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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간만에 한 신나는 쇼핑

by 프라우지니 2020.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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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꾸미는 것에는 그리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옷도 있는 거 그냥 입고 다니고, 화장은 선크림만 바르는 정도죠.

 

사는 곳이 한국이 아니고, 꾸미고 갈 데가 없는 삶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여기는  왔다가 사라지는 “유행”같은 것도 감지를 잘 못하겠습니다.

 

집에서 입던 허접한 원피스 입고 동네 대형 쇼핑몰을 가도, 나보다 더 허접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밖을 나가면서도 내 옷차림을 잘 쳐다보지도 않게 되죠.

 

아! 그런 적이 있었네요.

상대방의 옷차림에 비해서 내가 너무 초라해서 살짝 피했던 사건!

 

우리 동네 쇼핑몰에 있는 Interspar 인터슈파 슈퍼마켓의 동양인 직원.

 

나와 너무 닮은 외모라 말을 걸었는데, 그녀는 티베트(인가?)에서 온 난민이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꾸렸다는 그녀.

 

내가 물건을 산후에 계산하려고 섰던 줄에 그녀가 근무를 하면, 계산하면서 한 두 마디 말을 섞은 적이 있었고, 난 한 개만 필요한데, 빵도 2개, 음료도 2개 묶음으로 구입을 해야 해서 계산하면서 그녀에게 한 개씩 준 적도 있었네요.

 

처음에는 이름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이름은 이미 오래 전에 까먹었고, 그저 오가다 만나면 웃으면서 “잘 지내지요?”하는 정도의 안면만 있던 그녀!

 

평소의 그녀는 슈퍼마켓 유니폼을 입고 계산대에 앉아서 근무를 하고, 평소의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편한 반바지 차림으로 장을 보러 다니죠.

 

 

 

 

어느 주말 남편과 장을 보러 그 슈퍼마켓에 갔는데, 카운터가 아닌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그녀를 봤습니다.

 

남편과 장보면서도 그녀와 몇 번 만난 적이 있어서 남편도 알던 그녀.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던 그녀를 보고는 남편이 가서 아는 척하라고 내 옆구리를 찌릅니다.

 

“저기 당신 친구 있다. 가서 인사해!”

“내 친구 아닌데? 그냥 가벼운 안부만 묻는 정도인데 뭘 굳이 가서 인사를 해?”

 

이렇게 말하고는 살짝 그녀를 피해서 쇼핑을 마저 했습니다.

 

남편에게 말한 것처럼 나와 가벼운 안부를 주고받는 정도인데 굳이 인사할 필요가 없는 것도 맞았지만, 사실은 그녀의 옷차림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내가 싫어서 피했죠.

 

근무할 때는 유니폼 티셔츠를 입던 그녀인데 유니폼을 벗은 그녀는 완전 달랐습니다.

 

화려한 모양의 미니 원피스에 커다란 귀걸이 & 목걸이 뾰쪽 구두에 화려한 가방! 그리고 풀 메이크업한 얼굴!

 

그녀의 옷차림이 럭셔리하고는 거리가 약간 있었지만 블링블링하기는 했습니다.

 

화려한 옷차림의 그녀와는 달리 나는 동네 슈퍼에 온 차림이라 반바지, 운동화에 머리에는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죠.

 

 

 

한 번도 내 옷차림에 대해서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상대가 너무 블링블링하니 내 자신이 너무 초라 해 보인다는 생각에 그 자리를 피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유행이나 옷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옷을 안 사는 것은 아닙니다.

 

맘에 드는 디자인이나 관심이 가는 건 신경 써서 보기도 하고 또 구입도 하죠.

 

하지만 내가 생각 없이 덥석 물건을 살 때가 있으니..

그건 바로 내 눈을 멀게 하는 저렴한 가격!

 

간만에 쇼핑을 했습니다.

 

그날이네요. 내가 치과에 갔다 오면서 3유로짜리 케밥을 먹었던 날!

(오늘 여러분이 보시게 될 부록영상은 이날 케밥을 먹는 영상입니다.^^)

 

치과에 갔다가 오면서 케밥까지 먹고 부른 배를 안고 집에 직행하는 대신에 동네 슈퍼마켓부터 들렀습니다.

