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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 칫솔

by 프라우지니 2017.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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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분이 넘는 우리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 중에,

제가 딱 두 분을 위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두 분은 부부이십니다. 95살 할매와 90살 할배)

 

선물이라고 하니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집에 안 쓰고 있는 것을 드리고 싶은 분들이 계셔서..

살짝 포장만 예쁘게 했습니다.

 

두 분이 머무시는 방에 제가 들어가면 “천사”라 칭해주시고,

 

복도에서 만나도 내 얼굴을 보시면..

환하게 웃으시면서 저를 반겨주십니다.

 

 

제가 볼 때는 불쌍하고 가진 돈도 없으신 어르신들이신데,

그분들이 손자는 가끔씩 와서 돈을 털어가는 모양입니다.^^;

 

 

 

 

우리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은 한 달에 정해진 만큼 용돈을 받으신다고 합니다.

자식이 주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요양원 비용을 책임지고, 각각의 어르신에게 은퇴연금의 10% 정도 용돈을 지급합니다.

 

외출이 가능하신 분들은 그 돈으로 간식이나 담배를 사시고,

외출이 불가능 하신 분 들은 그나마 그 돈도 쓰시지 못하시죠.

 

아마도 각자의 통장에 고스란히 모이는 돈이지 싶습니다.

 

요양원에 버리듯이 모셔놓은 부모이면서도 ,

자식들은 요양원에 있는 부모님의 용돈까지 가져가려고 합니다.

 

가끔씩 요양원에 거주하시는 어르신의 가족이 와서는..

어르신들의 (용돈이 들어오는) 계좌에 왜 돈이 없냐고 직원에게 묻기도 합니다.

 

 

한 할매 같은 경우는 워낙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지라,

직원이 시시때때로 모시고 가서 담배를 한 보루씩 사오고는 했었는데..

 

가족들은 할매 담배 사시는데 썼다고 하니 “그럴 리가 없다“고 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습니다.

 

자기 엄마의 돈을 직원이 함부로 손댔다고 생각한 거죠.

 

물론 그 할매를 모시고 나가서 그 돈으로 담배를 샀던 것은 맞습니다.

 

어르신들은 한 달, 두 달 계좌에 모아놓은 용돈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손자가 와서 털어가는 모양입니다.

 

돈이 필요할 때만 손자가 찾아온다고 손자를 봐도 반가울 거 같지는 않습니다.^^;

 

 

 

두 어르신은 제가 실습 할 때부터 봐 왔으니 이제 3년이 됐습니다.

두 분은 3년 내내 같은 칫솔을 쓰시고 계십니다.

 

손자가 용돈을 타가면서 두 분이 필요하신 거 뭐라도 사가지고 왔으면 좋겠는데..

“필요한 것들”이 안 보이는 것인지, 말씀을 안 하시니 모르는 것인지..

 

칫솔모가 너무 오래돼서 딱딱한지라 쓰시기 전에 뜨거운 물에 담가놓으셔야 한다고 하시는 할머니. 집에 노는 칫솔을 보니 그 할매가 생각이 났습니다.

 

95살 연세이심에도 틀니가 아닌 당신의 이빨을 갖고 계셔서

아침, 저녁 이빨을 닦으시는데..

 

이를 닦으실 때마다 뜨거운 물에 담가 칫솔을 부드럽게 하십니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칫솔이지만,

두 분께는 “꼭 필요한” 선물이 되지 싶은 마음에 포장을 했습니다.

 

비싸지는 않지만 그분들을 생각한 저의 선물이니 감사히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누면 더 커지는 기쁨을 여러분도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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