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무 3년차 요양보호사.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에 나 같은 외국출신 요양보호사가 몇 있습니다.
옆 병동에 있는 P는 사모아에서 온 덩치가 성인 남성같이 큰 아낙.
이 아낙은 오스트리아에 24년(인가?) 살았고, 요양원 근무 15년차입니다.
같은 병동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아저씨가 있네요.
나보다 10살이나 어린데 아저씨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청년 나이는 아니니 아저씨!
그 외 교포 2세로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지만, 집에서는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오스트리아 국적의 외국인이죠.
외국인 직원으로 근무하는 나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가끔 안 되기도 하고, 특히나 어르신들은 잘 듣지 못하시니 발음도 안 좋은 직원이 말을 하면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셔서 몇 번씩 같은 말을 반복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독일어도 잘 못하고, 발음도 잘 안 되는 외국인 직원이지만 근무 중 나는 많이 웃습니다.
말도 잘 못 알아듣고, 발음도 새서 바보같이 보일 때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웃습니다.
일이 재밌고, 쉬워서 웃는 건 아닙니다. 요양원 근무상황을 얼굴로 표현하자면..
하루 종일 인상 팍팍 쓰고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빡세죠.
3년차에 들어선 직장생활이지만 ..
마음을 나눌 정도로 친한 동료들이 없습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씩 근무한 직원들 사이에는 서로 “베프”들이 있는지라 그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고, 나도 그들과 친할 시간이 없습니다.
동료 직원들끼리는 밖에서도 만나서 밥도 먹고 하는 모양인데.. 나에게 밥 먹자는 동료도 없지만, 나또한 밖에 쓸데없이 나다니는 거 보다는 집에서 글 쓰는 것이 더 좋죠.
그렇게 왕따 아닌 왕따로 근무하는 3년차 요양보호사.
근무에 들어가면 몸을 사리지 않고 일을 하니,
나랑 일을 하게 되면 좋아하는 동료들도 있지만..
나를 싫어하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상대가 나를 싫어하는 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눈빛이나 하는 행동으로 느끼죠.
사람 싫어하는데 굳이 이유가 필요한건 아니니 상대에 따라서 나도 거리를 유지합니다.
https://pxhere.com/ko/photo/1096844에서 캡처
나를 싫어하는 직원 중에 하나인 25살 간호사,M
유고 전쟁 때 피난 온 부모를 둔 그녀는 교포2세.
무슬림이여서 항상 위의 사진처럼 머리에 수건을 쓰고 다니는 간호사입니다.
요양원내에 전 유고연방 출신 어르신들이 몇 분 계신데 그분들의 언어로 소통을 하죠.
오스트리아의 얼마 전까지 중졸이면 3년간의 직업교육을 받고 간호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무 병원에나 있는 직업교육 과정만 마치면 될 수 있었죠.
하지만 법이 바뀌면서 중졸 출신 간호사들에게 더 이상 “간호사”라는 명칭이 허락되지 않게 됐습니다.
“간호사“라는 명칭은 고졸 출신들이 3년간의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학사과정‘을 마쳐야 하죠.
이미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있는 50대 간호사들은 그냥저냥 근무하다가 퇴직할 생각을 하지만.. 아직 20~30대 간호사들은 마투라(고졸)를 준비해서 정식“간호사”가 되려고 하죠.
M도 아직 나이가 어리니 마투라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죠.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경력을 쌓아서 “병동 책임자”가 되고 싶어하니,
필요한 학사학위 “간호사”
다른 간호사들은 그냥저냥 지낼 만한데,M은 유난히 나에게 까칠합니다.
그래서 같이 근무할 때 많이 신경을 쓴다고 쓰는데,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네요.
3층에 파킨슨성 치매를 앓으시는 할배, K가 계십니다.
파킨슨은 시시때때로 공격성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공격 성향을 띄면 무관심한척하며 거리를 두죠.
제 이야기에도 등장하신 적이 있는 할배이십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2759
그래도 감사한 일들
점심이 나오기 전에 아침 간병을 끝내야 하는데 K할배는 아침부터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고 안 일어나신다고 한바탕 하셨다고 합니다.
할배가 안 일어나겠다고 하시면 일하기 싫은 직원들은 얼싸 좋은 기회죠.
