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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나를 화나게 하는 남편의 똥고집

by 프라우지니 2019.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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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합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맞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세상에 손해 보는 장사는 없다.”

 

아닙니다, 손해 보는 장사는 있습니다.

“결혼”은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손해 보는 장사‘입니다.

 

결혼 안하고 혼자서 잘 먹고 잘 살고, 여행도 잘 다니는 시누이는 정말 현명한 여자입니다.

 

팔자 좋아서 부잣집에 시집가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여자들.

 

실제로는 그 집에서 파출부로 일하고 있죠.

파출부로 일하면 돈이나 벌지만, 가정주부들은 무보수로 일을 하죠.

 

그러면서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야 하는 말!

“네가 집에서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남편 출근할 때 아침 챙겨, 남편이 입을 옷 챙겨, 남편이 입었던 옷 빨아, 남편이 자고 나간 침대 정리해, 남편이 밥 먹고 나가면 정리하고 설거지 해!

 

거기에 아이들까지 있다면 아이들 뒤치다꺼리까지.

자신만의 시간을 내기 힘든 것이 “가정주부”인 것을...ㅠㅠ

 

나는 아이가 없어서 아이를 낳은 고통까지는 겪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씩 내가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고 절실하게 느낍니다.

 

나는 주 20시간만 일하는 가정주부.

일을 적게 하는 대신에 월급도 작죠.

 

하지만 주 40시간 일하는 남편이 마눌에게 “옜다~”하고 돈을 주지는 않습니다.

네 돈은 네 돈이고, 내 돈은 내 돈이죠.

 

보통 다른 집은 남편이 집세, 공과금을 부담하고 마눌은 식료비를 부담하는 오스트리아.

마눌에게 “식료비”를 부담시키지 않는 것을 대단히 큰일처럼 생각하는 남편.

 

그러면서 마눌이 뭔가를 사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

“그건 내가 안 낼 거야.”

 

생활비라고 목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마눌이 한 달 생활비 지출 한 거 영수증이랑 리스트 작성해서 올리면 겨우 그거 결제(?) 해주면서 뭘 그리 통 크게 쓴다고 생색인지..

 

남편이 “(마눌이 지출한 식료비)돈 안 준다”할 때마다 마눌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어디 가서 하루 1시간씩만 청소를 해도 시간당 10유로, 한 달이면 300유로야,

이 돈이면 충분히 나 혼자살수 있는 집 하나는 구할 수 있거든!”

 

맞는 말입니다. 몰래 바이트는 시간당 10유로는 더 받죠.

 

여기서 말하는 몰래 바이트란?

 

가정집 같은 곳에 한두 시간 청소하는 일 경우는 정식 계약서를 쓰지 않고 당사자 간에 이루어지죠. 결국 불법이니 몰래 바이트라 칭하겠습니다.

 

남편 잘 만나서 주 20시간만 일하는 팔자 좋은 아낙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집에 있다고 해서 하루 종일 땡자거리면서 놀지는 않습니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남편 아침을 챙겨야 하고, 샌드위치에 과일, 야채까지 영양까지 생각해서 골고루 도시락도 챙겨야 하고, 거기에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시부모님과 시시때때로 대화도 해야 하고!

 

생각만큼 그렇게 시간이 많지도 않다는 이야기죠.

주 20시간은 돈을 벌지만, 나머지 20시간은 집에서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거죠.

 

뭔 일이 있었길레 결혼은 미친 짓에 손해 보는 장사라고 하냐구요?

지난 주말에 남편이 저를 홀라당 뒤집어 버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별로 큰일은 아닌데, 남편이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가끔 마눌 약을 살살 올리면서,

마눌이 하는 일에는 딴지를 걸어대죠.

 

남편이 뜬금없이 주말에는 “그릴/바베큐”를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고기를 사야 한다나요?

그리고 슈퍼에 갔는데 아무 생각 없는 마눌에게 하는 말!

 

“간 고기를 사서 당신은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그걸 그릴해서 같이 먹는 거야!”

 

보통 간 고기를 사서 양념을 해서 구우면 “햄버거 스테이크”가 되죠.

햄버거 패티를 만들라고 해서 “체밥치치”를 할 모양인 가부다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Cevapcici체밥치치”라고 불리는 요리가 유럽에는 있습니다.

간 고기를 손가락 모양으로 만들어서 구우면 되는 간단한 요리죠.

 

전 유고슬라비아의 음식이었는데, 나라가 분리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럽의 여러 나라로 입성하면서 그들의 식문화도 더불어 퍼진 것이지 싶습니다.

