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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은근히 신경 쓰이는 남편의 도시락

by 프라우지니 2018.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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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는 우리 집에서 도시락 쌀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매일 남편의 도시락을 싸는 아낙이 됐습니다.^^;

 

결혼 전에는 회사에 간식 같은 건 싸가지 않았던 남편이었는데..

결혼 후에 출근하는 남편의 가방에 마눌은 이런저런 간식을 싸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6시 경에 먹는지라, 회사에서 일하는 오전 10시쯤이면 출출하다는 남편.

 

그래서 가끔은 껍질 깐 당근을, 가끔은 예쁘게 썬 과일을 통에 담아주곤 했었는데..

하루가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또 몇 년이 지나니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예전에는 회사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사먹어서 간단한 과일/야채만 싸주곤 했었는데..

새로 옮긴 지점에는 구내식당의 선택도 다양하지 않고, 맛도 없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엔지니어들은 모니터에 얼굴을 묻으면 몇 시간 집중해서 일을 하는지라,

가끔은 점심시간을 놓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구내식당은 점심시간만 운영하니 그 시간이후에는 먹을 수가 없죠.

 

이래저래 남편은 점심을 싸가지고 가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아침은 집에서 먹고, 점심은 싸가지고 간 것을 먹고, 저녁은 집에 와서 먹죠.

 

가끔 남편의 저녁 한끼는 TV앞에서 먹는 감자 칩이나 달달한 젤리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칼로리는 높고 영양가는 없는 정크 푸드가 한 끼 식사가 될 수는 없음에도 말이죠.^^;

 

 

 

요즘 제가 신경 쓰고 있는 남편의 도시락입니다.

 

출출할 때 먹는 간식도 싸야하고, 샌드위치에 먹을 야채도 싸야하고,

커피와 먹을 쿠키도 쌉니다.

 

그러다보니 집에 다양한 야채와 과일은 필수로 있어야 합니다.

 

커피를 마실 때 먹으라고, 초코쿠키 2개.

출출할 때 먹으라고 싸주는 과일 간식, 바나나, 귤, 키위.

샌드위치를 먹을 때 함께 먹으라고 싸주는 당근과 파프리카.

 

여기에 햄이나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2개가 포함이 되면,

남편이 하루 종일 먹는 것들입니다.

 

마눌이 나름 신경 써서 싸는 건강한 영양식이죠.^^

 

한국과 비교해도 이곳의 외식비는 그리 비싸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없는 “음료주문”이 외식을 할 때 조금 부담이 되기는 합니다.

 

점심값 8유로에 음료 3유로. 거기에 팁까지.

이래저래 한 끼가 14유로 훌러덩 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단하게 빵집이나 슈퍼에서 빵을 사서 한 끼를 해결합니다.

빵집에서 사는 것도 부담이 되는 사람들은 집에서 들고 오기도 합니다.

 

 

 

내가 (카리타스) 학교를 다닐 때 돈 아끼겠다고 항상 점심을 싸오던 아가씨의 한 끼입니다.

 

이 아가씨의 동의를 구하고 찍어놨던 사진이죠.

오스트리아 사람들도 도시락을 싸오는 것이 신기해서 말이죠.

 

바게트 빵에 햄 그리고 피클 거기에 달달한 음료수 한 병.

야채가 많이 빈약한 메뉴지만 백인들은 이렇게 먹기도 합니다.

 

남편은 빵 따로, 반찬(햄. 치즈?) 따로 대신에 빵 사이에 다 넣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갑니다.

 

처음에는 샌드위치는 자기가 준비를 하더니만,

이제는 마눌에게 주문합니다.

 

그래서 마눌은 근무유무에 상관없이 마눌은 항상 5시 50분에 일어나서..

남편의 아침을 준비하죠.

 

전날 저녁에 준비 해 놓은 간식을 꺼내서 싸고, 냉동고에서 꺼낸 빵을 오븐에 구운 후에 샌드위치로 만들어서 도시락 가방(사실은 비닐봉투^^;)을 완성합니다.

 

나름 다양한 비타민을 싸주려고 노력을 하는지라, 가지고 있는 과일의 종류가 달랑 한 개 거나, 야채가 없으면 불안증이 도집니다.

 

남편은 과일 한 개를 싸줘도 되고, 없으면 안 싸 줘도 된다고 하지만,

도시락을 싸주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메뉴가 아니면 마음이 편치 않거든요.^^;

 

정작 도시락을 먹는 남편은 별로 관심이 없는 도시락 메뉴인데,

도시락을 싸는 마눌은 나름 신경 써서 싸야한다고 생각하는지라 꽤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남편이 출장 간 4주 동안은 아주 행복했었습니다.

남편의 도시락 메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요즘 전 주말이 행복합니다.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도시락 걱정에서 해방되는 날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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