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객관적으로 봐도 참 괜찮은 요양보호사입니다.

(오늘은 무슨 수다를 떨려고 초반부터 자기 자랑이실까?“)

 

요양원에서는 항상 웃고 다니고, 어르신들께도 친근하게 말을 걸고, 내가 힘들어도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면 다른 직원이 나서기 전에 먼저 가서 도움을 드리고...

 

특히나 신체에 묻은 오물 같은 건 신경 써서 깨끗이 닦습니다. 오물이 피부에 오래 묻어있으면 나중에 피부에 염증이 생겨서 더 큰 문제가 야기될까 걱정이 돼서 말이죠.

 

이렇게 겉으로는 나름 친절한 요양보호사이지만..

일하면서 시시때때로 섭섭할 때가 아주 많습니다.

 

그중에 으뜸은 나를 매번 아쉽게 하시는 분.

날 “천사”라 칭하시는 90대 중,후반의 어르신 부부.

 

나를 만나고 벌써 4년째인데, 아직 내 이름을 모르십니다.

 

이 어르신들은 제 이야기에 등장하셨던 부부이십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393

내가 준비한 칫솔 선물

 

 

요양원 사진을 찾다가 발견한 사진입니다.

요양원에 들어오셨던 어르신들이 나가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돌아가신후 장의사 차를 타고 요양원을 떠나시는것!

 

할매께 저는 다른 직원들을 부르는 Schwester 슈페스터(간호사)중에 한 명이죠.

연세가 많으셔서 기억을 못하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귀도 잘 안 들리고, 눈도 잘 안보이고, 기억력도 희미해지셔서라고...

 

여기서 잠깐!

한국의 요양원에서는 모든 직원들을 다 선생님으로 부르지만, 독일어권에서는 모든 의료계 (여성) 종사자는 다 슈베스터(간호사/수녀/여자형제 sister )로 불립니다.

 

그러니 나는 간호사는 아니면서 간호사로 불리는 꼴이죠.

 

내 이름을 기억 못 하셔도 그러려니 하고 지냈는데..

일한지 얼마 안 된 직원의 이름은 단박에 외우시고, 그 직원의 이름을 말씀하십니다.

 

“요양원에서 슈베스터(저죠)랑 릴리가 마사지를 제일 성의 있게 해줘요.”

 

릴리는 들어온 지 두어 달 됐을 뿐인데, 그 직원의 이름은 기억하고..

 

나는 “천사”라면서 왜 내 이름은 기억을 못하시는지...

천사도 이름을 가지고 있는디..^^;

 

매번 제 제 이름을 말씀드리지만 발음도 잘 못하십니다.

제 이름인 “Jin 진”은 독일어로 읽으면 “Jin 인”입니다.

어떻게 들으면 “잉”으로도 들리죠.

 

그래서 몇몇 직원들은 내 이름이 아닌 내 성인 “신”으로 날 부르는 것인지..

 

“요술쟁이 지니”라고도 해 보고,

청바지 할 때 그 “청바지의 그 블루 진”이라고도 해 봤지만..

다른 소리는 잘 들으시면서 내 이름인 “진”은 항상 엉뚱한 발음을 하십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는 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의 첫걸음이죠.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

 

최근에 들어온 24살짜리 청년직원이 내 이름을 부르는데 쪼매 이상합니다.

 

몇몇 직원이 나를 부르는 내 성(신)으로 나를 부르는 거 같기도 하고,

“잉”으로 나를 부르는 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들어도 “진”은 아닌 내 이름.

 

그래서 바로 확인 들어갔죠.

 

“너 방금 나를 뭐라고 불렀냐?”

“응?”

“신은 내 성이야, 내 이름은 진이야. 블루진 할 때 그 진.”

“....”

 

그 다음부터 청년직원은 내 이름을 제대로 부릅니다.

 

오래된 직원들이야 자기들 꼴리는 대로 나를 부른다고 쳐도,

신입 같은 경우는 제대로 잡아야죠.

