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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접한 “고독사”

by 프라우지니 2020.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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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뉴스에서 많이 들어본 말!

 

검색창에 “고독사”를 치니 나오는 여러 설명들.

 

그중에 가장 정확한 설명은 이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돌발적인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고독사”는 조금 다르죠.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던 사람이 죽은 상태에서 발견된 것.”

 

사람들과의 접촉이 없으니 집에서 나오지 않아도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고!

나중에 “냄새”로 혹은 “누군가의 신고”로 사망된 후에 발견되는 사람들.

 

우리가 알고 있는 “고독사”라는 조금 다르지만.. 우리부부의 친구인 안디의 어머니가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계시다가 돌아가셨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의 그분 나이 59살.

이제 1년만 있으면 “은퇴”를 하고, 조금 더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좋아하셨었다고 했었는데, 그 “은퇴”를 1년 앞두고 갑작스레 돌아가신 거죠.

 

당시 우리부부가 뉴질랜드에 있을 때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안디를 꼭 안아준 적이 있었는데..

(저도 못 믿을 제 기억이라 긴가민가 싶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고독사”의 정의

 

근무하는 곳이 요양원이다 보니 “죽음”과는 상당히 가까운 사이입니다.

 

지난달에 “직원회의”때 우리 요양원 직원 관리하시는 분이 하셨던 말.

 

“2019년에 우리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70분”

 

대충 110분 정도가 머무실 수 있는 요양원인데, 70분이면 반 이상이 돌아가셨네요.

물론 이분들이 다 요양원, 당신의 방에서 돌아가신 건 아닙니다.

 

몇몇 분들은 당신의 방에서 주무시는 듯 한 모습으로 하늘을 가셨고,

몇몇 분들은 상태가 안 좋아져서 병원에 실려 가셨다가 하늘로 가셨죠.

 

제가 “고독사”를 접 한날, 전 2명의 사망소식을 들었습니다.

한 분은 우리 요양원에 오래 계셨던 치매어르신.

 

치매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3017

당신이 늙기 전에 봐야 할 치매 애니메이션 에 대한 나의 생각

 

내가 실습생으로 왔을 때부터 내내 치매의 4단계인 “식물인간”상태이셨던 어르신.

 

몸을 웅크린 자세로 뼈가 굳은 상태셨고,

외부의 접촉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으셨던 분.

 

그저 음식이 오면 자동적으로 입을 벌려서 드셨고, 드신 만큼 배출을 하셨죠.

가족도 없는지 지난 5년 동안 방문한 사람도 없으셨던 외로우신 분.

 

지난 목요일 근무 중 그분이 응급차에 실려 가는걸 봤었는데..

다시 출근한 화요일 근무 일지에서 그분의 이름을 봤습니다.

 

목요일 병원에 실려 가신 그날 저녁에 하늘로 가셨다고!

 

참 오랫동안 식물인간상태로 말 못하시고 누워만 계셨었는데..

그 시간동안 설마 당신의 정신은 챙기고 계셨던 건 아니겠지요?

 

아닐 꺼라 믿습니다.

치매의 마지막 단계라 몸도 그렇지만, 생각도 놓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에 갇혀서 오만가지 상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지옥일지 굳이 경험해보지 않아서 짐작이 가는 삶이니 말이죠.

 

 

 

출근을 하면서 사무실 앞에 들어선 테이블 하나를 보고 생각했었습니다.

 

“누군가 돌아가셨군, 누구지? 가실 거 같았던 분은 없었는데...”

 

보통은 돌아가신 분의 방 앞에 놓여지는 테이블이 모퉁이에 놓여있습니다.

어느 분이 돌아가셨나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어! S는 지난주에도 왔었는데.. 내가 봤었는데..”

 

S는 자원봉사자로 우리 요양원에 매주 한 번씩 찾아오던 할매이십니다.

 

이 “할매”라는 단어가 쫌 걸리는데.. 편하게 이름을 부르던 사이라 나이는 할매라고 할 수 있는 68세지만 한 번도 할매라 인식한 적이 없는 동료 같은 존재였죠.

 

우리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를 하다가 60살에 은퇴를 한 후에도 여전히 자원봉사자로 매주 찾아오고 있는 S.

 

지난주에도 내 울화통을 터뜨린 R을 만나러 와서는 저녁까지 먹여주고 다음 주에 온다고 인사까지 하면서 갔었는데..

 

내 울화통을 터트린 R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확인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3160

울화통 터지는 날

 

 

3년 전인가는 새로 작은 아파트를 사서 이사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녀가 죽었고, 그녀를 애도하는 글이 걸려있는 겁니다.

원래 아무로 모르는 것이 “인간의 내일”이기는 하지만 이건 생각지도 못한 일인데..

 

S로 말하자면 절대 단절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자원봉사도 다니고,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취미생활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나름 활발한 활동을 하던 인간형이었는데..

 

목요일에 앞으로 있을 모임 때문에 S에게 전화를 했던 지인.

S 가 전화를 받지도, 다시 해 오지도 않아서 금요일에 다시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불통.

 

이상한 마음이 들어서 S가 집을 비울 때 집에 있는 화분들에 물 주러 가는 지인에게 연락을 했답니다. 그 지인은 S의 집열쇠를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토요일에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S는 소파에 죽은 채 있더랍니다.

전화를 받지 않은 목요일에 이미 숨이 끊어진 듯 한데 토요일에 발견 된 거죠.

 

말을 들어보니 그녀는 천식종류의 병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나타난 증상에 본인이 조치를 취할 시간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ㅠㅠ

 

그 이틀 동안 그녀의 영혼은 몸을 떠나지 못하고..

그 집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애통했을까요?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에 카자흐스탄에 있던 아들이 급하게 올 준비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오래 근무한 직원들 같은 경우는 S가 전에 같이 근무한 동료였으니 당황스런 소식이죠.ㅠㅠ

 

“고독사”는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혼자 살다가 갑작스럽게 갈 수도 있고, 가족들과 산다고 해도 가족들이 없고,

나만 있는 순간에 숨이 막히거나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면 벌어지는 것이죠.

 

요양원에서 있었던 일은 남편에게 조잘조잘 수다를 잘 떨어대는 나인데..

S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수다로 풀고 잊을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두고두고 생각해야할 이야기인 모양입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고,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지만..

가끔은 내가 지키지 못할 때도 있고, 그렇게 급하게 하늘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S는 하늘로 잘 갔겠죠?

너무 급하게 가서, 섭섭해서 이 땅을 못 떠나는 건 아니겠지요?

 

병에 걸려서 죽을 날을 받아놓고 사는 사람들도 가슴이 아프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는 삶도 애통하기는 마찬가지인거 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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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울한 내용이라 조금 눈이 시원한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다흐슈타인의 산아래 위치한 동네 구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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