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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01- 남편이 아내에게 배운 퍼주는 기쁨

by 프라우지니 201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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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심은 밥상에 수저하나만 더 놓으면 다른 이와 함께 한 끼를 먹을 수 있죠.

일단 뭐든지 넉넉하게 요리를 해서 가능한 일입니다.

 

서양은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일단 요리할 때부터 정해진 분량만 요리하다 보니,

식사할 때 누가와도 같이 밥 먹자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못하는 거죠. 나눠줄 것도 없으니 말이죠.

 

남편은 항상 뭐든지 넉넉하게 해서 나눠먹는 마눌을 봐왔고, 함께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남편도 모르는 사이에 배운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한 요리를 마눌이 남에게 퍼다 날라도 별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 돈 주고 산 재료들이고, 시간 들여서 만든 요리인데도 말이죠.

 

 

 

 

남편이 간만에 빵을 구웠습니다.

 

마눌이 구워대는 손쉬운 통밀 빵과는 차원이 다른 빵이죠.

오래 치대서 씹는 질감이 남다른 오스트리아식 검은 빵입니다.

 

우리가 나라를 떠나서 살면서 김치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독일,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이 검은 빵을 제일 그리워합니다.

 

먹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은 자신들이 만들어 내는 거죠.^^

 

남편이 남다르게 인심이 후하다는 건,

같은 빵을 구워서 권했던 독일커플과 비교 해 보고 알았습니다.

 

한동안 이곳에 살던 독일커플도 빵을 직접 구워서 먹었었는데..

맛보라고 빵은 나눠주는데 두툼한 조각이 아닌 아주 얇은 조각을 우리부부 몫으로 주더라구요.

 

그동안 우리에게 얻어먹은것들이 엄청난지라 최소한 빵을 한조각은 줄줄 알았었는데,

대패 삼겹살같이 얇게 썬 한 빵조각이  실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이들은 원래 나눠주는 문화가 아니라는 것을!!

 

 

 

 

남편표 호박스프가 완성됐습니다.

빵도 굽고 호박스프도 했으니 한 끼 식사로 충분 한거죠.

 

남편이 한 음식이지만 나눠먹는걸 좋아하는 마눌이 살짝 남편에게 물어봤습니다.

마눌이 한 것이면 물어보지 않았겠지만, 오늘의 요리는 다 남편 작품이니 물어야 하는 거죠.

 

"스프도 넉넉한데 우리 이거 샌디(주인장) 엄마 좀 드릴까?"

 

 

 

우리 집 저녁 밥상입니다. 금방한 호박크림스프에 검은 빵!

 

스프는 양이 많으니 조금 나눠먹어도 되겠다 생각해서 물어 본거죠.

의외로 남편은 순순히 대답을 합니다.

 

"그러던지.. 스프 드릴 때 같이 드시라고 빵도 같이 갖다드려!"

 

스프는 그렇다 쳐도 빵은 한 번 만들면 두고두고 자기만 먹어야 하는디..

의외로 빵도 나눠주라는 인심을 베풉니다.

 

그동안 계속 퍼주는 아내를 봐와서 이제는 퍼주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인지..

 

아님 감사하게 먹겠다고 하는 그 인사를 받을 때 기분을 아는 것인지..

 

아님 뭘 바라지 않고 퍼줄 때 느끼는 그 기분을 아는 것인지..

 

마눌이 사람들에게 퍼 줄 때 주지 말라고 딴지 안 거는 것만도 감사한데,

이제는 같이 나눠먹자고 먼저 말해주는 남편이 괜히 감사하면서도,

마눌이 시킨 무언의 교육을 잘 받은 거 같아서 흐뭇한 날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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