 

매년 크로아티아 쪽으로 휴가를 가니 체밥치치는 익숙하고, 간 고기에 양념만 하면 되는 요리니 한 번도 집에서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걸 생각했습니다.

 

고기 두어 가지 굽고, 체밥치치를 구워서 샐러드랑 한 끼를 먹나부다 했었는데..

뜬금없이 남편이 날리는 한마디.

 

“햄버거 빵을 사서 그냥 햄버거를 할까? 햄버거 빵을 사자!”

 

어쨌거나 간 고기 1kg를 샀습니다.

그걸 두 가지 양념으로 패티를 만들려고 말이죠.

 

하나는 불고기양념으로 하고, 또 하나는 그냥 눈에 보이는 거 다 때려 넣고 만든 양념!

 

뭘 그렇게 때려넣었냐구요?

일단 소금, 후추 들어가고, 고춧가루도 넣고, 우리 집에 보이는 종합 말린 허브도 넣고, 생각가루도 보이길레 넣고, 또 뭐 넣어나? 고춧가루를 한수저 이상 듬뿍 넣었는데 생각보다 맵지는 않았죠.

 

그렇게 두 가지 맛의 패티를 만들어서 햄버거 4개를 만들어서 서로 다른 맛 반반씩 먹을 생각이었죠.

 

그래서 간고기 1kg로  햄버거 (두가지 맛의) 패티 6장을 만들었습니다.

 

보통 수제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가 200g이라고 하는데..

나는 1kg로 패티 6장을 만들었으니 200g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괴물크기!

 

내 손 크기만큼 크고 넓적하게 햄버거 패티를 만들고 있는데 남편이 딴지를 걸어왔습니다.

 

“그렇게 크고 얇으면 그릴기에 올리는 즉시 철망 아래로 쑥 빠질걸?“

“아니야, 고기는 구우면 두꺼워져서 이렇게 얇아보여도 두툼해져!”

“내 것은 그냥 주먹처럼 동그랗게 해줘!”

“그렇게 하면 서로 다른 맛을 맛 볼 수가 없잖아.”

 

 

제가 만드는 수제 햄버거 비주얼 (쫌 큽니다.)

 

나는 두 가지 패티 맛의 햄버거를 반반씩 접시에 세팅할 예정이었는데.. 남편 몫의 패티를 둥그런 감자처럼 만들어버리면 이건 햄버거 패티가 아닌 햄버거 스테이크죠.

 

이때부터 부부사이에 불꽃이 튀었습니다.

 

고기보다는 햄버거 패티가 익어야 햄버거를 만들 수 있으니 일단 패티부터 구워야 하는데..

만들어놓은 패티를 갖다가 구우면 되겠구먼, 너무 얇아서 자기는 손댈 수 없다는 남편.

 

결국 햄버거 준비하다가 패티를 가지고 나가서 그릴기 위에 올렸습니다.

 

생고기 패티가 철망 위에 올라가니 밑으로 약간 쳐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남편이 얇다고 했던 패티는 남편의 생각대도 철망 밑으로 빠지지 않고 잘 익어갑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패티가 아래로 빠지지 앉자 약간 머쓱해진 남편.

 

“뒤집을 때 다 망가질 거야!”

 

그 말을 듣자마자 뒤집개를 이용해서 패티를 뒤집었습니다.

반쪽은 이미 익은 상태라 패티는 생각보다 아주 쉽게 뒤집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햄버거 패티를 완성하고, 남편이 고집한 감자스러운 남편의 패티도 완성!

그렇게 서로 다른 맛의 햄버거들을 완성해서 접시에 세팅이 끝이 났습니다.

 

시부모님은 약간 다른 맛이 나는 햄버거 2종류를 반반씩 놓아드렸지만,

 

우리부부는 남편의 억지 때문에 나는 불고기 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남편은 또 다른 양념을 했던 주먹만하게 뚱뚱해진 햄버거 패티가 접시에 담겼죠.

 

시부모님과 마눌은 널찍한 햄버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두 손으로 잡고 먹는데..

남편은 칼과 포크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애초에 마눌이 말렸습니다.

"내가 햄버거를 만들면 굳이 고기를 구울 필요가 없어. 햄버거 하나먹으면 배부를걸?“

 

마눌의 이 말을 흘려듣고는 자기 고집대로 고기를 구운 남편!

 

비싼 소고기 스테이크와 양고기까지 추가로 구웠지만,

햄버거 드시고 이미 배가 부른 시부모님은 쳐다보지도 않으셨죠.

