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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잘 가신 두 어르신

by 프라우지니 2019.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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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의 두 어르신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이제는 울지 알고 “잘 가셨다.”는 생각이 드는 거 보니 저도 연륜이 쌓이는 걸까요?

 

요양원에 오기 전, “누군가가 죽었다.”라는 전제는 항상 슬펐습니다.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셨을 때도 친척들이 시키는 “아이고~아이고~”대신에 “엉엉~” 큰소리로 울었었고, 엄마를 하늘나라로 가셨을 때도 3박4일 동안 병원 장례식장에서 울고 또 울었었죠.

 

내게 있어서 “누군가가 죽는 것”은 항상 슬픈 일이었습니다.

내 가족을 잃는 슬픔이었으니 말이죠.

 

실습생으로 요양원에 발을 들이고, 처음에는 내가 알던 분들이 돌아가시는 것이 너무 슬퍼서 일하면서도 울고, 복도를 다니면서도 울고, 그 어르신의 가족 분들이 울면 나도 덩달아 울고, 일을 하러 간 것인지 울러 간 것인지 하루 종일 뻘건 토끼눈을 하고 다녔더랬습니다.

 

사실만큼 사셨고, 이제는 하늘나라 가시는 것이 이 땅에 사는 것보다 더 편한 분들이셨는데.. 그때는 왜 그리 슬펐던 것인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정말로 이 세상에 사는것이 죽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인지..

 

지금은 압니다.

개똥밭에 구르지 않아도 이승이 낫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www.bing.com에서 캡처

 

요 며칠 새에 90대 중반의 어르신 두 분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서로 다른 층에 사셔서 요양원에 사시는 동안은 얼굴 한번 마주친 적이 없으셨지만 두 분이 96살 동갑내기셨네요.

 

한 분은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그곳에서 하늘나라로 가신 할배.

다른 한 분은 침대에 누워서 식물인간처럼 계시다가 가신 할매.

 

병원에서 돌아가신 할배는 우리, 요양보호사들이 꼽는 가장 “건강한 죽음”이었습니다.

 

어떤 것을 요양보호사들이 “건강한 죽음”으로 꼽냐구요?

“죽는 날까지 남의 도움 안 받고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것!”

 

침대에 누워서 남이 씻겨줘야 하고, 먹여줘야 연장되는 삶은 사실 내 삶이라고 할 수는 없죠. 내가 아닌 타인의 의해서 연장되는 삶 일뿐이죠.

 

할배는 요양원에 사셨지만 요양보호사들이 도움은 전혀 받지 않으셨던 분이셨습니다.

 

어느 햇살 좋은 날은 창가에 앉으셔서 당신의 속옷을 꿰매고 계셔서 제가 다 당황했었습니다. 90대의 할배가 당신의 구멍 난 속옷을  바느질하고 계십니다.

 

남한테 들었다면 “뻥치네!”할 수도 있는 일인데, 제가 목격한 실화입니다.

 

할배께 “아니 왜 바느질을 하시냐?”고 여쭤보니...

“심심해서”이시랍니다.

 

바느질까지 직접 하실 정도로 할배는 좁은 요양원의 방에서 당신 소소한 삶을 즐기셨습니다. 우리가 할배께 해 드리는 서비스라고는 하루 세끼 방에 식사를 갖다드리고, 할배가 씻으시고 내놓으신 수건을 갈아드리는 일이었죠.

 

할배는 당신 방에 들어오는 요양보호사들한테 항상 인사를 하셨습니다.

 

“내 방에 찾아줘서 고마워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길 바래요!”

 

오후에는 요양원 1층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할배를 찾아오시는 여친(정말 여자친구)이나 다른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종종 목격했었죠.

 

그렇게 건강하셨던 분이신데 간만에 출근했더니 할배가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뇌출혈/뇌졸증”인지, 몸에 마비가 왔었다고 합니다.

 

나는 초보 요양보호사이니 궁금한 것이 많죠. 젊은 사람들은 활동하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알 수 있지만 어르신은 활동이 거의 없어서 알아채기 힘들었을텐데...

 

“어르신은 하루 종일 앉아 계시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뇌출혈인지 알았어?”

“며칠 동안 어르신의 혈압이 높았고, 입의 한쪽이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해서 뇌출혈 의심에 병원에 입원시켰지.”

 

그렇게 마지막까지 건강하셨던 어르신이 뇌출혈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셔서..

퇴원 일을 앞두고 계셨다고 합니다.

 

요양보호사들끼리 “어르신이 다시 요양원에 오시면 요양보호사의 도움에 의존하셔야겠다. 항상 다 혼자 하시다가 우리들이 도움을 잘 받아들이실 수 있으실까?하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다 어떤 동료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 할배가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것이 어쩌면 그 할배께는 가장 건강한 죽음이 아닌가 싶어.  끝까지 남의 도움 없이 살다가 죽고 싶은 우리들의 희망사항처럼!“

 

그 말에 나도 동의를 했었는데..

 

할배는 요양원에 돌아오시는 대신에 건강한 죽음을 택하신 거 같습니다.

끝까지 당신의 삶을 제대로 즐기고 건강하게 하늘나라로 가신 거죠.

 

 

또 다른 할매는 마침내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의 자식들에게는 참 많이 힘든 나날이었지 싶습니다.

 

이 할매는 제가 실습생이던 4년 전에도 거의 돌아가실 뻔 했죠.

거의 마지막이라고 할매의 자식들이 3박4일 날밤을 새면서 할매곁을 지켰습니다.

 

그렇게 돌아가시나 했는데, 할매는 다시 사셨습니다.

 

그리곤 또 1년을 건강하신가 싶었는데, 또 다시 식음을 전폐하시고..

다시 할매의 자식들은 3박4일 할매 곁은 지켰죠.

 

안 드시던 할매가 다시 물을 드시고, 식사를 하시니 또 다시 사셨고!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보니 “할매가 사시고자 하는 열망이 대단하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스스로 삶의 끈을 놓으면 쉽게 가는 하늘이지만, 끝까지 살고자 하면 가는 길이 더디죠.

그러니 할매는 몇 번이나 다시 사는 기적을 만드셨겠지요.

 

거의 식물인간 상태이신지라 씻겨드리고, 먹여드리는 도움 없이는 힘드신 할매가 이번에도 안 드시고(아니 못 드시는 거죠) 상태가 더 나빠지셔서 이번에도 불려왔던 할매의 자식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보니 자식들도 많이 지친 상황.

 

“울 엄마는 빨리 안 가시고 도대체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다.”는 할매의 딸.

 

할매가 돌아가시고 동료직원이 들었다는 할매딸의 증언.

 

”울 엄마가 나 죽을 때 웃으면서 갈 거야” 했었는데, 정말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에 보니 입 꼬리 한쪽이 올라간 거 있죠.”

 

정말로 할매가 사실만큼 사시고 웃고 가신 것인지 아님 딸의 억지주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침내 할매는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두 분이 돌아가셔서 비어있는 방들은 입주를 기다리시는 대기자중 당첨되신 분들이 오시겠지요.

 

도움이 100% 필요한 어르신이 오실지, 수건서비스만 필요한 어르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새로 오시는 분들도 우리 요양원에서 건강한 마지막을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침내 가신 분과 건강하게 가신 분.

두 분은 하늘나라로 잘 가셨겠지요?

 

오늘은 두 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늘 가시는 길이 수월하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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