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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반벙어리 취업하기!

by 프라우지니 201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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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취직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스토리가 쪼매 길어졌는데,

너무 길게 써서 쪼매 죄송합니다.^^;;

 

2007년 7월에 혼인신고를 하고,

2달이 지나니 내 비자가 나왔습니다.

 

비자 뒷면에는 “이 사람은 오스트리아 취업 시장에서 자유로이 일할 수 있습니다.” 라는 글귀와 함께!

 

비자 받고, 얼마 안 되어 나는 남편 손에 이끌려서

 AMS 노동청(일자리 알아보러)에 갔습니다.  


나도 일하고 싶기는 했지만, 

정말 정말로 남편 손에 끌려가서 일하긴 싫었는디…


(정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기분이였습니다. )

 

아무튼 남편이랑 노동청에 같이 가서 취업 상담원과 

언제 약속에 가능한지 예약을 한 후 2주후에 상담원을 만났습니다. 

 

남편(일하다 말고 나와서 상담 끝나면 다시 일하러 들어감)과 같이 

노동청에 가서 상담원을 만났는데, 



이곳에서는 내 영어 실력이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제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청소류의 허드렛일이었습니다.

 

이때 제 독일어 실력은 겨우 일상생활(안부 묻고,물건 사고)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초급 독일어 수준이었습니다. 


상담 첫 날 상담원은 우리에게 3곳의 일자리 정보를 주었습니다.

 

소개 받은 회사에 내가 전화를 할 때는 

내가 물어볼 말들( 직원 구했나요? 아직도 구하나요?등등)을 일일이 나에게 불러줘서 

그걸 종이에 쓴 다음 내가 그 각본(?)에 맞춰서 전화를 하는 식이었죠!

 

2 곳은 이미 직원을 구했고,

마지막에는 레스토랑에서 청소하는 거였는데,


그때가 마침 9월 초순이었죠.

 

남편은 나에게 전화를 하라고 해 놓고는 면접이 잡히면 휴가를 가야 하니,

휴가 후에 면접을 보겠다고 말하라고 했는데,

내 상식으로는 사실 이해하기가 힘들었죠.

 

면접 오라고 하는데 ”저 휴가 가야 하는데요? 

갔다 와서 면접가면 안 될까요?” 하고 물어보라니.

 

일단 전화를 하니 다음 주 월요일에 면접을 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 월요일은 우리가 휴가를 가야 했기 때문에 

내가 힘들겠다고 다른 날 안되겠냐고 했더니만,  


다른 날은 본인이 시간이 없다고 사장님이 말씀하셔서 

그런가 부다…하고 휴가를 잘 갔다 왔습니다.



그리고 한 2주일이 지났나? 

남편이 생각이 난 듯이 그 레스토랑에 전화를 해 보라는거예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남편이 이미 그 곳에 전화해서 다 알아보고 나에게 말 했는지)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더니만, 면접에 오라는 하더라구요.

 

물론 내가 전화를 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실력은 아니고,


내가 필요한, 예를 들면 면접 시간에 필요한 말들 

“요일,시간”등만 알아들었죠.

 

그렇게 전화를 끊고, 면접 날짜에 맞춰서 그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면접은 나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여자,흑인여자. 모두 3명이더라구요!

 

오스트리아 여자는 이미 청소 회사에서 청소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했고,

흑인 여자(5년거주)도 상당히 독일어를 잘했습니다.  


앞에 2명이 면접 볼 동안 뒤에서 기다렸습니다.

 

사장이 뭐라고 물어보는데,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걱정을 하면서.

 

사장은 대충 내 이력서를 보고 몇 가지를 묻더라구요.

내 딴에는 동문서답인지 모르고 잘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면접이 끝나 갈 무렵에 독일어로 “저 이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Ich möchte hier arbeiten) 라고 !

물론 남편이 가르쳐 준 대로 얘길했습니다.



2 일이 지난 후에 레스토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내가 취업이 됐다는..

 

독일어도 젤 버벅대고, 말귀도 못 알아듣는 내가 취업이 됐다니요~


(나중에 사장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마지막에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해서 뽑았던 거라고)

 

사장님은 나에게 화학 약품(청소에 사용하는)에 필요한 설명을 들으러 오라고 

날짜와 요일을 전화로 알려주고, 혹시나 내가 못 알아들었을까 봐 

남편한테도 일부러 전화를 해서 알려주셨답니다.