 

직원들도 나랑 나름 가깝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내 이름을 정확하게 “진”이라고 부르는데..

 

같이 일은 하지만 그냥저냥 봐도 별로 안 반가운 직원들은 나를 여전히 “신”으로 부릅니다.^^; 사람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맞다고 생각하게 된 일도 있었습니다.

 

지층에 사시는 깐깐한 낼 모래 백 살을 바라보시는 할배.

실습생 때부터 봐왔으니 내 얼굴은 너무도 잘 아시는 어르신.

 

젊으실 때 어느 회사를 운영하셨다나 아님 나름 높은 관리직으로 계셨다나??

얼마나 깐깐한지 모든 직원들이 다 고개를 흔들죠.

 

나도 그 할배를, 그 할배도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 사이입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 중에 외국인을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분들도 계시고...

 

할배는 당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내가 안 하면...

“당신이 말하는 거 못 알아듣겠어요.” 해 버리십니다.

 

외국인인 직원이니 당신이 못 알아듣는다고 해도 할 말은 없죠.

하지만 알죠, 당신이 알아들어놓고 그러신다는 걸!

 

평소에 그렇게 서로 소 닭쳐다보듯 하던 사이였는데..

내가 지층에 (혼자) 근무를 하러 내려간 날.

 

그 할배가 나에게 하셨던 첫 질문은 바로 내 이름 묻기.

 

싫어도 좋아도 그 할배가 호출 벨을 누르면 달려가는 직원은 달랑 나 하나.

할배는 나에 대한 예의로 이름을 물어오셨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신다고 해서 친근하게 주고받는 Du(두/너)가 아닌 Sie(지/당신)로 대화를 하시지만,  그래도 “슈베스터(간호사)” 보다는 “진” , 아니면 “슈베스터 진“이라고 부르시려고 물어 오신 거죠.

 

역시 사람을 관리하는 직종에 종사하셨던 분이셔서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매너를 알고 계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얼굴은 알아도 내 이름은 모르고..

내가 한국인인 것도 몰라서 나를 설명할 때 “그 검은머리 간호사 있잖아..”

이건 아니죠.

 

요즘도 어르신 방에는 자주 들어갑니다.

 

오후에 마사지를 해야 하는 시간에는 내가 일부러 들어갑니다.

하지만 전 같은 그런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마사지를 해 드리고 나오려고 하면 내 손을 잡으시면서 “가지 말고 그냥 계속 여기 있어요.”하시지만, 그것이 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내가 해 드리는 마사지 때문에 그러신 것이니 웃으며 나옵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요양보호사들의 이름을 모릅니다.

 

더 이상 인간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수도 있지만, 자꾸 까먹으시니 포기하시는 것도 있죠. 하지만 그중에 특정 요양보호사의 이름을 부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중에 당신에게 친절했거나 아님 적대적 이였거나 둘 중에 하나죠.

 

특정 어르신은 저를 너무 좋아하시고, 내가 방에 들어가면 얼굴까지 환해지면서 나를 반기시는데, 왜 내 이름은 기억을 못하시는 걸까요?

 

몇 년 된 내 이름은 아직도 모르시는데 일한지 두어 달된 직원의 이름은 단박에 외우시는 어르신.

 

내가 지금 질투를 하는 걸까요?

내가 너무 제 이름을 제대로 불리는 것에 집착하는 걸까요?

 

두어 달된 직원이 나만큼 마사지를 잘 해 준다니 ..

두어 달된 직원의 이름을 단박에 기억할 정도로 마사지가 저보다 훌륭한 모양입니다.

 

오늘은 심히 섭섭한 마음을 여러분께 쏟아놓습니다.

