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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852-서양남자의 당연한 의무? 타이어 갈아주기

by 프라우지니 2017.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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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의 매너는 “Lady First”입니다.

 

뭔가를 할 때 여성이 먼저 할 수 있게 배려를 하기도 하고!

뭔가를 선택하는 순간에 여성이 먼저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모르는 여성이라도) 문의 반대편에서 오면 문을 살짝 잡아서 여성이 먼저 통과하게 해줍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하죠! “Lady first"

 

뭐, 이런저런 이유로 “(서양)신사는 여성을 배려하고 매너가 있다!“

대충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여성을 배려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도 아닌 제 남편이 하는 순간을 목격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인적이 드문 지역은 뉴질랜드 그레이트 워크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Lake Waikaremoana 와이카레 모아나 호수” 가는 길임에도, 나름 성수기라는 계절임에도, 오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곳곳이 비포장 도로여서라기 보다는..

이곳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덜 유명해서 인거 같습니다.

 

정말 이곳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라면..

아스팔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멘트라도 깔린 도로여야 할 텐데..

 

아직까지 이곳은 비포장도로가 군데군데 남아있습니다.

 

 

 

낚시 간 남편을 기다리면서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탈탈거리면서 소리를 내던 자동차 한 대가 우리 차 뒤에 와서 섭니다.

 

(이 길은 비포장 도로중에 가끔씩 이렇게 포장이 된 부분이 나타납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다가 타이어가 펑크 난 자동차가 인적이 드문 도로 옆에 우리차가 서 있으니 도움을 받을까 싶어서 일단 차를 세우긴 한 거 같은데.. 도움을 줄 남자는 없는디..^^;

 

처음에는 렌터카 회사에 전화를 하는등 조금 당황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들이 머물기로 한 호텔에 전화를 하는 거 같기도 하고..

 

 

 

나야 차도 모르는지라, 도움이 안 되는 동양아낙이지만,

일단 우리 차 뒤에 주차한 차를 보러 갔습니다.

 

앞바퀴 하나에 완전히 바람이 빠진 상태라 더 이상 주행이 불가능 해 보입니다.

 

차에서 내린 두 여성 중에 한 여성이 차 트렁크에서 스페어타이어를 꺼내기는 하는데..

타이어를 바꿀 생각은 하지를 않습니다.

 

타이어를 교환해 줄 누군가(=남자) 기다리는 듯이 보였는데..

누가 “흑기사”로 나타나려는지...

 

지나가는 차라도 있으면 세워서 도움을 요청 해 보겠지만..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는 인적이 조금 외진 도로인데..

 

언제쯤 이 아주머니들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타이어를 바꾸나 싶었는데..

흑기사는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보통 때는 낚시 가서 몇 시간은 기본으로 보내는 남편인데..

이날은 시간을 딱 맞춰서 흑기사로 등장을 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여성이라고 해도..

남자라고 다 자동차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니니..

 

“제가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몰라서요.”

 

뭐 이러면 대충 상대방도 이해를 할 거 같은데..

이 아주머니를 본 남편이 대뜸 묻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세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누군가 타이어를 바꿔줄 사람을 기다리던 아주머니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입니다.

대답이야 당근 “YES!~"

 

 

남편이 두 아주머니를 위해 타이어를 갈아주는 동안 마눌은 눈꼬리가 자꾸만 올라갔습니다.

 

남편은 돈 주고 부른 “타이어를 교환하러 온 서비스 맨”도 아닌데..

남편보다 더 덩치가 좋으신 아주머니들은 뒷짐 지고 구경만 합니다.

 

자기네 차이고, 자기네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면 옆에서 도우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정상이건만..

이 아주머니들은 일 시켜놓고 감독하시는 중이십니다.^^;

 

 

 

돌아가면서 뒷짐 지시고 남편이 일을 잘하시는지 감독하시는 두 아주머니.

 

한 대도 안 지나가던 차였는데..

남편이 바퀴를 가는 동안 한 대가 지나가다가 잠깐 세우면서 한마디.

 

“도와줄까요?”

 

이놈의 차는 조금 일찍 지나갈 것이지..

그랬다면 남편이 두 아주머니의 감시를 받으면서 타이어를 갈고 있지는 않았을 것을...^^;

 

남편이 이미 타이어를 가는 중이니 더 이상의 도움은 필요 없는 아주머니들!

 

“됐어요. 괜찮아요. 고마워요!”

 

남편이 낑낑거리면서 타이어를 가는 동안 구경만 하신 두 아주머니!

 

타이어를 가는 동안 자기네는 캐나다, 호주에서 온 관광객이고,

꽤 비싼 호텔로 가는 중이라고 자랑을 하셨던 두 아주머니!

 

남편이 일을 끝내자마자 아주 시니컬하게 한마디 하고 떠났습니다.

 

“고마워요!”

 

서비스를 불렀으면 돈 꽤나 지불해야 했을 서비스인데..

(나 같으면) 고생했다고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뭐라고 줄만한 “감사”이건만..

그들이 인사에는 왠지 “고마움”따위는 없어 보였습니다.

 

남편은 남자이니 당연히 자기네를 위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 하는 듯 보였습니다.

 

타이어를 갈아 끼운 두 아주머니들이 떠나고 마눌이 괜히 남편을 잡았습니다.

 

“아니, 보통 때는 가서 몇 시간씩 안 나타나더니만, 오늘은 왜 이리 일찍 온겨?

조금 늦게 왔다면 지나가는 차한테 도움을 청했을 테고..

그랬다면 당신이 땀 흘리면서 타이어를 갈아 끼울 필요가 없었잖아.”

“그러게.”

“돈 많다고 자랑을 그렇게 늘어지게 하신 분들인데 갈 때는 입 싹 닫고 그냥 가네.

하다못해 과일 하나라도 주면서 고마움을 표시할 것이지..”

“그러게.”

“근데, 나는 왜 저 아줌마들이 하는 ”고맙다“는 인사에서 정말 고마움이 느껴지지 않지?”

“그러게.”

 

남편이 타이어를 갈아주는 행동에서 “서양인의 신사도(신사로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도리)”를 봤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서 그것이 염치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 아주머니들도 만났습니다.

 

남편이 베푼 친절에 진심으로 감사했다면 좋았을 것을..

말이라도 “지불" 운운하면서 지갑을 꺼내는 시늉이라고 했다면 좋았을 것을..

 

줘도 받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감사함은 제대로 느꼈을 텐데..

 

남자라서 도와야하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에서 조금은 이기적인 서양여성의 모습을 본 날입니다. 모르죠!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돈 많은 아줌마들이라 사람 부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류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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