 

슈퍼마켓 전단지에 나오는 물건이라고 해도 평소에 관심 있게 보는 것이 아니어서 사고 싶었던 물건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어째 이날은 운이 좋았습니다.

 

 



 

평소에는 야채/과일만 사들고는 후딱 슈퍼마켓을 떠나는 장보기인데, 이날은 장을 보러 온 곳이 아니라 부른 배가 꺼질 때까지 산책 삼아서 간 슈퍼마켓이라 천천히 구경을 하다가 발견한 원피스.

 

“맞다! 이 원피스가 괜찮은지 보러 오려고 했었지?”

 

슈퍼마켓의 기획 상품들은 때로는 옷가게 옷들보다 훨씬 더 품질도 좋고, 디자인도 예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나 빨간색 꽃무늬 원피스는 눈이 가는 디자인이었죠.

 

허리에 고무줄도 들어있고, 또 길이고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서 살 의향은 있었습니다.

일단 편안 해 보이는 원피스가 찜!!

 

“이런 원피스는 다기능이죠. 저녁에 입으면 잠옷, 여름에는 원피스, 날씨가 추워지면 안에 쫄 바지 입고 입으면 되고!”

 

내가 사고 싶은 원피스는 빨간색 꽃무늬!

전에는 빨간색은 안 사던 색이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빨간색이 마구 땡깁니다.^^;

 

슈퍼마켓은 탈의실이 없지만 그렇다고 옷을 못 입어보는건 아니죠.

저는 제가 입고 있는 옷 위에 입어봅니다.

 

빨간색은 내가 사려고 했던 옷이지만 그래도 입어봐야죠.

옷의 사이즈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니 입어서 확인을 해야 합니다.

 

내 사이즈는 38. 옷이 작게 나오는 경우는 40을 입을 때도 있죠.

다행이 이 원피스는 조금 넉넉한 사이즈라 38을 입으니 딱입니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원피스를 자신의 몸에 대보는 걸로 대충 치수를 확인하는 아낙들도 있지만...

 

내가 재킷을 벗고는 원피스를 입어보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은 것인지 내 옆에서 원피스를 입어보는 아낙들도 몇 있었습니다.

 

 



슈퍼마켓에 나오는 기획 상품은 가격대비 품질이 꽤 뛰어난 수준이라 물건은 금방 동이 납니다.

 

상품이 나오는 날 오전에 이미 다 팔리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운이 좋아서 오후에 갔음에도 내 사이즈를 살 수 있었죠.

 

내가 애초에 사고 싶었던 옷은 빨간 원피스였는데..

내 옆에서 파란 원피스를 입어보는 아가씨를 보니 의외로 괜찮아 보여서 나도 착용!

 

파란색 땡땡이 원피스인줄 알았는데, 무늬는 땡땡이는 아니고!

입어보니 파란색도 받는 거 같아서 이것도 그냥 집어 들었습니다.

 

사실 슈퍼에서 팔리는 원피스의 가격은 6,99유로.

단돈 7유로짜리 편안한 디자인의 옷입니다.

 

내가 옷을 입어보는 동안 내 옆에 모여든 아주머니들.

나보다 덩치가 작은 아주머니가 36사이즈가 자신의 몸에 맞는지 대 보는데 한마디 했죠.

 

“내가 지금 입은 것이 38사이즈거든요.

당신은 나보다 덩치가 작으시니 36이면 딱이예요.”

 

나의 이 말에 그분은 자신의 몸에 대보던 원피스를 챙겨서 카운터로 가셨죠.

 

여기도 내가 옷을 입어보고 있으며 지나가면서 “그 옷이 어울린다”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고 느끼는 순간이죠.^^

 

슈퍼에서 원피스 2개를 사들고는 이번에는 동네 쇼핑몰로 자전거를 달렸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쇼핑몰에 가는 건 엄두도 안냈었는데..

부른 배도 잠재울 겸해서 “다 같이 돌자! 쇼핑몰 한바퀴!”를 했죠.

