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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20- 남편이 원하지 않는 일, 알바

by 프라우지니 2017.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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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히파라 홀리데이 파크에 고객으로 43박째 머물고 있습니다.

 

그동안 짧게는 1주일, 길게는 3주일 일하고 가는 수많은 일꾼들을 만났었죠.

그리고 그들은 일 하면서, 저희는 일 안 하면서 홀리데이파트에서 지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꾼이란?

하루에 2~4시간 정도 일 해 주는 대가로 무료숙박을 하는 사람들.

 

이곳에는 “Helpx헬프엑스”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제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헬프엑스로 와있던 프랑스 청년,마크와 대화중인 남편.

 

이런 제도를 모르는 여행자들도 주인한테 문의하면 하루 몇 시간 일하는 대신에..

무료숙박을 할 수 도 있는지라 언제나 일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죠. 일은 넘쳐나는 곳이니!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조금은 지루한 일상이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될 거 같아서 남편한테 살짝 물어봤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할 일없어 하루 종일 빈둥거리는 아낙은 아니었습니다.

 

나름 내 생활이 있기는 했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안 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 없는’ 뭐 그런지라 느긋한 일상이었죠.

 

저의 하루 일과는 이렇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2027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97- 길 위의 멈춤, 그리고 나의 하루

 

 

“남편, 우리도 하루 두어 시간 여기서 알바해도 되냐고 물어볼까?

그럼 무료숙박 할 수 있잖아.”

“싫어!”

“그럼 내가 당신 몫까지 2배로 일할까?"

"하지 마!“

“왜? 돈 아끼는 차원에서 좋잖아.”

“하지 마!”

“왜?”

“...”

 

여행자 중에 젤 장기로 머물고 있는 우리여서,

웬만한 일꾼들보다는 홀리데이 파크를 꿰고 있으니,

 

우리가 일 한다고 해도 마다할거 같지는 않기는 했지만,

사실 이곳에는 항상 일꾼들이 오고 가는지라, 일손이 필요 없을 거 같기도 했습니다.

 

그냥 앉아서 오는 손님만 받는 리셉션 같은 경우는 이미 몇 달 혹은 며칠 전에 미리 서로 합의를 하고 오고 있느니 이 자리는 힘들다고 해도 주방청소나 화장실 청소 같은 경우는 아무나, 아무 때나 할 수 있으니 말이죠.

 

하긴, 일손이 필요했다면 주인장인 샌디가 우리에게 살짝 물었을 거 같기도 합니다.

낮에 한두 시간 일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그랬다면 나에게서 음식을 얻어먹지 못 했으려나요?

저의 하루 일과 중에 요리하는 시간도 괘 차지하고 있거든요.

 

거의 매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주, 꽤, 자주 우리가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우리 테이블이 빤히 보이는 곳에 앉아계시는 샌디 엄마를 챙겨드렸고, 거기에 내가 만든 빵, 남편이 만든 빵, 스콘까지. 이렇게 따지면 매일 드렸다 해도 맞는 거 같습니다.^^

 

원래 서양인들은 남에게 인색한 편인지라 음식을 해서 우리처럼 마구 퍼주는 여행자는 처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키위들도 인심이 있는지라, 이것이 “한국 인심”이라고만 할수는 없을거 같습니다.

 

남편이 “일 하라”고 등 떠다밀지 않으니 제가 “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는 것이지..

만약 남편이 “일 하라”고 떠밀었다면 나름 짜증났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뭐시여? 내가 뉴질랜드에 화장실 청소하러 온줄 알아?”

 

뭐 이랬을 수도 있죠.

 

남편은 뉴질랜드 거주비자를, 저는 워킹비자를 가지고 있어서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신분 이였지만, 남편은 우리가 지금은 “휴가 중”이라는 걸 강조했었죠.

 

“다니다가 돈을 벌 수 있음 벌어가면서 그걸로 잘 먹고 잘살자”는 마눌의 생각과는 달리,

“계획한 금액 안에서 알뜰하고, 저렴하게 먹고 살자.”것이 남편이 생각인지라, 남편은 어디서도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조금 더 저렴하게 머물더라도 돈을 내는 고객이길 원했습니다.

 

사실 그렇죠. 돈을 내는 고객과 일을 해서 무료숙박을 하는 일꾼의 위치는 하늘과 땅 차이죠.

홀리데이파크 주인은 당연히 돈을 내는 고객을 우대하니 말이죠.

 

남편의 이런 생각 덕에 우리는 뉴질랜드 길 위에 사는 동안에 항상 여행자 신분 이였습니다.

 

그때는 남편의 생각이 남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 해 보니 자기 나름대로 마눌을 고생 안 시키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0불 아끼겠다고, 내 보기도 아까운 마눌을 외국의 냄새나는 화장실 청소 시키는 남편도 사실 바람직하지 않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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