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나의 김칫국,

by 프라우지니 2019. 10. 12.
반응형

 

 

나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자전거!

 

남편이 타던 것을 물려받아서 거의 15년 된 할배자전거!

 

남편도 10년 넘게 타던 자전거가 내 할배자전거의 연세는 30살이 넘으셨습니다.^^

30년탔음 완전 고물이 됐을 세월이지만, 워낙 관리를 잘 받아 아직 멀쩡하시죠.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할배를 타고 동네 슈퍼 한 바퀴 길을 나섰는데.. 이상하게 다른 날보다 페달 밟기가 너무 힘들어 무슨 일인가 내려서 확인해보니 바람이 빠진 뒷바퀴.

 



사실 할배자전거의 타이어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었습니다.

 

내가 남편에게 물려받아서 15년탈동안 타이어 한번 바꾼 적이 없었죠.

타이어 마모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지만, 타는데 지장이 없으니 잘 타고 다닌 거죠.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한 일이 있습니다.

지난 8월에 남편이랑 2박3일 “도나우 자전거 투어”를 했었습니다.

할배자전거로 말이죠.

 

총 221km일 3일 동안 달리는 여정이었는데..

그중에 이틀은 거의 100km를 달려야 했었죠.

 

만약 그 기간에 타이어가 펑크가 났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급하게 자전거 가게 수배하고, 타이어를 바꾸고 하느라 여정에 지장이 있었겠지요?

 

그저 출퇴근하고 장보는 일상 속에 장렬하게 전사하신 할배께 감사를!!^^

 

 

바람이 없으니 페달을 밟을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나고 당연히 밟아도 나가지 않았던 거죠.

어차피 나선 일이라 일단 장보러 슈퍼는 갔습니다.

 

바람이 없어서 뒷바퀴는 바닥에 철퍼덕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걷게 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장보기이니 그냥 펑크 난 자전거 타고 다니기.

 

장봐서 오는 길에는 길 가던 사람이 나를 일부러 부르는 것도 들었습니다.

일부러 서서 그 사람을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왜 부르는지는 알 수 있었죠.

 

아마도 “저 아낙이 자전거가 펑크 난걸 모르면서 타고 다니나?” 싶었나 봅니다.

 

자전거에 바람이 없으면 페달 밟기가 얼마나 힘든데 모를 리가 있나요?

알면서도 이왕 나온 길이니 허벅지가 근육이 빵빵해지도록 힘을 주고 밟은 거죠.^^;

 

장봐서 집에 오니 마당에 계신 아빠!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에 일입니다. 지금은 병원에 계시죠.)

 

펑크 난 자전거를 보여드리니 며느리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십니다.

그래서 아빠의 당구장이 있는 창고로 따라갔습니다.

 

 

 

아빠는 며느리에게 창고에 걸려있는 자전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십니다.

 

벽에 걸려 있는 건 아빠가 가지고 계신 여러 자전거 중에 유난히 바퀴가 가는 경륜자전거.

바퀴가 얇아서 다른 자전거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자전거죠.

 

갑자기 며느리에게 왜 경륜자전거를 보여주시냐 여쭤보니 그 옆을 가리키십니다.

경륜자전거 옆에 나란히 걸려있는 건 바로 새 타이어.

 

아빠는 여행 때 가지고 다니시는 반으로 접는 자전거 2대(한대는 엄마것)외에 대여섯 대의 자전거를 더 가지고 계십니다.

 

물론 다 탈수 있는 자전거로 자전거마다 약간의 용도는 다르겠지만,

일상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며느리는 설명 해 줘도 모를 자전거의 종류입니다.

 

아! 내가 타고 다니는 할배 자전거가 "산악자전거“이니 산악자전거는 압니다.^^

 

여러 대의 자전거를 가지고 계신 아빠는 새 타이어도 가지고 계시네요.

 

자전거 타이어 펑크 났다는 며느리에게 새 타이어를 보여주시니..

“주시려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들내미는 독감에 걸려서 방안에 누워있으니..

이왕이면 아빠가 (며느리) 타이어 가는데 도움도 주시려나? 하는 상상을 잠시!!^^

 

이때 아빠가 한 말씀 하십니다.

 

“나 저 타이어 XX가게에서 샀다. 거기가 쇼핑몰보다 더 싸더라.”

“.....”

“쇼핑몰에 가면 타이어를 다 접어놓고 팔잖냐, 근데 XX 가게는 저렇게 편 상태로 판다.”

“......”

 

아빠는 며느리에게 어디서 타이어를 사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시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며느리의 유일한 교통편인 자전거가 펑크 났으니,

빨리 교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거겠죠.

 

 

 

독감에 걸러 하루 종일 침대에서 코만 풀어대던 남편이 마눌의 펑크 난 자전거를 확인했죠.

 

이미 마모가 심했던 자전거 타이어는 앞, 뒤 2개를 다 교체하는 걸로 했는데..

문제는 남편이 아픈 상태로 자전거 타이어 교환을 바로 할 수 없다는 것.

 

거기에 타이어도 없었습니다.

 

아빠가 “이거 먼저 쓰고, 나중에 사다오”하셨다면,

나라도 남편의 코치를 받아서 바로 교환했을 거 같은데..

 

타이어도 없고, 남편도 아픈지라 일단 타이어 주문만 들어갔죠.

 

하필 자전거가 펑크 난 그 다음날은 연이어 아침 7시에 출근을 해야 하는 근무.

남편은 아프고, 자전거는 없고, 저는 이틀을 걸어서 출퇴근 했습니다.

 

걸어서 30분이 약간 넘게 걸리는 거리에 있는 요양원에 시간에 맞춰서 출근하려면 집에서 늦어도 6시 15분에는 나가야 해서 아직 어두운 길을 걸을 때는 후레쉬가 필요했습니다.

 

아픈 남편은 “전차를 타고 가라!”했지만,

전차를 타도 20여분 걸리니 그냥 걷는 것이 편했죠.

 

운동도 되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남편은 “아빠 자전거 중에 하나를 빌려달라고 이야기를 해 보라“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멀쩡한 자전거를 5대 이상 가지고 계시면서도 동네 슈퍼에 갈 때는 정말로 제일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거든요.

 

버려도 벌써 오래전에 버렸을 그런 비주얼을 자랑하는 걸로 말이죠.

당신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자전거를 다 아끼신다는 이야기죠.

 

며느리 자전거 타이어 펑크가 나서 못타고 다닌다는 것은 보셔서 아실 테고,

자전거를 빌려주실 마음이 있으셨음 먼저 말씀을 하셨겠죠.

 

괜히 아빠가 아끼시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요양원에 출근했다가 혹시 자전거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더 문제가 커지니 아예 말을 안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시가족‘도 가족이고 ”우리“라는 개념으로 생각을 해서 기대하는 일도 많았고,

그만큼 실망하는 일도 많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으니 실망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김칫국”을 먼저 마시는 일이 종종 있지만 말이죠.

 

--------------------------------------------------------------------------

오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비엔나 2박3일 자전거 투어"

할배 자전거가 씽씽했던 날의 영상입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