 

치과에 간다고 오전 11시경에 집을 나간 마눌이 오후가 되어도 안 들어오니 남편이 걱정스러운지 전화를 해왔지만 받지는 않았습니다.

 

전화를 받고 내가 어디 있는지 알면 남편이 해올 첫 마디.

 

“당신 미친거야? 코로나가 극성인데 사람들 모이는 쇼핑몰에는 왜 간 거야?”

 

 

 

 

그냥 심심해서 한 바퀴 돌아보던 중에 내 눈에 띈 첫 번째 물건은 바로 겨울 패딩잠바.

뉴질랜드는 겨울인데 가지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 찜했습니다.

 

내가 가진 패딩은 모자가 없는데, 반값할인해서 단돈 10유로라니 얼른 집어 들었습니다.

“이건 거기서 입다가 버리고 와도 되겠다”싶었죠.

 

주머니에 넣으면 작은 침낭정도의 부피가 되니 여행용으로는 딱!

오늘 내가 사들인 원피스도 패딩도 다 떠날 때 가지고 가려고 산 물건들입니다.

 

이 물건들을 살 당시만 해도 아직 항공권은 예매 전이었지만, 곧 떠난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상태이니 슬슬 준비한다는 생각이었죠.

 

오후 4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전화도 안 받았다고 뭐라 하지만 나도 준비한 거짓말이 있기에~^^

 

“치과에서 오다가 시청 앞에서 미유키를 만나서 같이 케밥도 먹고 수다도 떨었지.”

 

뻥이죠.

미유키를 전에 거리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아니죠.

 

누군가를 만났었다고 하니 아무소리 안 하는 남편.

남편의 잔소리를 살짝 피하는 나만의 노하우입니다.

 

내가 누구를 만났거나 말았거나 내가 케밥을 먹은 건 맞거든요.^^

 

마눌이 동네 쇼핑몰까지 갔었던 것을 남편이 알았지만 웬일로 No 잔소리.

남편이 잔소리를 안하시니 신이 나서는 오늘 사온 물건들을 공개합니다.

 

 

패딩을 입고 모자까지 쓴 상태로 남편 앞에 짠!

 

“봤지 봤지? 이거 뉴질랜드 갈 때 가져가려고! 거기는 지금 춥잖아.

당신 것도 사려고 했는데 사이즈가 없더라.

이거 반값세일해서 10유로야 엄청 싸지?”

“난 오리털 패딩 가지고 갈 거야.”

“난 이거 입고 가서 올 때 버리고 오려고 하지, 내 거위털 패딩은 안 가져 갈꺼거든.”

“그럼 거기 가서 사면되지!”

“거기는 다 비싸잖아. 이거 입고 가서 버리고 오면 돼!”

 

10유로짜리 패딩은 안에도 파란색이고 가벼워서 좋고,

작은 주머니에 넣으면 아쉬운 대로 베개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패딩을 벗어던지고는 이번에는 원피스 패션쇼우~~

 

빨간 원피스를 입고 남편 앞에 서니 남편이 나쁘지 않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이것도 가지고 가려고 샀어.“

 

빨간색 원피스를 후다닥 벗어던지고는 이번에는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

 

“당신은 어떤 색이 더 맘에 들어? 빨간색 아님 파란색?”

“파란색!”

“알았어, 그럼 당신이 파란색 원피스 값을 내도록 해!”

“응?”

“파란색은 당신이 주는 선물로 할께!”

“....”

“그냥 당신이 두개 다 선물로 주는 건 어때? 한 개에 7유로 밖에 안 해. 2개에 14유로네.”

“아니, 나는 그냥 한개만 하는 걸로 할께!”

“알았어. 그럼 파란 원피스는 당신이 주는 선물이야. ”

 

 

 

참 기분 좋은 날입니다.

저렴하면서도 맘에 드는 옷을 3개나 만났는데, 그중에 하나는 남편의 선물.ㅋㅋㅋ

 

내 맘에 드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만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정말로 오랜만에 한 쇼핑이라 간만에 느껴보는 “쇼핑한 날의 만족감입니다.^^

 

쇼핑이 이리 기분 좋은 일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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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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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위에서도 말씀드렸던 "우리동네 케밥가게"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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