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승차검문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참고로 이곳의 교통비는
1시간용 1.90유로, 24시간용 4.20유로, 1주일용 10,80유로, 한달용 38.20유로!
그리고…무임승차에 걸리면 벌금이 60유로(헉! 거의 2달 교통비)
여기는 차표를 사서 전차나,지하철,버스 안에 있는 기계에 표를 넣으면 시간(과 날짜)이 찍혀서 나옵니다.
그러면 차표가 유효해지는 거구요..
내 친구는 남편이랑 시내에 외식하러 가다가 차표검문에 (물론 둘 다 표없이 탔죠. 안 걸릴 줄 알고) 걸려서 120유로를 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웃으면서 “배보다 배꼽이다.” 했던 일이 있었는데…
사실 인즉은..제가 한달용을 사서 학원도 가고,알바도 가고 하면서 요긴하게 잘 썼었는데, 한달이 지나니깐, 조금 꾀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새 차표(한달용)를 사서 가지고 다니다가 혹시나 차표검문이 근처에 있다 싶으면 얼른 표를 (기계에) 찍어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구요. 18일날 끝나는데, 며칠 있다가 다시 표를 찍어야지..하는 생각도 있었구요..
그날은 왠일인지 버스 탈 생각도 없었는데, 버스가 내 옆에 서더라구요.
마침 전 버스정거장을 지나고 있었거든요.
그 버스는 우리집까지 가지도 않는데…내가 왜 그 버스를 탔는지….
타고서 잠시 정신을 놓고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제 앞으로 얼굴을 디미는 거에요..
헉!! 그 아줌마는 전에 시내에서 차표 (예고 없이하는)검문할 때마다 봤던 차표검문 대장아줌마!!
(물론 전 그때마다 표가 있었습니다.)
그 아줌마 얼굴을 보자마자 식은땀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지갑에서 표를 2개 꺼냈지요..(일단은 까먹었다..로 얼버무려보려고..)
새표(한달권)에 날짜 찍는걸 깜박했다.
지난표는 18일까지였고, 내가 걸린 날이 20일이였습니다.
내가 걸린 순간에 내 주변에 사람들이 후다닥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이 차표 검문이라는 것이 한 사람이 무임승차로 걸리면, 그 버스에서는 영업(?)이 끝난걸로 생각하는지,
그 사람(걸린 사람)이 내리는 곳에 따라 내려서 주소랑, 벌금딱지랑 주거든요.)
아마도 표 없이 탄 사람들 인거 같더라구요..
에궁~ 가뜩이나 짧은 독일어로
내가 ”이런 경우 기회를 줘야 하는거 아닌감? 날짜찍는걸 깜박했는데..”
하고 물었더니만, 우쒸~ 이 아줌마 “60유로 있어?” 묻는거예요.
“나 20유로 밖에 없는데?” 했더니만,
“현금카드(은행에서 인출하라고) 있어?” 하고 묻더라구요..
난 현금카드도 없는디..했더니만,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찾더라구요.
에궁~ 이제는 포기상태다.
1주일 내에 은행에 내라고 지로용지를 주는데, 61,80 이 찍혀있는거예요.
그래서 “어? 60유로 아닌감?” 했더니만, 그건 현찰(바로)로 냈을 때 얘기라네요.. ^^;;
다시 버스 갈아타고 (지난표는 그 아줌마가 챙겨가고, 나에게 돌려준 새표를 이번에는 기계에 찍고.)
집에 오는데, 정말로 눈물 날 뻔 했어요.
“우쒸~ 내가 시간당 6.55 유로를 버는데, 거기서 세금떼면 5.50유로. 이건 뭐 10시간도 훨씬 더 일해야 메꿔지는 돈인디…. 이건 내 남편한테 말하지도 못하겠고!” 혼자서 열심히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왔습니다.
벌금을 내 돈으로 내는 건 당연한 얘기이고, FM대로 사는 남편한테 내가 한 행동은 절대 용서 못할(내가 까먹어서 그랬다고 둘러댄다고 해도..) 일 인거거든요.
집에 와서도 내내 우울했어요.
사실 오늘 오전에는 제가 한국에서 마지막 학기(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편입해서 들어간 방통대 영문과) 끝내면서 졸업논문 제출한 것이 합격됐다는 소식을 이멜로 받아서 기분 최고였는데, 오후에는 이리 우울한 일이…
저녁에 남편이 퇴근했는데, 제가 오전에 논문합격 했다는 문자를 받은지라 기분이 무지하게 좋더라구요.
오늘 걸린 얘기를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나 “나 할말 있는데…. 당신이 화낼 것 같아서 말 안 하려고…”
남편 “뭔데? 오늘은 내가 기분이 (내 논문 땜에) 좋으니 화 안 낼테니깐 말해봐.”
나 “정말? 내 얘기 듣고, 나 야단칠 꺼면서…정말 화 안 낼꺼야?”
남편 “응”
살짜궁~ 오늘 받은 벌금고지서를 내밀었죠!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하던 남편이 한참 후에 “벌금은 당신 돈으로 내는 거 알고있지?”하는데,
“치사하게 누가 벌금 내 달랄까봐(물론 내주면 고맙지만^^)…”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왜이리 됐는지 남편이 자초지정을 묻는데.. 이것이 거의 형사 수준이예요.
몇 시에 무슨 역에서 만났으며, 그때 나는 어디에서 어느까지 가는 버스를 탔으며, 어디쯤에서 그 아줌마를 만났는지…
그때는 당황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대답 제대로 못 한다고 남편한테 구사리 먹어가면서 일단은 사건의 전말을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당신 일부러 표에 날짜 안 찍은거지?(날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남편^^) 하고 묻는 남편한테
“ 아니야! 내가 깜빡해서 날짜 찍은걸 잊었을 뿐이야~” 하고 얼른 둘러댔죠!
제 남편이 이런 일 잘하거든요.
(여기도 외국인이라고 월급 덜 주고, 수당 덜 주고 이런 경우 많이 있어요.외국인이라고 어리숙하게 보는거죠-
전에 일할 때 수당 덜 받은걸 내가 그만두고 5개월이 지난 다음에 130유로를 내 수당이라고 챙겨서 받아놓을 정도로 꼼꼼한 남편!)
남편이 열심히 이멜을 쓰더라구요.
사건의 전말과 내 상황들.. 나야~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만 할뿐!
날 째려보는(자기 수고스럽게 한다고) 남편의 등뒤에서 그냥 웃고만 있었죠.
그 다음날 남편이 한 통의 이 멜을 받았습니다.
내 경우(새표가 있는경우)는 자기네 들이 일단 회의를 해봐야 한다구요.
그러면서 2주후에 연락을 주겠다고..
ㅎㅎㅎ 허공으로 날아갈뻔한 내돈 60유로가 왠지 다시 내 품에 올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오더나구요..
그리고 일주일 후! 전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무슨 놈의 공문서는 이런 건가?
아무리 사전을 뒤져도 “너 용서해줄게” 라는 의미는 없는 단어들만 나열되있더라구요.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남편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봤죠.
(편지내용을 읽어주며) “이거 나 용서 해주는거 맞아?” 하고 물어보니.
“당신 운 좋은 줄 알아!” 하더라구요..
이리하여 나의 무임승차 사건은 조용히 해결됐습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무임승차(표 검사라는 것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고,난 6개월동안 2번 봤을 정도로 드뭅니다.)를 밥먹듯 하지만, 전 앞으로 안 그럴 예정입니다.
무임승차 한번에 60유로 내기에는 너무나 아깝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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