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짧은 여행을 다녀오면서 사온 선물이 있습니다.
보통 여행을 가면 부모님과 시누이에게 줄 선물을 챙기는 남편이지만,
내 가족은 너무 멀리 있어서 내 가족용 선물은 사지 않죠.
그렇게 여행을 가도 누구에게 줄 선물에는 관심이 없던 내가
여행 가기 전부터 “선물”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Steiermark 슈타이어마르크 (실제로는 “슈타이어막”이라 발음)
슈타이어막의 주도가 그라츠입니다.
우리가 결혼해서 살았던 곳이기도 하고,
남편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는 대학을 그라츠로 와서
졸업하고 직장 생활까지 20년정도 살았던 곳.
이 지역은 호박씨 기름과 사과가 유명한 지역.
남편이 그라츠쪽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부터
내가 찜 한 선물은 “호박씨 기름”
“나 이번에 가면 호박씨 기름 2병 사야 해!”
“왜?”
“나 이번에 실업자 될 뻔 했는데, 우리 요양원 원장 이랑 인사 부장이
본사 사람들이랑 통화까지 해가면서 다시 일할 수 있게 힘 써 줬잖아.”
“그거야 당신이 일을 잘하니 다시 받아준 거 아니야?”
“그래도 본사 사람들과 통화까지 해가면서 머리 아픈 일을
그 사람들이 할 필요는 없었어. 그냥 안 받아주면 그만이었을 테니..”
“……”
본사에서는 내가 적어도 앞으로1년 이상은 일을 더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지만,
그것도 중간에 흐지부지 만들어 버린 인사 부장.
“앞으로 있을 일을 누가 알겠어요?”
이 말로 본사에서 말하는 “1년”이라는 조건을 은근슬쩍 말아 먹었다고
나에게 살짝 알려준 인사 부장, S
마눌이 선물을 산다고 하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남편.
“그거야 당신이 일을 잘하니 필요해서 그 사람들이 한 일이야.”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야.
그 사람들이 아니었음 나는 우리가 언제 출국 할지도 모르는 상태로
실업자되서 집순이가 될 뻔 했잖아.”
그럼 작은 것을 사라는 남편.
“무슨 소리야? 내 맘 같아서는 1리터짜리를 사주고 싶지만, 500ml짜리로 사야지.”
“그냥 250ml짜리로 사!”
“250ml는 8유로인데 3유로 더 주면 500ml를 살 수 있잖아.”
250ml에 8유로면 500ml는 16유로가 맞는데..
500 ml는 11유로.
3유로만 더 주고 용량을 배로 얻는 것이 알뜰한 쇼핑이죠.
지난번 여행에서도 시누이용으로 250ml의 호박씨 오일을
사겠다는 남편에게 한마디 했었습니다.
“3유로만 더 주면 큰 거 살 수 있잖아. 그냥 큰 거 사!
호박씨 오일은 건강에도 좋은데 많이 먹으면 좋지!”
남편은 시누이가 혼자 사니 가능하면 작은 것을 사려고 하지만,
지난번에는 웬일로 마눌 말을 새겨들어서
시누이를 위해서 500ml짜리 한 병을 샀었습니다.
가격 차이는 얼마 나지 않지만 큰 것을 사면 뇌물이 되니
작은 것을 사라는 남편의 생각 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5유로를 넘었으니 뇌물입니다.
오스트리아는 커피 한 잔 정도의 가벼운 것들만
“선물”로 인정이 됩니다.
그 이상의 값어치는 뇌물이 되지만,
실업자 될뻔한 나를 구해준 사람들에게 나는 뇌물을 바쳐도 되는 상황!
한국 같았으면 이렇게 저렴한 11유로짜리
뇌물 바치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지요?
“내가 짤릴걸 중간에 말 잘해서
다시 일하게 해 놓으니 이게 뭐여?
지금 장난 하는 겨? 11유로가 뭐냐고?
단돈 2만원도 안 하는 선물이라니..”
한국 같으면 주고도 욕먹을 가격의 선물이지만
여기서는 뇌물이 되죠.
내가 일하는 직업군은 특히나 “선물을 받는 것이 위법”입니다만,
선물은 어르신들의 가족에게서만 받는 것이 위법이라 생각합니다.
동료끼리는 감사함을 표현할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죠.
왜 동료냐구요?
요양원 원장이랑 인사 부장인데 상사가 아니냐구요?
한국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상사”의 개념이 없습니다.
같이 일하면 다 동료죠.
요양원 청소하는 아줌마가 요양원 원장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이름 부르고,
따질 거 있으면 따지고 그런 것이 이곳의 직업의 세계입니다.
상사의 개념이 없으니
상사도 동료같이 생각하는 이곳의 직장인들.
남편 회사의 한 부서가 몇 년 전에 한국 회사에 팔려가면서
졸지에 한국 회사 직원이 되어 버린 남편의 전 동료에게
한국 회사에서의 상사 개념을 설명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785
외국인 친구의 한국인 상사에 대한 나의 조언
남편이 작은 걸 사라고 해도 꿋꿋하게 큰 걸로 사왔었는데..
이제 선물인지 뇌물인지를 줄 때가 되니 약간 부담은 됩니다.
작은 병이었으면 주머니에 넣었다가 살짝 주기도 쉬웠을 텐데,
큰걸 사 놓으니 이건 그냥 들고 다닐만한 크기가 아니라서
이걸 어떤 방법으로 줘야 하는지……^^;
솔직히 호박씨 기름을 사러 가서 본 작은 병(250ML)이
남편 말대로 더 예쁘기는 했습니다.
선물로 주기도 좋은 앙증맞고 예쁜 크기였습니다.
“이왕에 주는 거 3유로 더 투자해서 2배의 용량을 주자”
싶어서 그때는 그냥 밀어 부쳤는데, 나중에는 약간 후회도 했습니다.
“선물로 주기는 작은 사이즈가 예쁘고 딱 좋았는데..”
이제와 후회해도 이미 늦어버렸으니 그냥 큰 병을 주는 걸로!
3주만에 내일 출근을 합니다.
내일 가져갈 출근 가방에 호박씨 오일 2병을 작은 보조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냥 들고 다니다가 줄 사이즈가 아니니 근무하는 도중에
가방을 메고 원장실과 인사 부장실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나 이번에 슈타이어막에 여행 갔다 오면서 한 병 사 왔어.
너 아니었으면 내가 다시 일할 수 없었을 텐데.. 고마워!”
저는 이렇게 멘트를 준비했습니다.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저는 인사 부장이 본사와 약속한 1년 이상은
일해야 할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혹시 내가 잠시 회사를 퇴직했다가 다시 돌아와도
이렇게 갖다 바친 뇌물을 봐서
“나를 예쁘게 봐주지 않을까?”
하는 흑심도 사실은 약간 있습니다.
내가 갖다 바칠 호박씨 오일 2병은 내가 아닌 남편이 계산했는데..
어차피 내가 사려고 했던 물건이라 돈을 달라고 하면 줄 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이
“내 마눌 다시 일하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
이라고 협찬을 해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남편이 돈 달라는 소리를 안 하면 감사한 남편 협찬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이 돈 달라고 하면 시원하게 쏠 생각입니다.
나를 계속 일하게 해준 사람들에게 선물 22유로는
내가 기분 좋게 낼 수 있는 금액이니 말이죠.^^
그나저나 코로나는 언제쯤 끝이 날까요?
남편은 내년 봄에는 떠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저는 여름에도 힘들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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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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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작년 여행 영상입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 갔었던 곳을 이번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갔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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