(나중에 알았어요.)

 

그렇게 화학 약품 설명을 들으러 갔습니다.


독일어 초보 회화도 버벅대는 나한테 

화학 약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라니.. ㅎㅎㅎ

 

일단 MP3를 목에 걸고 가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다 녹음했습니다.

 

내가 못 알아들으니 일단 녹음을 해서 남편한테 들으라고 갔다 줬죠.


그 녹음은 거의 3시간짜리였습니다.

무슨 놈의 설명이 그리긴지 원!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머리 터지게 근무하고 온 남편은 

저녁 시간 3시간을 또 열심히 내게 필요한 정보 때문에 MP3를 들었어요. 


 다 듣고 난 후에 나보고 바닥 닦을 때 필요한 약품이 뭔 줄 알아?” 하는데, 나? 당근 모르죠!.  내가 그걸 어찌 알겠냐고요?


남편은 레스토랑에 전화를 했고, 

나랑 에디 (내 짝꿍 아저씨=독일 사람)가 처음 근무를 시작하는 날 

약품 회사에서 이른 시간이 직원이 왔습니다. 

 

새벽(6시)부터 달려와서 얼굴에 짜증나는 기력이 역력했지만,

친절하게 어느 곳에 어느 약품을 써야 하는지 설명해줬습니다.

 

웃기는 건!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는 에디조차도 

무슨 약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몰랐다는 사실!!

 


www. bing.com 에서 캡처

 

그렇게 일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영어통역이나 책상에 앉아서만 일했던 내가 땅 설고, 

말 설은 나라에서 새벽에 청소를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일단은 시작한 일이고, 한국 사람 드문 곳에서 시작한 일이라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중에라도 어느 한국 사람이 취직하러 왔을 때, 

"예전에 여기서 한국 여자를 썼었는데, 정말 일을 잘하더라.

이번에도 쓰도록 하지!" 

라는 말을 듣고 싶었죠.

 

외국에 살아본 사람은 아시죠? 

나 한 사람이 한국을 대표한다는 걸!

 

근무시간은 새벽6시~10시까지 였고,

1주일에 20시간 월급은 한 달에 500유로(세금 제하고).


레스토랑이 새벽4시까지 영업을 하고, 다시 아침 7시에 카페를 여는 관계로 

카페 청소는 1시간 내로 끝내야 했습니다.

 

일단은 새벽5시에 일어나서 자는 남편 얼굴 한 번 보고 

세수만 하고 새벽에 집을 나섰습니다.

 

새벽 바람이 상쾌한 것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0분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레스토랑에 도착하면 6시10분전! 

그때부터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레스토랑의 구조는 1층 카페,지하1층 레스토랑/주방 지하2층 바(Bar)로 되어있었고, 

1층 카페의 바닥을 빗자루 쓸고, 물 걸레질을 하고 테이블 위에 의자를 다시 내리고, 



그러다 보면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이 출근합니다. 

7시까지 지하1층에 있는 화장실 청소를 해 놔야 일단 급한 청소는 끝납니다.

 

7시30분! 

혼자서 아침(집에서 싸온 보온병의 차와 빵 혹은 떡(내가 만든))을 먹으면서 조금 쉬고,

다시 청소를 시작합니다. 


둘이 일을 하면 대충 10시면 모든 것이 마무리 되는데, 

혼자 할 때는 거의 7시간을 일했습니다.

 

에디는 나에게 일을 더 한다고 돈을 더 주는 것이 아니니 대충하라고, 

일 빨리 하지 말라고 매일같이 충고였습니다.  


에디는 보통 2시간 청소를 하는데 (아침8시~10시) 

그 중에 30분은 담배를 피우거나 여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는데 사용했고,

말도 무지하게 많았습니다.

 

난 일단 한 달 월급을 받을 때 까지는 

청소를 깨끗하게 하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한 달 월급을 받았는데, 월급액이 내가 일한 시간 만큼이 아니면 

나도 시간에 맞춰서 청소를 하기로 하고 

일단 처음이니 열심히 청소를 했습니다.

 

드디어 첫 달 월급을 받았습니다.. 

