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몰랐습니다.
떠난 사람이 빈자리가 남아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크고 사람을 외롭게 하는 것인지..^^;
남편을 만나서 지금까지 전 항상 떠나는 쪽이였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뉴질랜드에서도 남편은 마눌보다 오래 남아서 정리를 해야 했던지라, 남아있어야 했고, 마눌은 그런 남편을 남기고 떠나는 쪽이였죠.
남아있는 사람이 느껴야하는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 같은 건 몰랐습니다.
간만에 만나는 가족들을 만날 기쁨에 들떠서, 남편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때도 있었고,
해야 할 일을 하러가는 스트레스 때문에 혼자 남는 남편을 생각할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었죠.
그동안 마눌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아서 느꼈을 남편의 그 외로움(?)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말없이 무뚝뚝한 남편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진데, 남편이 느끼는 (수다스러운) 마눌의 빈자리는 얼마나 컸을까? 하는 마음에 괜히 마음이 짠해집니다.^^;
남편이 떠난 첫날 저녁에 남편이 없는 텅 빈 방에 들어서는 것이 참 많이 썰렁했습니다.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은 항상 방에 붙박이장처럼 있었는데, 말도 없는지라 없어도 별로 티가 안 날줄 알았었는데, 말없는 붙박이장(남편)이 빈자리가 엄청나게 큽니다.
남편이 전에 다녔던 출장들은 당일치기여서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하기는 마찬가지였고, 1박 2일 출장이라고 해도 아침에 출근했다가 그 다음날 이른 오후에 퇴근하니 정말로 “남편이 없다.”느낄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런 느낌을 아시려나요?
그저 간만에 혼자서 반쪽이 아닌 온 침대를 좌로 뒹굴, 우로 뒹굴 거리면서 잘 수 있다는 마음에 신나기만 했었고, 정말로 넓은 침대를 온전히 대자로 뻗어서 잤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하루가 아닌 며칠을 안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다릅니다.^^;
남편이 없는 동안에도 나는 요양원 근무에, 다음 학기에 해야 하는 요양보호사 시험(3개월 과정의 프로젝트) 참고문헌 조사에,
다음 학기가 시작하면 바로 보게 될 시험 준비에,
틈틈이 뉴질랜드 여행기와 오스트리아 일상기를 글 쓰면서 아주 바쁘게 보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저녁이면 혹시나..하는 마음에 자꾸만 핸드폰을 봅니다.
남편이 보낼지도 모르는 문자를 기다리며 말이죠.
3박 4일후에는 남편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출장간지 이틀째 날 남편의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귀국 날이 목요일에서 일요일로 연기가 될 거 같다. “
하긴, 자동차에 장착해서 한다는 새 프로그램이 한 번에 완벽할 수는 없을 테니 본사와 연락해서 시시때때로 수정을 해야 할 텐데.. 3일 만에 모든 일이 해결됐다면 기적인거죠.
그래서 남편 없이 나 홀로 있어야 하는 기간이 6일이 됐습니다.
4일보다는 길지만, 14일보다는 짧으니 감사해야죠.^^
나 홀로 집을 보는 것도 남편이 떠난 당일 저녁과 그 다음날은 여러 가지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더니만, 이것도 이틀이 지나가니 지낼 만은 합니다.
원래도 “혼자서도 잘해요( 잘 놀아요).“ 타입의 아낙인지라 적응이 금방된 거 같습니다만,
그래도 저녁에 깜깜한 방에 들어갈 땐 남편이 생각납니다.^^;
앞으로 남편이 돌아오면 당분간은 아주 친절한 마눌로 변신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마눌 없이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몇 달씩 혼자 살면서 마눌의 빈자리를 매일 느꼈을 남편의 허전함이 어땠을지 이제야 아주 조금 짐작이 되니 말이죠.^^;
물론 지금 마음이야 “친절한 마눌”이 될 거 같지만, 정말로 남편 앞에서도 계속 친절할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항상 그 마음 같지 않고, 저는 변덕도 심하고, 감정의 기복도 약간 있는 아낙이여서 지금은 이런 마음이지만 나중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죠.^^
하지만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면 꼭 안아줄 예정입니다.
잘 다녀와서 고맙다고 궁디도 톡톡해줄 예정입니다.
잠시 떠난 남편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번에야 절실히 느끼는 며칠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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