는

고마운 (출퇴근 기사)일과는 별개로

 

마눌이 자신의 과일을 챙겨 놨다니

엄청 좋아했죠.

정말 이거 내가 먹어도 돼? 내꺼야?”

 

좋아 죽으면서 몇 번의 확인을 한 후에

가져가는 남편.

 

 

 

어차피 집에 있는 날이라

나도 점심은 먹어야 했고,

 

사놨던 브로콜리가 쪼매 노래져서

브로콜리를 처리할 목적으로 했던

 

브로콜리 그라탕.

 

브로콜리 한송이 이었는데,

요리의 주재료에 동량의 다른 야채들을

 

넣다 보니 심하게 많아져 버린 내 그라탕.

 

브로콜리, 호박, 양파에 당근!

 

야채만 4총사라 치즈 한 봉지를 털어 넣어서

대충의 영양을 맞추고,

 

남편이 좋아하는 조미료도 조금 털어놓고

만드니 겁나게 맛있는 요리 탄생.

 

지하실에 병들어 가는 브로콜리를

처리할 목적으로 만든 한끼지만,

 

나도 먹고 남편도 먹이려고 만든 거였죠.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니 온 남편이

마눌이 먹을 준비를 하는걸 보더니 한마디.

 

나 주려고 한거야?”

아니, 나 먹으려고 했는데?”

“……”

많이 했으니 먹으려면 갖다 먹던가..”

 

남편이랑 같이 먹으려고 했지만,

아직 보복조치 1주일 실행중이니

 

대놓고 먹어하면 안되는 거죠.

 

 

 

그래서 어차피 많이 했으니 퍼다 먹던가..”

살짝 어감 변경.

 

남편은 마눌이 만든 그라탕이

아주 맛있다고 퍼다 먹었고,

 

그 다음날 마눌이 근무 갔을 때는

냉장고에 넣어뒀던 것을 데워서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원래 마눌의 요리에 하는 칭찬은

겁나 인색한 남편인데,

 

이번에는 마눌의 헐크 모드 때문인지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마눌의 헐크 변신과 더불어

발효된 1주일 보복조치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태도로

마눌을 대했던 남편.

 

이번 조치는 니가 번거야!

평소에 착한 마눌을 그냥 그대로 두지

왜 변신 버튼을 눌러서 이 참사를 만들어?”

 

이 말로 남편을 설득시켜 놓으니

남편도 수긍하는듯 했지만,

 

마눌이 끼니를 안 줘도,

설거지를 안해서 쌓여 있어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자신이 할 일은 하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었죠.

 

 

 

 

그렇다고 “1주일 보복의 기간을

줄일 수는 없는 일!

 

내가 한 말인데 책임은 져야 하니

살짝 말을 바꿔볼까 했습니다.

 

남편이 심술 난 마눌을

변함없이 챙기는 건 고맙고,

 

또 미안하니 나도 남편에게

편의를 주고 싶기는 하고..

 

내 출퇴근을 잘 해주니

쌓아놓은 설거지만 내가 해 줄께!”

 

이렇게 마음을 먹고 퇴근 해 보니 깨끗해진 주방.

 

 

남편은 3일간 모아 놨던 설거지를

마눌이 일하러 같 사이에 깨끗하게 해치웠으면서

 

퇴근하는 마눌에게 이 말을 했었죠.

내가 당신 퇴근 시켜 줬으니까 오늘은 설거지 해!”

자기가 다 해 놨으면서

마눌에게 설거지를 하라는 남편.

 

평소에는 잘 못 느끼는데,

가끔은 남편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마눌이 아무리 심술을 부리고,

헐크로 변해서 괴물 짓을 해도

 

거기에 반응하지 않고,

(마눌을 귀엽게만 봐주고)

성질 내고 있는 마눌을 안아주고,

뽀뽀로 대응하는 남편.

 

 

 

전생에 남편은 나의 아빠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시시때때로 드는 내 마음이죠.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던

1주일 조치는 오늘까지 입니다.

 

오늘을 보내면서 나는 남편에게

내 고맙고 미안했던 마음과는 거리가 먼

 

한마디를 하겠죠.

앞으로 마눌 말 좀 잘 들어!”

(사실 말을 잘 들어야 하는 사람은 마눌인데..)

 

이번에 나는 그동안 알던 남편과는

다른 남편을 또 보게 됐습니다.

 

당장에 밥을 안주고, 설거지를 안해서

나에게 불편함을 주면,

 

나도 상대가 불편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남편은 그런 마눌을

심술내는 귀여운 딸내미처럼 대했죠.

 

(그래서 내가 자꾸 남편 딸로

커가는 것이 아닌기 싶기도 하고ㅠㅠ)

 

 

나의 보복 조치 1주일동안 나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운 남편을 재발견 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나와는 다른 남편을 보면서

배우고, 또 존경스럽다 싶었죠.

 

남편이 나에게 때로는 까불거리는 아들이지만,

이렇게 날 말없이 가르치는 스승이듯이,

 

나 또한 대부분은 까불이 딸내미지만,

가끔은 남편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는

 

그런 마누라이고 싶습니다.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또 존경한다는 이야기는

여기에 살짝 묻어 놓겠습니다.

 

 

수다스러운 마눌이라 언젠가는 남편에게도

이때의 내 마음을 털어놓겠지만 말이죠.

 

존경 할 수 있는 남편이라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다시 결혼해도 마눌과 하겠다는 남편인데,

저도 그러지 싶습니다.

 

어디에도 없을 이런 진국 남편을

다시 찾기는 힘들 테니 말이죠.

 

내 남편은 백인의 외모를 하고 있는

진국 경상도 남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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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뜬금없는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휴게소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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