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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갖다버린 닭털패딩

by 프라우지니 2018.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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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무도 모르게 내가 갖다버린 패딩코트가 하나 있습니다.

 

원래 옷을 버릴 때는 다 시어머니를 갖다드리는데..

이번은 예외였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더 이상 안 입는 옷”을 갖다 드리면..

그중에 맘에 드시는 건 고르시고, 나머지는 "Caritas 카리타스" 같은 곳에 기증을 하십니다.

 

패딩코트를 버리기 전에 생각에 생각을 해봤지만..

역시나 그냥 몰래 갖다 버리는 것이 나에게는 최선이었죠.

 

이유인 즉은..

시부모님이 며느리 생일선물이라고 주신 50유로로 샀던 옷이거든요.

 

이곳의 쇼핑몰에서는..

겨울옷은 12월이 지나면 세일에 들어가서 봄이 가까울수록 더 저렴해집니다.

 

그래서 저렴하게는 70%까지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죠.

오리털패딩코트를 세일에 세일한 가격 덕에 50유로에 구입했었습니다.

 

시부모님께는 “당신들이 주신 생일선물 50유로로 산 코트”라고 보여드렸었죠.

 

비싼 오리털패딩코트를 저렴하게 샀다고 엄청 좋아했었는데..

사실은 오리털패딩이 아니라 닭털패딩이었던 것인지..

 

 

 

입을 때마다 안에 받쳐 입은 옷에 끝없이 묻어나는 닭털들.

 

옷에만 묻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나가면 패딩코트에서 닭털이 날립니다.

내가 닭도 아닌데 이렇게 털을 풀풀 날리고 다니니..^^;

 

작년에도 몇 번 안 입었었는데..

올해는 한 번도 입지 않았습니다.

 

입으면 따뜻하기는 한데, 코트 안팎으로 털이 묻어나고 날리고..

입고 다니기에는 부담이 심한지라 일단 정리할 결심은 했지만 방법은 생각 중이었습니다.

 

“이걸 아빠 드려서 마당에서 일하실 때 입으시라고 할까?

패딩코트 벗으면 안에 입은 옷에 묻은 닭털은 어쩌지?”

“그냥 엄마 갖다드릴까? 닭털 때문에 더 이상 못 입겠다고..

 당신들이 주신 돈으로 산 패딩코트인걸 아실 텐데, 섭섭해 하시지 않을까?”

“닭털 때문에 있어도 안 입는 패딩을 정리해야 새로 하나를 살 텐데..“

 

이런저런 고민만 안고 다닌 지 두어 달.

마침 쇼핑몰에 겨울이 지나면서 반값 세일하는 솜 패딩코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내 맘에 쏙 드는 디자인인지라 얼른 사가지고 집에 왔습니다.

 

새로 하나를 샀으니 가지고 있던 것은 빨리 정리를 해야 하는 거죠.

검은색 패딩을 버리고, 검은색 패딩을 사면 남편도 모를 테니 잔소리도 안 듣고!^^

 

오리털 패딩도 정말 고가의 품질이 아니라면 닭털 날리는 패딩으로 둔갑을 하니,

어쭙잖은 오리털패딩보다는 털 안 날리는 솜 패딩이 입기는 더 편하죠.^^

 

 

 

집에 오자마자 나에게 수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닭털패딩은,

얼른 쇼핑백에 넣어서 이곳에 쏙 넣었습니다.

 

사실은 버린 것은 아니구요. 우리 동네 귀퉁이에 서있는 옷기부함에 넣었습니다.

 

닭털이 심히 날리고, 옷에 묻어나는지라 입는 사람을 “닭 만드는 기능”은 있지만, 입으면 따뜻한지라, “닭털이 날려도 필요한 사람은 입지.” 싶은 마음에 입지 못하는 옷 버린다는 죄책감은 없이 쏙 넣었습니다.

 

자! 이렇게 저의 완전범죄는 성공했습니다.

 

오래된 닭털 패딩코드 대신에 새로 산 솜패딩 코트가 자리하고 있지만, 남편은 며칠을 봐도 모르는 것 같고, 시부모님도 며느리가 매일 꺼먼 패딩코트를 입고 다니니 자세히 관찰하시지 않는 한 잘 모르시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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