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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40 착한 일에는 보상이 따른다?

by 프라우지니 2018.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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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게 일상을 보내는 투랑기의 백패커.

바쁜 여행자들이 빠져나가고 나면 이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시작됩니다.

 

여행자와 모여사는 사람들의 차이는..

여행자는 하루나 이틀 머물면서 바쁘게 근처를 돌아보고 다시 길을 떠나는 사람들.

모여사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백패커나 주변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간만에 제가 착한 일도 하는 기회가 왔죠.

 

 

 

러시아 여행자가 본국으로 보낼 엽서를 써놓고는 놓고 갔습니다.

우표까지 붙인 엽서인데, 우체통에 넣을 시간이 없었던 것인지..

 

백패커 주인장에게 부탁을 했었다면 백패커 사무실에 있었을 텐데..

그냥 테이블위에 놓고 간 것을 보니 까먹고 간 것도 같고..

 

이렇게 엽서를 써서 우표까지 붙였다고 해도,

우체통이 아닌 휴지통으로 가면 쓰레기가 되는 거죠.

 

나에게 부탁한 것은 아니지만, 간만에 착한 일한다 생각하고 동네 우체국에 가서 붙여줬습니다.

누가 보낸 줄은 모르겠지만, 고마워는 하겠지.” 하는 착각을 하면서 말이죠.

 

 

 

이것도 하면 돈 벌면서 할 수 있는“착한일”은 되겠는데..

조금 위험한 착한일은 사양합니다.

 

백패커에 잠시 머무는 여행자가 “카메라를 하루 빌려주시면 20불 사례 한다”고 하는데...

여행자들은 다른 여행자들을 쉽게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

 

가진 것 없이 빈털터리로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없어서 다른 여행자의 뒤통수를 치는 경우도 꽤 있거든요.

 

누군가 써놓은 이 쪽지를 읽고는 얼른 남편에게 달려갔습니다.

“남편, 남편, 누가 카메라 하루 빌려주면 20불 준다는데 돈 좀 벌어볼까?”

“미쳤어.”

“왜? 돈 벌기 싫어?”

“20불 벌려고 했다가 카메라를 다시 못 볼 수도 있어.”

“그럼 안 되지..”

 

우리부부가 길 위에 살 때는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믿을 사람이라고는 달랑 둘이었거든요.^^

 

우리부부가 길 위에 살면서 생긴 것이 “동지애”가 아닌가 싶습니다.

 

착한 일 첫 번째(엽서 대신 보내기?)는 성공했는데..

착한 일 두 번째(카메라 빌려주기)는 시도하지도 못했습니다.

 

 



 

 

역시나 착한 일을 하니 상을 받나 봅니다.^^

백패커 냉장고에서 누군가 놓고 간 삶은 감자를 발견했습니다.

 

친절하게 “감자튀김”을 해 먹으라는 멘트도 남기고 갔네요.

 

썰어놓고 간 꼬라지로 봐서는 절대 “감자튀김”이 될 것 같지 않는 비주얼인디..

“감자튀김”을 해 먹으라고 메뉴까지 지정해준 성의가 괘씸(?) 한지라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얇기는 하지만 나름 감자튀김 비주얼은 된 거 같습니다.

감자를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웠지만 말이죠

 

남편에게는 “마눌이 착한 일 해서 받은 상”이라고 뻥쳐가면서 한 끼 준비를 했습니다.

 

감자튀김이라는 메뉴가 먼저 정해진지라 햄버거는 메인으로 정했습니다.

 

이날 햄버거 저녁을 먹으면서 만난 미국인 부부와 대화를 하면서..

국적과 인종을 막론하고 세상의 부부들은 다 비슷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백패커는 젊은이들만 이용한다고 생각하시지만, 우리가 만난 미국인 부부는 62살 아내와 54살 남편이었습니다. 조금 저렴한 가격이면 젊은이들하고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 않고, 우리처럼 중년부부도 만날 수 있는 곳이 백패커이니 말이죠.

 

미국인 부부의 아내에게서 저의 모습을 봤습니다.

 

세상의 남자들은 다 “자신의 아내”만 배려를 안 하는 것인지..

다른 여자한테는 그렇게 친절하면서 왜 자기 마눌한테는 삐딱선을 타는 것인지..

 

옆에 앉아있는 자기 남편의 얼굴표정까지 지어보이면서 평소에 남편에게 당한(?)이야기를 하는 미국인 아낙의 수다가 재미있으면서도 꼭 내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았습니다.

 

“자기보다 조금 빨리 걸어가면 ”뛰어가냐?“하고 자기보다 조금 늦게 걸어가면” 기어 오냐?“하고..”

“끼니때가 되면 먹어야 하는데, 뭔가에 집중하면 배고픈줄 몰라서 마눌 헐크 만들고..”

 

사람들은 “왜 밖에 나가서 남편 흉을 보느냐?"고 하실 수도 있는 일이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이야기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내의 건강에는 최고입니다.

 

저녁에 만난 미국인 아낙도 저에게는 보상 같은 날이었습니다. 아낙과 수다를 떨면서 내가 남편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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