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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03-무엇이든지 만들어 먹는 길 위의 삶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7.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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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은 대충 먹는다고 해도 저희가 한 곳에 머물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하는 것이 바로 남편의 점심입니다.

 

오스트리아 문화가 아침은 빵, 버터, 햄, 과일 등을 먹고,

저녁 또한 한 끼라고 하기에는 조금 가볍게 먹습니다.

빵에 햄을 먹을 때도 있고, 그냥 스프 한 대접으로 끝낼 때도 있고,

하지만 점심은 거나하게 챙겨먹습니다.

 

우리나라는 저녁을 가장 푸짐하게 먹는데 반해서 오스트리아에서는 점심을 가장 푸짐하게 먹습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점심도 한 끼는 아주 거나하게 나옵니다.

스프, 메인메뉴, 디저트까지 정말로 배가 든든하게 합니다.

 

우리 시어머니도 매일 하시는 요리가 바로 점심이십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사람인 남편에게 점심은 저녁보다 중요한 한 끼죠.

 

그래서 제가 신경 써서 남편에게 해다 바쳤던 한 끼도 바로 점심입니다.

 

오늘은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평소에는 사서 먹던 피자였는데 사 먹을 때가 없으니 만들게 되더라구요.^^

 

우리가 뉴질랜드 길 위에 살 때는 뉴질랜드의 “도미노 피자”가 저렴했었습니다.

아! “피자헛 피자”도 쌌습니다. 저렴한 것은 단돈 5불이였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 저렴한 피자도 우리가 도미노피자나 피자헛을 만났을 때나 먹을 수 있는 거죠.

시골 한구석에 짱 박히면 이런 피자집은 구경도 못합니다.

 

피자 반죽은 매일 또띨라 반죽을 직접 해서 구워먹던 아르헨티나 청년의 아이디어.

밀가루, 소금, 물.

 

원래 피자반죽은 이스트를 넣어서 부풀려야 하지만, 지금은 급하게 만드는 피자인지라 그냥 또띨라 반죽으로 했습니다.

 

또띨라 반죽에 들어가는 재료로 우리나라 음식을 한다면...

만두피나 칼국수 반죽 정도 되겠네요.

 

들어가는 재료가 밀가루, 물, 소금 뿐이니 말이죠.^^

 

 

 

 

피자에 들어가는 재료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풍족한 걸 선택했습니다.

 

바로 해변에 가면 항상 캘 수 있는 조개죠. 투아투아 조개!

 

조개랑 참치캔을 넣어서 해물피자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가지고 있는 치즈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단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맛은 장담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띨라 반죽은 피자반죽만큼 맛이 있으려는지..

치즈가 턱없이 부족한데 피자 맛은 나려는지..

삶아서 얹은 조개는 오븐에 구운 후에 너무 질기기 않을지..

 

남편은 맛이 있어야 먹는디..^^;

 

 

 

 

오븐에 구워내니 피자반죽도 모양도 나름 피자모양은 납니다.

 

피자 한판을 구워서 남편에게 내놓으니..

한쪽을 먹어본 남편의 표정이 아주 만족스러운 모양입니다.

 

사실 이 동네는 피자가게도 없는데,

직접 만들어서 이정도의 비주얼이면 나름 저도 만족입니다.^^

 

남편이 피자를 앞에 놓으니 오가는 사람들이 또 관심을 보입니다.

 

이거 남편이 좋아하는 현상이죠.

누군가 자기가 먹는 음식이나 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

 

물어보니 또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거 내 마눌이 반죽도 직접하고, 토핑은 해변에서 캔 조개를 위에 얹어서 피자를 구웠어.”

 

피자가게 없는 동네에서 피자를 먹고 있으니..

사람들이 궁금해서 몇 마디 물어봤던 것 같은데, 남편은 너무도 자랑스럽게 대답을 했습니다.

 

 

 

 

오븐에는 한 번에 피자 한 개만 구을 수 있는지라 제몫의 피자는 나중에 구웠습니다.

 

파는 피자에 비해서 피자반죽은 조금 딱딱했지만, 좋게 해석하면 바싹해서 좋은 것이고..

 

들어간 재료는 조금 부족했지만, 그래도 나름 정성껏 만든 요리이고,

무엇보다 한동안 피자를 못 먹었던 상태여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길 위에 살면서 너무 오지여서 먹고 싶은걸 사먹을 수 없는 상황이면,

뭐든지 만들어 먹는 재주도 생긴 거 같습니다.

 

그 다음에도 피자는 가끔씩 구웠습니다.

매번 반나절 전에 밀가루 반죽을 해서 비닐봉투에 넣어둬야 하는 수고는 했지만,

뭐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그때는 나름 만족스러운 삶이였습니다.

 

일상을 살고 있는 지금은..

 

슈퍼에서 60센트짜리 냉동피자를 사다가 그 위에 올리고 싶은 토핑 다 올린 후 피자를 굽습니다.

 

그때보다는 손쉽게 피자를 굽기는 하지만, 그때 먹던 피자 맛이 안 나는 것은 제 기분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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