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연말은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이벤트가 있습니다.
11월 말부터 12월 크리스마스 전인 12월 중순까지 나라마다, 도시마다 “크리스마스 시장”이라는 이름의 “장”이 들어섭니다.
“크리스마스 시장“이 들어서는 시기에는 유럽 내에서 관광객들이 몰립니다.
내가 사는 도시가 아닌 다른 도시의 “크리스마스 시장”구경을 위한 대규모 관광버스들이 오가는 시기죠.
지난 11월 말에 “회사야유회“로 갔던 ”체스키 크롬로프“
이미 두어 번 갔다 온 곳인데 내가 또 간 이유는 그곳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어떤가 궁금해서 이었습니다.
예쁜 도시에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시장”은 다른 도시와는 다를 거 같아서 한번쯤 보고 싶었죠. 이미 어두워져서 도착했고 생각보다 장이 너무 작아서 실망했지만 말이죠.^^;
오스트리아에서 체스키 크롬로프로 가면서 넘게 된 국경.
그곳에서 아주 재밌는 현장을 봤습니다.
겨우 2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국경을 넘으면서 “면세점”에 잠깐 서겠다는 우리 관광버스.
버스가 서고 사람들이 내리길레...
“도대체 뭘 사려고 내리나?” 하는 마음에 나도 따라 내려 봤습니다.
“유럽 국경의 면세점에는 어떤 것을 파나? 궁금한 마음도 있었구요.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만 사는 물건은 다 동일합니다.
“담배!”
내가 면세점이라고 생각한 가게 안에는 여러 종류의 담배들이 한 벽면을 다 차지하고 있는데, 담배의 가격이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담배는 1갑에 3,50유로. 한 보루에 35유로.
오스트리아에서 팔리는 담배는 대체로 한 갑에 5유로인데, 이곳은 1,50유로나 저렴합니다.
“면세점에서는 원래 이렇게 저렴하게 파나?”했습니다.
면세점에 가도 담배 코너는 본적이 없어서 가격을 잘 모르죠.^^;
면세점에서 담배를 살 때는 1인당 살 수 있는 용량이 정해져있죠.
담배를 사는 사람들 중에 아는 직원이 있는지라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혹시 담배를 더 사려면 사서 나줘. 내가 가지고 갈게!”
국경을 넘을 때 검문에 걸려도 “내 담배”라고 하면 되니 그녀에게는 도움이 되는 거죠.
내 의뢰를 받아들인 그녀가 나에게 넘겨준 담배봉지에는 담배가 4보루나 들어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면세범위”는 담배는 2보루인디..
남 도와주려다가 내가 검문에 걸릴 판이라 정색을 하면서 말했습니다.
“면세 범위는 담배 2보루인데, 이건 4보루네?”
“응, 여기서는 4보루까지 허용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담배 사러 여기에 자주 오거든!”
알고 보니 내 동료나 그들의 흡연자 지인들은 담배를 사러 국경을 넘는 일이 자주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다 안다” 모드인거죠.
내가 받은 봉지안의 담배 4보루의 가격은 총 140유로입니다.
내 동료는 4보루의 담배가 들어있는 비닐을 4봉지나 샀습니다.
봉지 하나는 내가 맡았고, 하나는 동료 자신이 맡고! 나머지 2봉지는 차 안에 있던 동료들이 국경을 넘을 때 자신들이 “담배주인”행세를 해주겠다고 해서 더 샀다고 합니다.
담배 4보루가 들어있는 한 봉지 하나에 140유로이니, 총 560유로네요.
국경을 넘는다고 주변사람들의 담배심부름을 온 것인지..
회사 아유회오면서 담배 사겠다고 거금을 들고 왔었네요.
담배는 4보루까지 허용을 한다니 그렇다 치고 웬 콜라병인지 물어보니..
담배 4보루를 사면 콜라를 한 병 사은품으로 준다고 하면서 내가 맡은 봉지에 있는 콜라는 나보고 가져가라나요?
담배를 사는 건물 안에서 구경을 다하고 밖에 나왔는데 주차장에 있어야할 버스가 없습니다. 버스를 찾아 헤매는 나에게 얼굴이 낯선 동료가 하는 말.
“버스는 면세점에 잠깐 갔는디?”
“엥? 나는 이곳이 면세점인줄 알고 내렸는디?“
“여기는 담배를 사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려준 것이고, 면세점은 저 위에 있어.”
“그럼 담배를 면세점에서 사지, 왜 여기서 사?”
“면세점은 여기보다 더 비싸게 팔거든.”
구글지도에서 캡처
어쩐지 면세점 봉투치고는 참 허술하기 짝이 없는 비닐봉투이고, 가게 안에 있는 직원들도 다 아시아 사람이라 이상한 면세점이다 했었더니만..
면세점이 아닌 체코 국경에 있는 가게였습니다.
구글맵으로 이곳을 찾아보니 이곳의 이름은 China Shop 중국가게.
가게 안에 있는 동양인 직원들은 중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대화하던데..
중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을 고용한 것인지..
그나저나 이곳에서 판매하는 담배는 정상적인 루트로 나오지 않았거나, 어디선가 불법으로 만들어진 담배가 아닌가 싶습니다. 면세점보다 더 싸게 판매하는 제품이니 말이죠.
중국에서 컨테이너로 들여오기는 했는데, 오스트리아는 법에 까다로우니 힘들고!
법이 조금 허술한 체코의 국경에나 가게를 차려놓고 저렴한 가격으로 오스트리아의 흡연자들이 국경 넘어 담배 사러오게 만드는 마케팅을 이용하는 거 같습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혹시나 “나도 거기 가서 담배를 사고 싶은데 어딘지 알려주오~”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서 구글맵으로 위치를 캡처했습니다.
보통 담배는 1갑에 5유로선인데 이곳에서 파는 담배는 3,50유로에 팝니다.
담배 4보루를 사면 시중에서 파는 것 보다 60유로나 더 저렴하고, 제 동료 같은 경우는 4보루 든 봉지를 4개나 샀으니 240유로를 저렴하게 샀다고 무지하게 좋아하던데..
면세점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곳의 담배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중국에서 정품으로 판매하는 담배들을 컨테이너에 실어서 온 것인지,
아님 중국산 짝둥제품을 만들어서 유럽에 유통 시키는 것인지..
제가 담배를 안 펴서 이곳에서 파는 담배 맛이 시중에 팔리는 것과 같은지 다른지도 모르겠지만, 흡연자들이 국경을 넘어서까지 사러 오는걸 보면 담배 맛에서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저렴하게 샀다고 가게 앞에 모여서 버스를 기다리며 신나게 줄담배 피는 흡연자 사이에 껴서 나도 덩달아 신이 났었습니다. “글감”을 하나 건졌다고 말이죠.^^
유럽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쾌락을 즐기려는 남자들이 여자를 사러 국경을 넘기도 하고,
조금 더 저렴하게 담배를 피고자 하는 사람들이 국경을 넘기도 합니다.
국경을 넘어도 신분증이나 여권이 필요하지 않은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이들만의 “쇼핑 문화”. 저에게는 참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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