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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네 영혼의 파프리카 스프

by 프라우지니 2019.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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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남편.

 

나보다 키도 크고, 덩치고 크고, 배도 더 많이 나온 남편!

아! 나보다 돈도 더 버는군요. ^^;

 

참 건강해 보이는 남편인데..

면역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님 이 나라 사람들은 다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1년에 한두 번 길게 병가를 내죠.

 

짧으면 3주, 길면 한 달도 넘게 회사도 나가지 않고 집안에 짱 박힙니다.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남편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삼식이가 되면 마눌만 피곤하죠.^^;

 

여기서 잠깐!

삼식이란? 집에서 (마눌이 챙겨주는)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챙겨먹는 인간!!!

 

물론 멀쩡한 남편이 삼식이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일을 나가지 못할 정도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거든요.

 

남편은 1년에 한두 번 독감을 앓습니다.

 

남편이 앓던 그 “독감”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를 때는 침대에 누워서 하루 종일 코만 풀어대면서 “이것 가져와라~”, "저거 가져와라~“하는 남편은 마구 구박 했더랬습니다.

 

나는 통뼈라서 남편이 앓는 그 “독감”따위는 절대 안 걸릴 줄 알았었는데..

몇 년 전에 “세상이 빙빙 도는 골 아픔과 고열”이 동반하는 독감을 제대로 영접했었습니다.

 

물론 남편이 앓던 독감이 나에게 살짝 옮겨준 것이었지만 말이죠.^^;

 

올해는 춥지도 않고, 아직 쌀쌀하지도 않았던 9월 중순!

 

월요일 아침에 출근했던 남편이 점심때 청소하느라 바쁜 마눌 앞에 등장했습니다.

“뭔일”로 이리 일찍 퇴근했냐고 물어보니 날리는 남편의 한마디.

 

“나 아파, 병가 냈어.”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남편이 아프다니 뻥인 줄 알았는데..

그날 저녁부터 남편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프기 시작했다”는 표현은 조금 그런데..

다음 날부터 방에 남편이 코 풀어댄 휴지가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코를 하도 풀어서 헐어가는 코밑에는 유기농 코코넛오일까지 발라가면서 침대에서 하루를 보내죠.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은 간병하기 엄청 까다로운 환자가 되었습니다.^^;

 

“차 끓여 달라”하면 얼른 차를 끓여서 갖다 바쳐야 하고!

“스프가 먹고 싶다”하면 얼른 끓여다가 바쳐야 하죠.

 

문제는 마눌과 남편의 “요리하는 법”이 아주 다르다는 겁니다.

 

남편은 뭔가를 요리하면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확인해가며 정석으로 요리를 하지만..

마눌은 눈에 보이는 재료들은 다 때려놓고 요리를 합니다.

 

그래서 마눌의 요리는 매번 다른 맛을 내는 특징이 있죠.^^

 

아픈 남편이 마눌에게 스프를 해 달라고 합니다.

 

냉장고에 아빠가 주셨던 호박이 남아있어서 “호박 크림스프”를 해줄까 물었더니만..

지하실에 있던 (아빠가 주신) 파프리카를 종류대로 다 들고 와서는 하는 말!

 

“호박이랑 파프리카 넣고 스프 끓여줘!”

 

남편이 멀쩡했다면 직접 해 먹었을 스프인데, 아프니 마눌에게 부탁을 합니다.

해 달라는데 안 해주면 나쁜 마눌이죠? 그래서 했습니다. (난 착한 마눌^^)

 

들통에 오일 듬뿍 넣고 양파를 지글지글 볶다가, 설탕을 넣어서 카라멜화를 시킨 다음에..

 

거기에 파프리카를 넣고, 호박을 넣고 볶다가 물을 붓고는 푹 끓인 다음에..

들통에 들어있는것을 통째로  갈아서 생크림 넣으면 끝~

 

남편이 원한 건 이렇게 하는 거였는데..

눈에 보이면 다 집어넣는 마눌이 이대로 할리는 절대 없죠.

 

파프리카 넣으면서 냉장고에서 놀고 있는 겁나게 매운 고추도 넣었고..

냉장고에 “(내가 마당에 바질 따다가 만들어놨던) 바질페스토도 보이길레 넣었고..

마당에 허브 말린다고 종류대로 따왔다가 한 움큼 남겨놓은 파슬리도 넣었습니다.^^

 

거기에 내 요리의 특징은 “싱겁다.”

 

물론 내 딴에는 나름 양념을 세게 한다고 하는데,

뭐든지 “소태”로 먹는 이 집안 입맛에는 절대 못 따라 가죠.

 

 

 

마눌이 갖다 바친 파프리카(호박) 크림스프.

크리미하고 예쁜 색의 크림스프랑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비주얼.

 

한 요리하는 남편 눈에는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프”.

“뭘 넣었는데 스프 위에 뭐가 이리 둥둥 떠 있어?”

“파슬리 넣었는데..”

“스프 색은 왜이래? 이건 (노랑/빨강)파프리카랑 호박이 들어간 색이 아닌데..”

“냉장고에 바질페스토가 보이길레 두어 수저 넣었는데..”

“.....”

 

남편이 싫어하는 잡탕 스프를 해다가 바친 마눌입니다.

거기에 간도 약간 싱거운 상태!

 

남편이 알아서 먹으라고, 허브소금과 후추까지 살짝 옆에 놓고는 얼른 방을 떠났습니다.

그리곤 주방에 와서 내가 해 놓은 스프를 먹어봤습니다.

 

(제가 은근히 입맛이 까다로운지 어지간해서는 “맛있다”는 표현을 잘 안 합니다.)

 

바질페스토가 넉넉히 들어갔지만 바질 향은 안 나는거 같고!

겁나 매운 고추 한 개가 들어가서 뒷맛은 약간 매콤한 거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이게 뭐래?” 하는 맛입니다.

그런데 두어 번 먹다보면 “중독”이 되는 것인지 맛있어 집니다. ㅋㅋㅋ

 

스프 한 대접을 떠나 바친 남편이 있는 방에다 대고 남편한테 외쳤습니다.

 

“스프 더 줄까?”

“응”

 

흐흐흐 웬만해서는 절대 2번 먹지 않는 남편이 더 달라고 하니 맛이 있는 모양입니다.

남편에게 두 번째 대접을 갖다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건 네 영혼의 파프리카 스프야!”

 

아프면 “영혼의 치킨스프”를 먹는다는데..

우리 집에는 치킨 스프 대신에 파프리카 스프를 먹었습니다.

 

반 들통 끓인 파프리카 스프를 남편은 그 다음날도 먹었습니다.

 

음식을 1번 이상은 잘 안 먹는 남편인데...

스프가 맛이 있어서 먹은 것인지, 먹을 것이 없어서 먹은 것인지 알 길은 없습니다만!

 

내가 만든  (잡탕)파프리카 스프가 남편의 영혼(감기가 아니고?)을 치료했다고 믿습니다.

 

파프리카(호박)스프가 맛있었다고 다음에 또 만들어달라고 할까봐 살짝 걱정도 되지만..

 

그때는 또 다른 재료들이 들어간 전혀 다른 조합의 새로운“영혼의 파프리카 스프”를 만들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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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브로컬리 크림스프"입니다.

 

남편이 하는 식으로 만든 "마눌이 직접 만든 스프"죠.

우리집 크림스프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궁금하신 분은 영상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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