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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46-내가 여행 중에 받았던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

by 프라우지니 2018.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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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길 위에 살면서 별의별 스트레스를 다 받아 받습니다.

물론 그중 으뜸은 남편에게 받는 거였죠.

 

일상을 살 때는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와서 남편인지라, 마주치는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여행 중에는 하루 24시간을 같이 붙어서 지내니 그것이 마눌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낚시 갔던 남편이 하루 종일 낚시를 했음에도 아무것도 못 잡으면 괜시리 트집을 잡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대곤 했는데. 본인이야 잘 모르지만 당하는 사람은 끔찍했습니다.

 

“저 인간이 또 히스테리를 부리는 구먼..”

 

이렇게 얼버무리기에는 남편이 풀어대는 스트레스가 조금 벅찬 수준이었습니다.

 

가끔씩 남편을 항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받아칠 때도 있었지만..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받은 날은 온통 빨간색 펜으로 일기를 쓰곤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풀어야지 안 그랬다간 화병 걸릴까봐 말이죠.^^;

 

나와 같이 길 위에 사는 백인 여행자들에게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었네요.

 

내가 동양인이니 처음부터 눈을 내리깔고 날 쳐다보거나 날 무시하는 듯 한 말투.

 

나랑 상관없는 인간들이니 한번 스치고 나면 그만이지만, 같은 곳에서 며칠 머무는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면 대놓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었습니다.

 

특히나 (어린) 동양여성을 마눌로 데리고 다니는 (늙은)백인남성을 보는 그 특유의 눈빛이 있습니다.

 

“너는 저 동양아낙을 얼마주고 사왔누?”

 

남편이 날 사오지도, 난 팔려오지도 않았고, 우리는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만...

그걸 일일이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고, 내 이마에다가 “제 남편이 겉늙어 보이기는 하지만 나보다 연하입니다.”라고 써 붙일 수도 없는 일인지라 그 은근한 눈빛을 볼 때마다 기분이 거시기 했습니다.

 

그 외 여러 가지의 스트레스가 더 있었지만 다 생략하고..

 

이맘때쯤에는 완전 새로운 스트레스가 날 심하게 괴롭혔습니다.

내가 왜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남편에게도 짜증을 냈었습니다.

 

우리가 머물던 백패커는 특이하게도 집주인 가족이 숙소에 함께 사는 구조인지라..

백패커 부부와 딸 둘, 아들 하나가 여행자들과 어울려서 TV를 보고, 요리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는 돈을 내는 손님인지라 그냥 그런 “손님과 주인”같은 관계였습니다.

 

주인은 손님을 보면 인사도 먼저 해야 하고, 고객의 편의를 고려하고 서비스도 해야죠.

 

처음에는 볼 때마다 웃기지 않는 농담도 해 가면서 친한 척을 하던 백패커 주인이었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소 닭쳐다보듯이 날 쳐다보며 멀뚱거릴뿐 인사도 잘 안합니다.

 

 

 

하루나 이틀이면 이 동네 구경이 끝낸 여행자들이 떠날 준비를 합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이 되면 바쁘게 떠나는 사람들 뿐입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새로운 여행자들이 들어옵니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는 이 백패커에 거주민처럼 사는 몇 되는 사람들.

그중에 우리도 포함 되는 인간들이었죠.

 

 

 

여행자들이 빠져나간 오전시간,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는 오후시간 사이.

 

백패커는 텅 비어서 조용합니다.

조금 늦게 일어나면 사람들이 빠져나간 이렇게 한가한 거실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거죠.

 

처음에는 우리도 손님이었는데,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 아닌 가족이 되어 가는 거 같습니다. 백패커 주인 부부와 그들의 세 아이들도 이곳에 살고 있으니 말이죠.

 

그동안 백패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이틀 동안 얼떨결에 백패커 청소도 했었지만..

일한 시간에 비해서 시간당 수당이 너무 저렴한 것도 있고,

 

우리가 청소를 하면서 "무료숙박“을 하게 되면 더 이상 “손님대접”을 못 받게 되죠.

그래서 “청소일”은 사양을 했습니다.

 

그냥 돈 내고 살면서 손님으로 사는 것이 제대로 대접받는 법이니 말이죠.

 

그냥저냥 별일없이 주인과 손님 관계라고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날 대하는 백패커 주인(남자)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하루나 이틀 머물고 떠나는 여행자들에게는 그렇게 친절하면서도,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는 사람들에게는 무심해지는 거 같기도 하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숙소 평가” 때문에 닭살스럽게 새로운 여행자들에게 친절한건 이해를 하겠지만, 그렇다고 오래 머무는 사람들을 홀대하면 안 되는 거죠.

 

이맘때쯤에 나만 유난히 백패커 주인에게 스트레스를 받았었습니다.

 

남편도 느꼈는데 신경 안 쓰는 인간형인지라 말을 안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마눌에게는 새로운 스트레스였습니다.

 

오죽했음 백패커 주인 때문에 출국을 앞당기려고까지 했었습니다.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포기했지만 말이죠.

 

부부가 하루2시간씩(2명이니 4시간) 일하면서 하루 20불하는 캠핑비를 퉁치는 걸로 하지 그걸 안한다고 해서 심통이 난걸 보여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인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났습니다.

 

나중에는 나또한 백패커 주인을 봐도 소 닭보듯이 멀뚱거리게 됐습니다.

나 혼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말이죠.

 

이때쯤 제가 썼던 글이 있네요.

 

궁금하신 분만 읽어보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293

백인남편은 못 느끼는데 나만 느끼는 인종차별

 

그때는 이것보다 더 극심한 스트레스였는데, 글에는 아주 약한 강도로 표현을 했네요.

 

처음에는 은근하던 무시가 나중에는 더 확실하게 드러났지만.. 남편 말대로 나도 “무시”하는 방법을 취했고, 나중에는 백패커 주인과 대화도 안하고, 물어도 나또한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경지에 오르게 되기는 했습니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와는 별개로 백패커 주인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있습니다.

물론 남편이 받은 거지만 우리는 한 쌍이니 내가 받은 것과 마찬가지이죠.^^

 

기대도 안하니 스트레스가 조금 줄어들기는 하더라구요.

 

그곳을 떠날 때까지 남편은 잘 못 느끼는데 나만 느끼는 스트레스였던지라,

백패커 주인이 나에게 준 스트레스가 은근한 인종차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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