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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22-받아도 주지 않는 서양인

by 프라우지니 2017.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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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도 받지도 않던 남편이 한국인 아내와 살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마눌이 퍼줘도 왜 주냐고 묻지 않고,

가끔은 먼저 “맛 보라고 줘라!”할 때도 있습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거 같던 남편도 한국 “인심”을 알게 모르게 배운 모양입니다.

 

 

오늘도 남편은 대용량으로 호박크림스프를 했습니다.

 

도대체 왜 남편이 스프를 이렇게 많이 하는지 궁금하신 분을 위해 알려드리자면..

스프를 해서 통에 넣어 냉동실에 넣어 얼립니다.

 

그러면 아무 때나 녹이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죠.

 

보통 남편이 한 번 스프를 하면...

우리부부가 세끼 (3번)를 충분히 먹고도 남는 넉넉한 분량이 나오죠.

 

하지만 지금은 해서 먹고, 나중에 딱 한번 먹을 분량이 나올 뿐입니다.

나머지는 다 해서 주변사람에게 나눠주는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물론 손 벌리고 달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이 그냥 쳐다보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우리가 주는 거죠.

 

우리에게 받았다고 뭐라도 주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하지만 극소수 일뿐이죠.

 

그동안 우리에게 시시때때로 얻어먹던 프랑스청년, 마크가 오늘 떠났습니다.

 

얻어먹을 때는 그리 친한 척을 하더니만,

갈 때는 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뭘 기대하고 나눠준 것은 아니었지만...

줬다고 마크가 우리에게 친한 척 하라는 뜻도 아니었지만..

줬다고 마크가 한 음식도 우리에게 꼭 줘야 한다는 건 아니었지만..

 

넉넉하게 한 음식을 우리는 안 주고, 다른 사람만 줄 때는 쪼매 섭섭했고,

간다는 인사도 없이 홀연히 사라졌을 때는 실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내가 너무 오버를 한건가요?

전 음식을 나눠주면서도 “정”을 쌓았는데, 이건 저만의 “정”이였던 걸까요?

나만 너무 의미를 부여한건가요?

 

새로 온 독일커플 알렉스&코라 에게도 시시때때로 여러 종류의 음식을 나눠줬습니다.

아주 소량의 맛보기가 아닌 항상 제대로 1인분을 챙겨서 줬었습니다.

 

우리가, 아니 내가 그 커플에게서 얻어먹은 것은 딱 한 번, 자기네가

구웠다는 빵을 아주 얇게 썰어서 한 귀퉁이.

정말로 반 입 정도 맛만 볼 수 있는 정도였죠.

 

이쯤 되면 서양인들은 정말 주지도 받지도 않는 스타일이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주는 것이 큰 실례가 되는 거겠죠.

 

만약 받는 것이 싫었다면 줄 때 안 받는 것이 맞습니다.

사양하는데, “그래도 먹어 봐!”하면서 계속 권하지는 않느니 말이죠.

 

처음에 사양을 했다면 저희가 그렇게 계속해서, 끊임없이 주지는 않았겠죠.

우리가 주는 걸 받아서 잘 먹고, 인사까지 하니 긍정적인 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Give and Take 주고받기”가 영어에 있는 거 보면..

서양문화에도 주면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인데..

 

이건 영어니 영국/미국 문화에만 있는 것일까요?

프랑스나 다른 문화에는 이런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그래서 그들은 받는 건 어색해도 하지만, 주는 건 모르는 걸까요?

 

서양문화가 우리랑 많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간의 “정”이라는 건 있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습니다만, 정말로 주고 받는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인거 같습니다.

 

아무리 길 위에서 스쳐가는 인연이라도 소홀하게 다룰 인연은 아닐진대,

그들은 그걸 모르는 걸까요?

 

그들은 퍼주듯이 음식은 나눈 우리 부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설마 호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럼 슬플 거 같습니다.^^;)

 

저는 음식이 아닌 정을 나눴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돈이 드는 “정(=재료비^^;)”이기는 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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