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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남편에게 보이는 마눌의 모습

by 프라우지니 2018.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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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재 모습은..

결혼한 지 11년이 됐고, 낼 모래 50을 바라보고 있는 중년아낙입니다.

 

일찍 결혼했음 장성한 자식에 손주의 재롱까지도 볼 수 있는 나이.

결혼한 자식도 있을 수 있고, 손주도 있을 수 있는 나이가 바로 40대 후반입니다.

 

내년 일기장을 준비하면서 요즘 많이 유아틱해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저는 매년 저만의 일기장을 준비하죠.

 

2017년 내 일기장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2018년은 제때에 일기장을 사지 못해서 A4 사이즈의 공책을 샀었습니다.

너무 공간이 남아서 일기장을 다 채우지 못한 날이 더 많은 일기장이 됐죠.^^;

 

그래서 2019년 일기장은 일찌감치 준비를 해놨었습니다.

아직 11월인데 색칠은 이미 한 달 전에 다 끝내놨죠.^^

 

 

 

재작년보다 더 유치찬란해진 제 일기장 표지입니다.

 

따로 가지고 있는 색색의 필기도구가 없는지라, 집에 있는 형광펜들을 다 동원해서 채웠더니만,  해가 갈수록 조금씩 더 아동틱해지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일기장에 색칠이 끝났다고 남편한테 가지고 가서 자랑도 했습니다.

어째 정상적인 부부의 대화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을 “자랑질”입니다.

 

제 취향이 변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 남편을 따라서 슈퍼에 갔을 때입니다.

아니 취향이 변한 것이 아니라 행동이 변했다고 해야 맞는 거 같습니다.

 

어릴 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행동인데..

이걸 중년이 되어서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죠.^^;

 

 

 

 

남편이 주식으로 먹는 검은 빵을 살 때 저도 제과점에서 내가 먹고 싶은 빵을 고릅니다.

 

남편은 kg당 4유로 정도 하는 허브가 들어간 검은 빵을 사는데..

마눌은 그 옆에서 치즈와 허브가 들어간 2유로짜리 빵 하나 찜했습니다.

 

그리고는 유제품 코너에서 신제품 우유를 하나 집어 들죠.

 

“바닐라 맛에 카레(쿠쿠마)가 첨가됐다니 한번 먹어봐야지.”

 

다른 때는 마눌이 살찌는 거 먹는다고 잔소리를 늘어지게 하는 남편인데..

 

마눌이랑 같이 슈퍼에 가면 “딸내미 데리고 쇼핑하는 아빠모드”가 되는 것인지.. 마눌이 먹겠다고 들고 오는 물건에 대해서는 군소리를 안 합니다.

 

마눌이 먹겠다고 찜한 물건은 계산을 끝내고 슈퍼를 나오면서 마눌에게 넘어갑니다.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이미 개봉해서 먹기 시작하는 마눌.

 

마눌이 빵이랑 우유를 맛보라고 주면 남편이 받아 먹들 때도 있고 안 먹을 때도 있지만..

운전하면서 마눌이 먹고 있는 음식의 맛에 대해서 떠들어대면 조용히 듣습니다.

 

어떤 날은 마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편이 원하는 대로 하기도 합니다.

나는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옆에서 자꾸 남편이 고르라고 옆구리를 콕콕 찌르죠.

 

“마눌이 그렇게 살이 쪘음 좋겠어?”

 

마눌의 불평은 안 들리는지 그저 고르라고 합니다.

 

매번 아이처럼 슈퍼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집에 오는 차 안에서 까먹으면서 수다를 떨어대는 마눌이 보기 좋아서 그런 것인지, 아님 정말로 마눌을 딸내미로 생각해서 그러는 것인지.. 요즘은 남편이 날 아이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가끔 남편따라서 슈퍼에 가면 내가 집어오는 과자중에 하나인 뻥튀기입니다.

옥수수에 퀴노아 10% 들어갔다고 가격도 그만큼 더 비싼 과자죠.

 

남편이 슈퍼에 가자고 해도 마눌이 거절할때가 있습니다.

그때 남편이 날리는 한마디!

 

“가자, 내가 뻥튀기 사줄게, 아님 다른 거 먹고 싶은거 골라.”

 

마음이 정 안내키면 끝까지 거절하지만, 오죽 심심하면 마눌보고 가자고 꼬실까 싶어서 따라나서는 날도 있습니다.

 

사실 먹고 싶으면 사먹을 정도의 돈은 가지고 있다는 걸 남편도 알지만,

그래도 자신이 사준걸 자랑하면서 먹는 마눌의 모습이 보고 싶은 것인지..

 

이래저래 남편이 마눌을 아이로 만드는거 같습니다.

 

내가 만든 일기장의 표지 색칠 그림을 보면 딱 6살짜리 아이솜씨이고,

남편을 따라 슈퍼에 가서 내가 먹고 싶은 물건을 고르는 것도 6살짜리 아이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마눌을 마냥 귀여운 딸내미 보는 듯 하는 거 같습니다.

 

그림솜씨도 6살이요~

슈퍼에 가도 뭘 사달라고 조르는 6살짜리 꼬맹이~

 

남편이 원하는 마눌이 이렇게 딸내미 기능이 있는 귀여운 마눌인 것인지..

나는 남편이 원하는 그 “귀여운 딸내미 같은 마눌”로 이미 변한 것인지..

참 생각이 많은 요즘입니다.

 

그나저나 저는 그냥 이대로 살아야 할까요?

 

아빠처럼 행동하는 남편이 가끔은 짜증이 나지만,

나를 챙겨주고, 걱정해주고 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아빠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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