이런 투정은 어디 부릴 때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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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 4. 14. 00:00
  • Favicon of https://heesook15.tistory.com BlogIcon 오틸이 2019.04.14 00:19 신고 ADDR EDIT/DEL REPLY

    그냥 내이름이 발음하기 힘든갑네.
    하고 넘기세요.
    이왕이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지만
    그게 안된다고 섭섭해하면
    나만 속앓이하니 건강에 헤로워요.
    저도 지금 직장에 일한지 6년이 넘었는데 실장이라고 직책을 부르는분이 대부분이지만
    어쩌다 오시는분은 가끔 제가 안보이면
    키크고 덩치 크신분 안계시냐고 물어본다네요.ㅎㅎ
    그럴땐 가끔 속으로 우~~씨 하지만
    실제로 제가 키도 170이고 체격도 있어서 그냥 그려려니 합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4 00:52 신고 EDIT/DEL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그냥 "슈베스터"라고 해서 그러려니..하고 또 어르신들의 기억력을 가만해서 그러려니..하는데, 몇년동안 저는 그저 한명의 슈베스터로 부르시던 분이 온지 얼마안된 (실습)직원의 이름을 부를때는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이가 드셔서 이름을 기억못하는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 Favicon of https://fumikawa.tistory.com BlogIcon 후미카와 2019.04.14 00:32 신고 ADDR EDIT/DEL REPLY

    천사에요.
    저 현관앞 천국가는 차량이 좀 슬프긴 하지만 손흔들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그분들도 편하실거거요
    그리고 질투는.. 자신도 아프게 해요.
    어르신들 편하게 해주는 지니님을 돕는 한사람일 뿐일거에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4 00:54 신고 EDIT/DEL

      저는 그저 섭섭한 마음이었는데..이것이 질투였군요. 내가 그분들을 다른 어르신들보다 조금 더 신경썼기에 생긴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간이 나면 일부러 그방에 찾아가는 경우도 많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그저 다른 분들하고 똑같이 대하려고 합니다. 호출벨을 누르시거나 다른 도움을 드려야 할 경우만 들어가는 걸로..

  • 시몬맘 2019.04.14 01:06 ADDR EDIT/DEL REPLY

    저도 오틸이님처럼 그려려니합니다..
    첨엔 속도 상하고 그랬는데,, 제가 러시아지인 이름 발음이 안돼서 고생한적이 있었거든요..(그놈의 R~발음)
    그리고 안타깝게도 제이름엔 외국인이 발음하기힘든 ㅡ 와 ㅓ 가 들어있어서 이젠 그려려니합니다.. ㅠㅜ
    (남편도 제이름 첨에 부를때 텅트위스트하는 느낌이었다고 하더라구요;;)

  • Theonim 2019.04.14 03:19 ADDR EDIT/DEL REPLY

    인정받고,존중받고 싶은 맘,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내 속이 편한게 중요하니 내려놓고
    사는 거죠,
    쓰신 것처럼 도리는 하되,각별히 신경쓰던
    마음을 거두는 것도 ,나를 편케 하는
    방법이죠.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4 03:27 신고 EDIT/DEL

      맞습니다. 나는 일을 하는 직원이니 딱 직원과 고객사이의 좋은 관계만 기대하는것이 좋은거 같습니다. 그분들을 챙겨야 한다는 마음이 전에는 가득했는데, 그일이 있고난후는 저도 일부러 내 시간을 쪼개서 그 방을 들어가는 일은 안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고 사는것도 방법인거 같더라구요.^^

  • Favicon of https://stg1994.tistory.com BlogIcon JAE1994 2019.04.14 05:35 신고 ADDR EDIT/DEL REPLY

    와우..우연히 들어왔는데 오스트리아에서 요양보호사를 하신다니 정말 멋지시고 도전의식이 출중하신 분 같습니다. 대단한 일 하시는군요.

  •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2019.04.14 09:35 신고 ADDR EDIT/DEL REPLY

    그냥 직원으로서의 마음 가짐이 중요한거 같아요.
    그렇지 않을시에는 마음에 상처를 받기가 쉽거든요.

    그리고 한국 이름은 사실 발음 하기가 힘든건 사실인거 같긴해요 아니면 들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입에 붙지도 않고 거부감도 있을수도 있구요.

