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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부탁

by 프라우지니 2019.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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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새 근무 일정표가 나오면 직원들은 엄청 분주해집니다.

자기가 쉬어야 하는 날 근무가 잡히면 빨리 다른 직원과 근무를 바꿔야 하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특별히 쉬어야 하는 날은 없습니다.

근무가 잡히면 그냥 근무를 하고, 근무가 없는 날 나들이나 휴가를 가면 되니 말이죠.

 

내가 별일이 없으면 나에게 근무를 바꿔달라는 부탁을 해와도 흔쾌히 들어주는데..

 

가끔은 부탁을 해 오는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그렇게 해”라는 명령을 해오는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내 이익에 반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어떤 경우가 그렇냐구요?

평일보다 수당이 더 나오는 휴일근무.

제가 은근히 좋아하는 근무입니다.

 

빨간 날은 같은 근무를 해도 50유로 이상 수당이 더 나오니 바람직한 근무죠.

 

지난 4월에 나에게 근무를 바꿔달라는 한 직원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났었습니다.자기가 쉬고 싶은 날을 제시하면서 내 근무날중 “일요일 근무”를 자기가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나도 좋아하는 “일요일근무“인데 그걸 가져가겠다니요, 안될 말 이죠!

 

나 같은 경우는 주 20시간 근무라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은 “공휴일 근무”를 해줘야..

천유로가 넘는 월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두세 번의 근무가 더 바람직하지만 말이죠.^^

 

자꾸 나의 “일요일 근무”를 탐내길레 잘라서 말했었습니다.

“나 일요일 근무하는 거 좋아해!”

 

사실 일요일에 집에 있어봐야 늦게까지 잠자고 일어나서 혹시나 시어머니가 점심을 준비하시는 날에는 11시경에 미리 가서 점심 준비 도와드리고, 점심 먹고 “게임하자!”시는 시어머니의 청을 거절 못해서 테이블에 앉으면 오후 4시가 넘어서 우리 방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이렇게 덧없이 보내는 하루인데, 근무해도 수당도 더 받으면 좋은 일이죠.^^

 

(이번에 시부모님과 게임하러 가서 찍은 동영상 있습니다. 아직 편집 전인데, 편집이 끝나면 유튜브 채널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리얼한 게임의 현장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5월 근무표를 받으면서 저는 또 근무를 바꿔달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내 5월 근무표입니다.

 

나와 근무를 바꿔달라고 전화한 직원은 우리 요양원에 근무한지 30년이 다 되가는 베테랑직원. 노사에도 몸담고 있는 나름 파원(권력?)있는 직원입니다.

 

나에게 전화를 해 와서는 다짜고짜 하는 말.

 

“너 나 대신 6일(월요일) 근무 해줄 수 있어?

대신에 나는 네 5일 근무(일요일 근무)할께!”

 

순간 당황했습니다.

 

그녀 대신에 6일(월요일) 근무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 피 같은 일요일 근무를 줄 수는 없습니다.

 

주말 근무가 어떤 달은 3번씩 잡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달은 한 번도 안 걸릴 때가 있습니다.

 

직원 중 몇몇은 자기가 공휴일 근무를 적어 넣어서 한 달에 3~4번 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고, 그저 근무가 잡히면 감사하게 하죠.^^

 

이번 달은 3번 잡혀서 감사한 내 일요일 근무인데..

뜬금없이 남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뺏기도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6일 근무는 가능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요일 근무를 줄 수는 없는지라 얼른 대답했습니다.

 

“나 그날 약속이 있어서 안 될 거 같은데..”

 

이렇게 말하면 포기할 줄 알았는데, 그녀가 다시 묻습니다.

“약속이 오전이야, 오후야?”

 

이런 반응을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지금 부탁을 해오는 것인지 아님 심문을 하는 것인지..^^;

 

물었으니 대답은 해야죠.

“오후 약속이야!”

 

그 순간 머리에 든 생각.

“급하면 오전근무라도 해주자!”

 

내 대답이 불만족스러웠는지 한마디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오후 약속이면 안 되겠다. 알았어!”

 

처음입니다. 이렇게 당황스러운 전화는.

약속이 있다니 약속 시간까지 물어오는 치밀함!

 

지금까지는 근무를 바꿔달라고 하면서 자신이 근무를 쉬어야 하는 날을 제시하고,

내 근무 날 중에서 하루를 가져가면서도 나의 처분(?)을 기다리는 형태였는데..

 

이렇게 공격적 부탁에, 내 이익(일요일 근무=추가수당)까지 덩달아 가져가려 하다니..

 

앞으로 조금 더 현명해져야겠습니다.

괜히 말 잘못했다가 내 공휴일 근무를 분실 할 수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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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봄맞이 놀이공원이 3박 4일동안 공원에 들어섰었죠.

이 기간에 다행히 제 근무가 잡혀서 출,퇴근하면서 덩달아 즐거웠습니다.

 

유럽의 소도시에는 이벤트성으로 이렇게 작은 놀이공원이 들어서기도 합니다.

조금은 생소한 풍경 한 번 감상 해보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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