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저렴한 백패커에 머물며 한동안 살아보니..
배낭여행자 숙소가 꼭 좋은 시설을 갖출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머물렀던 곳은 시설을 이야기 해 보라면..
싸구려 스펀지 매트리스에 짝짝이 침대보/이불보는 기본이고, 주방에 있는 기구들도 어디 벼룩시장에서 사왔거나, 아님 누군가 버리는 것을 주워왔을지도 모를 식기도구이며 조리도구들이죠.
이 숙소에 대한 평가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극과 극을 달립니다.
“싸구려이고 시설도 엉망인 최악의 숙소.”
“친절한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다.”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왔다.”
“다시는 찾고 싶지 않는 숙소.”
저렴한 가격에 모여든 여행자들이 저녁마다 시간을 보내는 곳은 숙소의 응접실.
비디오 한편을 틀어놓으면 하나둘 모인 사람들이 저녁마다 대만원을 이루는 곳.
가끔은 뜬금없는 영어 한마디에 여러 나라의 영어가 다 나오기도 하는 곳이죠.
저녁마다 보는 영화중의 으뜸은 당근 뉴질랜드에서 촬영했다던 영화시리즈 “반지의 제왕”
어느 날 저녁에 보게 된 영화는 나온 지 꽤 된 “반지의 제왕 1편.”
영화중에 나온 대사 한마디 “gingerly 진저리”
이 대사 한마디에 조금은 다른 영어를 쓰는 3개국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습니다.
호주인: “나도 모르는 뜻인데..”
이쯤 되니 다른 언어권에서 온 외국인이 던지는 한마디.
외국인: “그럼 그거 영어 아니야?”
영국인:“영어는 맞는 거 같은데 나는 모르는 단어야.”
결론은 키위, 호주, 영국의 영어에서는 이 단어가 없는 것인지 아님 뜻을 모르는 것인지..
오죽했으면 “이것이 과연 영어인가?”에 대해서 영화를 보는 중에 짧은 토론까지 있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ginger 진저(생강)스럽다는 것인지..
결국은 누군가 인터넷으로 gingerly 진저리의 뜻은 carefully 케어풀리(조심스럽게).
대답을 알고난후에 우리는 다시 집중해서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알았죠. 영어를 쓰는 3개국 사람들도 모르는 영어 뜻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죠, 하필 그곳에 모였던 3개국 사람들이 조금 무식했을 수도..
영화를 보다가 뜬금없는 영어단어를 배우기도 하는 곳이 저렴한 백패커이지만,
그저 스쳐지나가는 백패커에서 인생의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알게 됐는지 모르지만, 백패커 주인이 하룻밤 머무는 여행자를 위해서 케이크를 굽기도 합니다. 저희가 머무는 동안에 몇 번의 생일파티가 있었죠.
꼭 생일을 맞은 사람을 위해서 구웠다기 보다는 밀가루에 설탕 많이 넣고 거기에 이런저런 재료들을 넣으면 빵은 순식간에 구워지죠.
어떤 날은 남아있던 케잌에 생일 축하한다고 초를 켜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이는 평생 잊지못할 생일파티를 뉴질랜드에서 보내기도 하는 거죠.
15불(방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고 회원 할인가도 달라지니)짜리 백패커에서 내 생일 케잌을 구워줬다?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되는거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니 말이죠.
거기에 백패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축하는 보너스로 따라오는 것이죠.
백패커에 모인 사람들은 누구의 생일 덕에 케잌 한 쪽을 얻어먹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니.
양쪽 다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시간이고 여행의 추억이 되는 거죠.
사실 그런 건 있는 거 같았습니다.
숙소의 가격이 수준있는 곳이라면 찾아오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수준은 있는 사람들이니 기본적인 매너정도는 갖춘 사람들이고, 남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정도는 조심하죠.
저렴한 가격의 숙소는 찾아오는 사람들의 수준도 저렴해지는 것인지, 남들을 배려하는 매너따위는 기본적으로 없고, 냉장고에 넣어놓는 식료품들이나 선반에 넣어놓은 이름이 버젖이 적혀있는 식료품도 없어지기 일쑤이고, 자신들이 해먹은 그릇들을 설거지해서 엎어놓는 대신에 그냥 싱크대에 다 던져놓고 사라지는 인간들도 꽤 있습니다.
저렴해서 더 오래 머물 수 있고, 저렴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저렴해서 더 인간말종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 또한 저렴한 백패커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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