내가 일한 시간만큼 월급은 더 나왔더라구요.



첫 내 월급은 600유로를 훨씬 넘게 나왔습니다.

 

에디는 자기는 월급이 500유로보다 덜 나왔다고 투덜대더라구요.


에디가 사전에 연락없이 안 나오는 날도 많아서 

그럴 때는 나 혼자 청소를 했고,

일을 더하니 월급을 더 받은 것은 당연한 것인디..

 

나랑 그렇게 10월1일에 청소를 시작한 에디는 

12월이 가기 전에 짤렸습니다.

 

사장님도 처음에는 나는 청소를 잘 못하고,

말 많은 에디가 청소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카페의 직원이 매일 매일을 보고 사장님한테 

다 얘길 했었던 모양이에요.

 

나는 착실하게 일을 잘하는데, 

에디는 매일 담배나 피우고 일도 정해진 시간보다 훨 안 한다고. 


청소도 무지하게 더럽게 하고, 

심심하면 연락도 없이 안 나온다고 말이죠.


(덕분에 내가 일하는 시간이 그만큼 더 길었습니다.^^;)

 

그 후에는 헝가리에서 온 췰라 (20살 여자)랑 같이 청소를 했는데,  

우리 둘이 일할 때는 둘 다 독일어도 서툴러서 

둘이 말하면 서로 못 알아듣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ㅋㅋㅋ


 

내가 청소한다고 했을 때 

내 주변의 사람들은 두 부류였죠.

 

너 미쳤니? 너가 뭐가 아쉬워서 새벽 별보고 일어나서 청소를 하냐?

그러려면 당장 서울로 돌아와라~” 하는 쪽과


“그래! 어디서 살던지 열심히 살면 되지 뭐! 열심히 해 하는 쪽이넜습니다.

 

나도 사람입니다.


육체 노동을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육체 노동을 처음 시작 했을 때, 

왜 힘들지 않았겠어요?

 

나도 처음에는 너무 많이 힘들어서 남편한테 무지하게 짜증을 냈습니다.

한 3주일동안 남편은 내내 나한테 주눅이 들어있었어요.

내가 툭하면 짜증이 내는 관계로..

 

그렇다고 내 월급을 다 남편이 갖는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받은 내 월급은 다 내 소유였고, 

물론 내 돈으로 생활비를 내는 일은 절대 없었죠!


그런데 왜 그렇게 남편이 꼴 보기 싫었는지 원!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내 남편이 자상한 사람이었다는걸.

 

독일어 학원에서 만난 여자들(국제 결혼한) 만나보니,

남편이 아무것도 해 주지(서류, 일자리등)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외국인 등록도 혼자서 하고, 의료보험도 혼자 가서 만들고, 

노동청에도 혼자 가서 다 했다고.  


(저요? 저는 남편이 서류 준비 다 알아서 해주고, 항상 같이 동행했거든요.)



자기네 남편은 

“그걸 왜 내가 하는데? 당신 일이니 당신이 해야지!” 

하는 반응이었다고 하더라구요. 


나에 관한 일이라면 회사 일도 밀어놓고 

뛰어오는 남편을 가진 제가 복 받은 거라구요!

 

전 아직도 처음에 청소를 시작했던 그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 가서 7 개월 정도 있다가 2008년 9월에 다시 오스트리아에 와서)

 

지금은 새벽에 하는 청소는 아니고, 

저녁에 3시간 주방 보조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독일어 잘 하냐구요? 

 

아직도 학원은 다니구요.


물론 청소를 시작할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썩 잘하지는 못하는 수준입이죠.

 

이제는 독일어 중급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데, 상대방이 잘 못 알아 듣는 정도

(문법 무시,엉뚱한 단어 구사등등)의 수준입니다.

 

이제 올 여름이 되면 남편이랑 뉴질랜드에 갈 예정인데,

거기서는 또 어떤 직업을 갖게 될까요?

 

한국 사람이 많은 곳이니, 웨이츄레스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남편이 캠핑장을 하게 되면, 

난 또 캠핑장의 청소부 아줌마로 일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사람의 인생은 내일 일을 모르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어디 곳에 가던지 열심히 살 계획이고, 

나중에 내가 나이가 들어서 


“나 참 한평생 열심히 살았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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