일을 덜할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할배를 하루 종일 침대에 둘 수는 없는 일.
나는 목욕탕에 들어가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했지만,
점심시간에 코앞이라 K할배방에 들어갔습니다.
내가 들어가니 나를 빤히 쳐다보시는 K할배.
“K, 벌써 11시인데 일어나실래요?”
내 질문에 고개를 젓는 할배.
“그럼 우리 요거트나 먹을까요?”
요거트는 드시겠다고 해서 침대에 걸쳐 앉아서 먹여드리고 있는 K할배의 아드님이 오십니다. 11시가 넘도록 왜 당신의 아빠가 침대에 있는지 설명을 해야지요.
“K할배가 아침부터 화를 내시고, 안 일어나신다고 해서 아직까지 침대에 있어요.”
그렇게 요거트를 다 드리고 난후 다시 여쭤봤습니다.
“K, 일어나실래요? 벌써 11시인데, 점심 먹을 시간이 다 됐어요.”
“.....”
“일어나신다면 도와드리고, 안 일어나신다고 하면 그냥 나갈게요.”
“음.....”
“확실하게 말씀을 하세요. Ja (야/응) 이에요 Nein (나인/아니)이에요?”
“음...”
“일어나시겠다고요?”
“음...”
원래 다른 직원이 K할배를 간병해야 했지만 다들 오지 말라고 했다고 안 한다고 하니, 내가 할배를 씻겨드리고, 옷을 갈아입혀드린 다음에 휠체어에 태워서 복도에 있는 K할배의 자리에 할배를 모셔다 드렸습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시간.
K할배의 바지가 젖었습니다.
바지에 큰일을 보신 상태라 빨리 화장실에 모시고 가야하는데..
화장실에 같이 가자고 하니 할배가 안 간다고 소리를 지르십니다.
할배를 달래서 화장실로 모시고 가야하는데,
동료직원한테 빨리 와서 할배를 부축하라고 하니..
“K할배가 나 싫어해서 나는 안 해!”
두 사람이 할배를 부축해서 화장실로 가야하는데 안한다고 하면 어쩌누?
나라도 할배를 모시고 가려고 시도를 했지만, 이미 성질이 나신 상태라 통제 불능.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두는 것이 최고인데..
테이블에 상체를 의지하고 엎드려계십니다.
떵싼 바지라 의자에 앉으시기는 싫으신 거 같은데..
그렇다고 화장실에 가자고 해도 안 가신다니 어쩔 수 없는 상황!
K할배의 눈치를 봐가면서 화장실에 모시고 갈 시간을 확인중인데.. 그날 2층에 근무하는 M이 3층에 왔다가는 K할배를 보고는 가서 할배랑 조곤조곤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할배의 행동을 진정시킬 수 있는 약도 할배 입에 넣어드리고..
나중에 나를 부르더니 M이 날리는 한마디.
“K할배가 더 싫어하니까 그 근처에 가지마!”
뜬금없는 이야기에 “웬일?”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다른 직원들은 실패한 할배 아침간병을 성공해서 밖에 모셔다 놨구먼!!
하지만 할배가 화가 난 상태인데 생글거리면서 자꾸 말붙이는 건..
어떻게 보면 “깐족이는 느낌”도 가질 수 있죠.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지금 만이야 아니면 평소에도 계속이야?”
“평소에도 계속!”
그랬더니만 3층에 근무하면서 아침 상황을 봤던 간호사G가 M한테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지니가 K할배 달래서 씻겨서 데리고 나왔는데?”
이 말에 M은 아무런 댓구없이 사라집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연세가 많으신 분들 중에 외국인을 싫어하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특히나 세계2차 대전을 치르면서 히틀러가 죽인 외국인들이 꽤 되죠!
날 싫어한다면 나는 K할배께는 웬만하면 안 가는 것이 맞습니다.
싫어죽겠는 사람이 나에게 와서 내 살을 만지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을 테니 말이죠.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 말을 나에게 참 기분 나쁘게 전하는 M은 아무리 예쁘게 봐주려고 해도 안 되는 내 동료 중에 하나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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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래전 올렸던 영상을 업어왔습니다.
요양원에 관련된 영상은 거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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