    성이 "신" 이군요.
    우리남편이 평산 신씨에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4 17:52 신고 EDIT/DEL

      한국식으로 두단어의 이름은 발음하기 어려워서 제가 쓰는 이름이 제 이름의 끝자인 "진"이거든요. 다행이 이곳에 오래전에 "요술장이 지니"라는 시리즈가 엄청 유행한덕에 연세가 있으신분들은 다 아는데, 내이름을 기억하는 어르신이 꽤 계신가 하면, 몇년을 봐도 나를 직원중 하나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죠. 대부분은 그러려니 하는데, 내가 이분들께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었던지라 들었건 감정이지 싶습니다.^^;

  • 가을여행 2019.04.14 10:08 ADDR EDIT/DEL REPLY

    아마 그 어른들께서는 외국인의 이름이다보니 어려워서 그런것 아닐까요? 발음도 어렵고요.
    저도 외국인 친구가 여럿 있지만
    풀내임까지 기억 못하는 친구도 있거든요..
    이름에 진이라는 글자가 있어서 지니님이시군요.. 진 들어가는 이름 좋아하는데...
    천사 좋아요^-^ 의미가 좋아서 전
    세례명도 안젤라로 22년전 지었답니다. .^-^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4 17:53 신고 EDIT/DEL

      부모님이 경상도분이시라 자식들 이름을 끝자로만 부르셨죠. 그래서 저는 집에서도 항상 "진아~"로 불렸고, 그래서 영어이름도 자연스럽게 이름의 끝자인 "진"이 된거죠.^^

  • 김유경 2019.04.14 11:39 ADDR EDIT/DEL REPLY

    아들도 이름을 서양사람들이 발음이 하기 어려워 바꿨다고 합니다.16년차 살고 있는데 지니님 글 보면서 찡할때가 많아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4 17:55 신고 EDIT/DEL

      아무래도 현지사람들이 부르기 쉬운 이름이 있으면 좋죠. 그래도 저는 이름은 안 바꾸려고요. 결혼하면서 성도 바꿀 기회가 있었지만..저는 그냥 내 이름 석자로 평생 살아볼 생각입니다.^^

  • Favicon of https://lavitainitalia.tistory.com BlogIcon 이웃집 올리비아 2019.04.15 01:20 신고 ADDR EDIT/DEL REPLY

    고령인데다 외국이름이라 익숙치않아 그럴거예요. 우리 생각에 외자로 진 혹은 신이면 이보다 더 쉽기도 어려울거 같은데, 상대적으로 긴 자기나라 이름은 기억하면서 외국이름은 기억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한국이름은 두글자 뿐인데 절대 못외우더라고요. 베아뜨리체 알렉산드라 이런 다섯글자나 되는 이름은 잘 기억하면서 말이죠ㅋㅋ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5 02:34 신고 EDIT/DEL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인간 관계에서의 기본은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주고, 이름을 불러줘야 비로소 시작을 하는거 같아요. 물론 요양원이야 어르신들과의 인간관계가 아닌 직원과 손님과의 관계지만 말이죠.^^

  • 2019.04.15 03:54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6 03:03 신고 EDIT/DEL

      다들 연세가 있으시고, 또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해야하는것도 스트레스일거라는 생각에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그러려니..하고 있었는데, 일한지 두어달된 (견습)직원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시니 제가 많이 당황했었나봅니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어서 말이죠.^^;

  • 글렌피넌 2019.04.15 11:31 ADDR EDIT/DEL REPLY

    저도 일하며 지니님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때가 많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하고 주위에 조언을 구하니 `일을 너무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많아서라고 다른분들이 말하더군요.
    저도 그말에 조금 수긍이 가는면이 있더라구요.

    연세많은 분들이니 지니님이 이해하시고
    너그럽게 넘어가 주세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6 03:06 신고 EDIT/DEL

      그러려니 합니다. 그저 내 기대치가 조금 높았던거죠. 내가 상대방을 조금 특별하게 생각하니 그 사람도 나를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고 느꼈던거죠.^^;

  • 2019.04.15 21:16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