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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그녀와의 재회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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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하루 종일 다녀도 나랑 비슷한 외모를 가진 아시아 사람들은 보기 드물었는데..

요새는 동네 슈퍼를 가도 꽤 많은 아시아 사람들을 만납니다.

 

거리에서 자전거 타고 다니는 젊은 청년들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 얼굴이 약간 동양적이고!

 

아프카니스탄쪽에서 청년 난민들이 엄청나게 들어오는데..

우리 동네에 자리를 잡은 것인지 꽤 많이 마주칩니다.

 

이제는 동네 슈퍼를 가도 아주 다양한 동양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언어를 내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라가 다르다는 건 알죠.

 

슈퍼에서 만나는 동양인들은 나를 대놓고 빤히 쳐다보기도 합니다.

내가 그들과 같은 언어를 하는 듯 생각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거겠지요.

 

하지만 우리 동네에 나 말고 또 다른 “한국인”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에..

그들이 쳐다봐도 나는 눈길도 안 줍니다.

 

그저 속으로 한마디 하죠.

“난 너희랑 다른 언어를 쓰는 한국인이야!”

 

오늘도 거리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던 외국인 아낙을 만났습니다.

아침에 요양원에 볼일이 있어서 출근하는 남편차를 타고 갔다가 다시 집에 오는 길.

 

집으로 걸어오면서 장도 볼 생각으로 슬슬 걸어오다가 횡단보도에서 잠시 섰는데..

건너편에 서있던 아낙이 나를 빤히 쳐다봅니다.

 

“또 내가 자기네 나라에서 온 사람인줄 스캔중인가?”

 

 

뭐 이렇게 생각하고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무심하게 신호를 기다려서 길을 건너는데 건너편에서부터 날 빤히 쳐다보던 아낙.

 

모자까지 눌러써서 내 얼굴을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내 옆을 스쳐가면서도 나를 자꾸 쳐다보더니만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한마디..

 

“저기...”

 

뭘 물어보고 싶어서 그러나 싶어서 그녀를 쳐다봤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닌디..

내가 아는 동양아낙은 이 동네에 없는디!

 

“린츠..독일어..”

 

이런 말을 날리면서 날보고 웃는 아낙의 얼굴!

 

처음에는 모르겠던 얼굴인데, 그녀의 얼굴과 그녀가 한 말을 맞춰보니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이름은 잘 모르겠는...

 

“응, 그래 맞다.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지! 근디.. 네 이름이..미...”
“응, 나! 미유키”

 

 

https://pixabay.com 에서 캡처

 

그녀는 나랑 5년 전에 같이 독일어 강의를 들었던 일본아낙, 미유키!

 

그때 일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해야 하실 듯..

http://jinny1970.tistory.com/1457

동양인들의 인정

 

그렇게 독일어 강의가 끝나고 가물가물해지는 기억 속으로 사라졌던 미유키.

그녀를 우리 동네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남편이 하는 가게 때문에 은행에 갔다가 집에 가는 길이라는 그녀.

길에 서서 서로의 근황을 묻다가 내가 동네 요양원에 근무를 한다고 하니 깜짝 놀랍니다.

 

“내가 오며가면서 그곳에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거든.”

“왜?”

“혹시 내가 그곳에서 무료로 공연을 해도 되냐고 물어보려고!”

 

그녀는 오스트리아 정상의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던 연주자였습니다.

어느 날 다시는 연주 할 수 없는 일이 생겨서 그 후 악기를 완전히 놓아버렸죠.

 

한동안 악기를 잡을 수가 없었던 그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악기를 잡았지만,

지금은 그저 소일거리로 연주를 하고 있죠.

 

지금도 활동 중인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4중주로 여기저기 무료연주를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12월에도 린스 시내의 병원과 여기저기에 공연 일정이 있다고 말하는 그녀!

 

5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것이 하나 없다는 그녀.

비자를 갱신하려면 독일어가 필요한데 자신은 B1 수준도 안 된다는 그녀.

 

사람들도 안 만나고 집에만 있으니 독일어 실력이 절대 나아질 수 없죠.

 

그녀에게 요양원에 (연습을 겸한) 연주회를 해도 되고, 요양원에는 1주일에 한 번, 2시간씩 어르신들을 방문하는 방문봉사가 ‘적십자’에 있으니 그곳에 알아보라는 이야기도 해 줬습니다.

 

길거리에 서서 잡시 이야기하다가 내친 김에 그녀를 데리고 요양원으로 갔죠.

가서 요양원 원장을 만나게 해줬습니다.

 

말을 잘 못한다던 그녀는 또박또박 원장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일본인인데, 지금은 더 이상 연주를 하지 않지만 전에는 오케스트라에서 전문연주자로 활동을 했었고, 지금은 직업적으로 연주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날 때 이곳에 와서 연주를 하고 싶은데, 내가 아는 음악은 바흐 같은 정통 클래식이라 어르신들이 듣다가 도망가시는 건 아닐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대화는 텄고, 그녀는 동료들과 4중주 연주를 올수도 있고,

또 방문봉사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원장에게 했습니다.

저야 옆에서 듣고만 있었죠.

 

그렇게 원장의 명함을 받아서 나온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네 동료들은 오케스트라 단원이면 거기 연습만으로도 벅찰 텐데,

너랑 이런데 연주하러 올 시간이 있겠어?”

“그곳에서 하는 연주와는 또 다른 연주를 하고 싶어 하는데 그럴려며 연습을 해야 하거든. 요양원에 연주 봉사를 하면서 자신들도 연습을 하는 거니 좋아할 꺼야!“

 

12월은 이미 여기저기 (봉사)연주가 잡혀있어서 시간이 없고, 1월부터 하고 싶다는 그녀는 차후에 원장에게 스케줄을 잡아서 연락을 하기로 했습니다.

 

5년 만에 만난 그녀는 참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이 아낙이 전에도 이렇게 수다스러웠나?"싶을 정도로 상대방이 말을 할 시간도 안주고 혼자 열심히 이야기 하고, 전에는 약간은 수동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한발을 빼는 태도를 취하는 듯 했는데, 지금은 너무도 적극적으로 변해 있는 그녀”

 

집에만 있으면 절대 늘지 않는 독일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죠.

 

근무하는 날 외에는 집에 짱 박혀서 유튜브로 한국어가 나오는 동영상보고,

한글로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니 나도 늘지 않는 독일어!

 

독일어 공부를 할 목적으로 요양원에 봉사도 하고, 연주도 오고 싶다는 그녀!

 

그녀의 생각대로 사람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면서 그녀의 독일어 실력이 확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와 나는 어떤 인연이기에 이렇게 또 만나게 된 것일까요?

 

내가 오늘 남편 차를 타지 않고, 그냥 자전거를 타고 갔다 왔다면 횡단보도에 서 있을 일이 없었을 테고, 그곳에 서있었다고 해도 자전거는 휭~하니 지나가니 서로를 알아볼 시간이 없었겠죠.

 

그녀와 나는 이번에 서로를 알게 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이번에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그것이 궁금해지는 그녀와의 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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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일상중에 하나인 "요리 동영상"입니다.

 

남편이 좋아하고, 잘하는 토마토 구이의 마눌버젼.

남편이 하라는대로 하는거지만 마눌이 하는거니 마눌버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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