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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850-주고 받는 키위인심

by 프라우지니 2017.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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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amate 망가마테의 캠핑장에서 저희처럼 여유롭게 뉴질랜드를 떠도는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이분들께 작은 것을 드리고 아주 큰 것도 받았습니다.^^

 

우리가 주는 것을 “너희는 많으니 주는구나!” 하고 당연한듯이 받기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받았다고 뭔가를 돌려주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길 위의 삶이 가끔은 여유로워집니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외국에서 온 여행자들이야 한 곳에 하루, 이틀정도 머무는지라 인연을 만들기는 조금 힘들지만, 조금 여유롭게 길 위를 다니는 사람들과는 꽤 많은 인연들을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시간도 많고, 남편은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걸 좋아하고,

거기에 약간의 후한 인심(?)덕에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이 수월하죠.^^

 

 

 

개조한 작은 버스캠핑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관광객이 아닌 키위들입니다.

거기에 지붕에는 카약 2개에 차 뒤에 자전거 2개까지.

 

버스에는 침대가 있으니 침실기능이 있고, 싱크대와 가스가 있을 테니 주방시설 완비.

화장실, 욕실까지 갖추고 있고, 자체 저장하고 있는 물도 있으니 외딴곳에서도 상관없고!

물에서라면 카누를 타고, 길 위에서 라면 자전거를 타면 되니...

나름 완벽한 기동력까지 갖추고 있는 작은 집입니다.

 

이 작은 버스를 타고 들어온 키위(뉴질랜드 사람) 어르신 내외인 데스&말린과 대화를 텄습니다.

 

처음 인연은 우리가 잡은 자리에서 가장 가까운데 자리를 잡으셨던 지라,

우리에게 넘치는 송어를 나누면서 그렇게 인연이 됐죠.

 

 

 

간만에 송어를 3마리씩이나 잡은 남편!

 

3 마리면 한 번에 다 훈제를 하던가, 아님 다 먹어치우는 것이 정답입니다.

지금 우리가 머무는 캠핑장은 냉동고가 없으니 말이죠.

 

이곳은 모닥불이 허락이 되는 곳이니 싱싱한 송어를 꼬챙이에 끼워서 구워먹겠다는 남편!

작은 송어 2마리는 구워서 먹고, 나뒀다가 먹는다고 해도 나머지 큰 놈은...

 

“우리는 다 못 먹으니, 이거 저기 옆집 키위 어르신들 갔다드리자.”

“가서 물어보고 올까?”

“가서 송어를 생 걸로 그냥 드릴까? 아님 구워드릴까? 물어봐!”

 

어르신들은 송어를 그냥 생 걸로 달라고 하신지라 남편이 송어를 갖다드리니..

조금 지나서 할매(가로 하기엔 너무 젊은 60대 아주머니) 가 옥수수 2개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거 우리가 저녁으로 먹으려고 했던 건데, 송어를 받았으니 우리 것도 나누려고..”

 

가격으로 따지면 자연산 송어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저렴한 옥수수지만,

삶아서 가지고 오신 정성이 감사합니다.^^

 

물건의 값어치를 떠나서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고,

우리는 옥수수를 먹어본지 꽤 된지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안면을 트고는 우리는 다음날 아침에 밥 먹다 말고..

그들의 캠핑카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회사에서 나온 캠핑카가 아닌 차들은 실내 구조가 다 다른지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또 배우는 것도 있거든요.

 

 

 

그리고 말린이 비닐봉투를 하나 가지고 오셔서는 수줍게 내미셨습니다.

 

“이거 우리가 집에서 따가지고 온 건데.. 먹으려는지 모르겠어.”

 

고추도 방울토마토도 자주 보는 아이템이 아닌지라 얼른 덥석 받았습니다.

 

“아이고, 저희야 고맙지만, 다 주시면 어떻해요?”

“우리야 집으로 돌아가니 거기가면 또 있고..”

 

지금은 집을 아예 떠나서 몇 달 살러 나온 것이 아니라 조카(중국계 혼혈)가 남친(인도청년)이랑 이쪽으로 트랙킹을 간다고 해서 함께 온 것이라 다시 집으로 돌아가신다니 부담도 없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커다란 송어를 잡아온 남편은 송어를 구웠고, 마눌이 따다놓은 복분자도 넉넉하니 커드터드 가루에 우유를 섞어서 커스터드 크림도 만들었습니다.

 

약간 새콤한 복분자에 커드터드 소스를 뿌리면 나름 달달한 디저트가 되거든요.

저녁메뉴는 송어구이& 당근, 옥수수 샐러드에 디저트는 복분자 커드터드 크림소스.

 

정식 초대한 것은 아니었는데, 송어가 컸던지라 데스와 말린도 함께 저녁도 먹고 디저트도 먹었습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남편은 그들이 가지고 온 와인을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을 보낸 후에는 추워서 다시 우리차로 돌아왔죠.

 

 

 

2박 3일간의 인연을 맺었던 데스&말린가 준 그들의 연락처입니다.

 

“오클랜드 오면 연락해! 와서 자도 좋고 커피나 한 잔해도 좋고! 꼭 연락해!”

 

주소를 받았다고 찾아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저희가 받은 것은 그들이 저희에게 보여주는 관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이곳에서 송어를 나눠먹었고, 옥수수와 야채를 받았고,

저녁을 나눠먹으면서 와인을 얻어 마신 정도의 인연이지만..

이런 작은 인연들이 있어서 길 위의 삶이 더 풍요로운 거 같습니다.

 

받으면 주려고 하는 키위들의 인심덕에 길 위에서 만나는 그들이 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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