 

이날 남편의 똥고집 때문에 며느리가 심히 기분이 상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햄버거를 다 준비해서 시부모님 주방에 들어갈 때는 얼굴이 경직된 상태였죠.

 

남편 때문에 성질이 났는데, 시부모님 앞에서 거짓 웃음을 짓는 그런 위선적인 행동은 하기 싫었습니다.

 

화가 목까지 치밀어서 터지기 일보직전이었지만 그래도 점심은 책임져야 하니...^^;

 

햄버거 담긴 접시를 보시는 엄마의 표정을 보니 뭔가 한마디 하실 거 같았습니다.

 

인원수에 딱 맞는 요리보다는 푸짐하게 해서 남는 것이 더 낫다고 한국 문화를 설명 해 드렸지만, 며느리가 요리를 할 때마다 매번 이런 말씀을 하시죠.

 

오늘의 요리는 햄버거지만, 빵도 대형에 안에 들어간 패티도 대형.

오늘도 엄마가 이 말을 하셨다면 제대로 되받아칠 뻔 한 엄청 열 받았던 날이었습니다.

 

어떤 말?

“아니, 뭘 이렇게 많이 했니, 우리는 늙어서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내가 되받아쳤다면 아마도 이런 대답이었겠죠?

“엄마는 접시에 있는 거 매번 다 드시면서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못 먹는다, 양이 많다!” 하시면서도 당신 몫은 다 챙겨 드시는 엄마.

 

한 번은 화가 나신듯이 목소리를 높여서 “양이 많다”하시니...

아빠가 “그거 많으면 내가 조금 먹을까?" 하셨습니다.

 

그랬더니만 엄마가 하시는 말!

”무슨 소리야, 내 것은 내가 다 먹을 수 있어.“

 

왜 엄마는 마음에도 없는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평소에는 그러려니 하는 엄마의 위선적인 행동도 이런 날은 짜증스럽게 다가옵니다.

 

이래저래 짜증만 나서 햄버거 접시에 머리를 박고는 묵묵하게 내 몫을 먹고는 내 접시를 들고는 벌떡 일어나서 나왔습니다.

 

나중에 남편이 희죽거리면서 하는 말.

 

“당신이 말한 대로 반반 햄버거를 먹을걸. 그랬어. 내건 맛이 없었어.”

 

남편의 주먹만 한 햄버거 패티는 햄버거가 불가능한 햄버거 스테이크라 남편은 고기 따로, 빵 따로, 야채 따로인 양식을 먹었는데, 그것이 햄버거보다는 맛이 더 못했나 봅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남편은  다음날 아침상을 봐놨습니다.

 

우리가 싸운 날 저녁에 남편이 하는 전형적인 행동입니다.

 

뮤슬리 통에 티백을 넣은 찻잔과 찬물이 들어갈 컵 하나.

거기에 소금과 후추, 뮤슬리 먹을 수저와 도시락 쌀 빵을 썰 칼까지!

 

남편이 스스로 이런 준비를 한다는 건,

마눌의 다음날 아침이나 도시락을 싸줄리 없다고 생각했다는 거죠.

 

남편 때문에 열 받은 오늘과는 별개로 다음날 아침이나 점심은 안 싸줄 생각이 아니었는데..

남편이 이렇게 까지 준비(?)를 하시면 마눌은 삐딱선을 타고 갑니다.

 

그.래.서.

다음날 남편이 출근할 때 마눌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마눌이 일어나지 않으면 남편은 알아서 일어납니다.

혼자서 과일 없는 뮤슬리 먹고, 빵에 햄이나 치즈만 덜렁 끼워서 자신의 도시락을 싸죠.

 

이렇게 혼자 출근준비를 다하고는 출근하면서도 마눌에게 인사는 청합니다.

눈 맞추고 웃으면서 “잘 다녀와!”하는 인사를 듣고 싶어 하는데..

이 날은 그런 인사 없이 그냥 출근했습니다.

 

남편이 생각하기에도 이번에는 마눌의 화가 보통 이상이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남편이 스스로 아침상을 준비하는 날은 일부러 일어나지 않습니다.

 

평소에 마눌이 차려주던 아침이나 점심을 혼자서 해봐야 마눌의 해주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될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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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튜브에 나름 최근에 올린 동영상 하나 업어왔습니다.

바로 오늘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눌이 차리는 남편의 아침과 도시락"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린적이 있지만,

제 유튜브는 블로그의 글과는 별개로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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